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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수집/수집 이야기·노하우

피규어 수집 13년 후기, 정품도 못 알아본 쵸파가 있다

한땀한땀수집가 2026. 10. 5. 09:07

목차


    피규어 수집 13년, 이제는 피규어만 봐도 회사랑 발매일, 가격까지 바로 떠오릅니다. 웬만한 원피스 피규어는 한 번 보면 어디 제품인지 감이 오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런 저도 아직 결론을 못 낸 피규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친구가 선물로 준 작은 쵸파 피규어입니다. 처음에 주려고할 때 바로 맞힐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쵸파 앞에서는 저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더라구요. 정품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겠는 이 쵸파 이야기와 함께, 수집 초창기에 했던 실수, 그리고 13년 동안 전시를 하면서 깨달은 것까지 오늘 한 번에 풀어보겠습니다.

     

    피규어 수집 13년, 보면 바로 앎

    피규어를 오래 모으다 보니 생긴 습관 같은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피규어를 보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언제쯤 발매됐는지, 가격은 대략 얼마인지가 바로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예전 글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저는 피규어 카페를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라 회사별 제품이나 시세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쌓이더라구요. 그 카페에서 피규어 사진이랑 가격표를 5년 넘게 보다 보니, 회사마다 도색 스타일이나 받침대 모양, 얼굴 표현 방식이 다르다는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피규어 하나를 볼 때도 그런 단서들을 먼저 찾게 되더라구요.

    이게 얼마나 티가 나는지는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갔을 때 알게 됐습니다. 어느 식당에 갔는데 가게 한쪽에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걸 보던 친구가 장난 반으로 이거 보면 다 어디 건지 아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몇 개를 대충 짚어서 이건 어느 회사 거고, 언제 나왔고, 가격은 이 정도라고 술술 얘기해줬습니다. 저는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친구들 반응이 난리가 났어요. 미쳤다고, 완전 오타쿠 아니냐면서 다들 놀라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13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지나간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하나하나 비교하고, 가격 메모하고, 다른 사람 장식장 구경하던 시간이 쌓여서 이렇게 눈에 보이는 감각이 된 거죠. 그래서 웬만한 피규어는 자신 있게 알아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저를 당황하게 만든 피규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13년 경력도 결론 못 낸 쵸파

    그 피규어는 6~7년 전에 친구가 오사카에 다녀오면서 사다 준 쵸파입니다. 제가 피규어 모으는 걸 아니까 저렴한 걸로 하나 가지고 온 것 같았습니다. 크기는 정말 작아요. 받침대가 3cm 정도고, 쵸파도 약 3cm 정도 되는 미니 피규어입니다. 모습은 탐험가 스타일의 쵸파였어요. 어딘가 모험을 떠나는 듯한 차림이라 귀엽긴 했는데, 문제는 이런 쵸파를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13년 동안 웬만한 쵸파 피규어는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피규어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는 회사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어요. 보통은 도색 스타일이나 받침대 모양만 봐도 어느 회사인지 감이 오는데, 이 쵸파는 그 어떤 회사와도 연결이 안 되더라구요. 3cm 정도의 작은 크기라 디테일로 회사를 가늠하기도 어려웠어요. 피규어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쵸파는 본 기억이 없어서 더 헷갈립니다. 정품이라고 하기엔 처음 보는 디자인이고, 가품이라고 하기엔 원본으로 삼을 만한 제품이 떠오르지 않으니 결국 결론을 못 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만 파는 기념품용 제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더라구요. 친구가 저를 생각해서 사다 준 거라 정품인지와 상관없이 마음이 담긴 피규어니까요. 그래서 이 쵸파는 다른 피규어들과 섞지 않고 선반을 따로 분리해서 두고 있습니다.

    모험가 쵸파 피규어 사진
    모험가 쵸파 피규어 사진

     

    초창기 실수, 60%에 되판 이유

    수집 초창기에는 저도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로우 여성 버전 피규어입니다. 예전 글에서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피규어 입문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이뻐 보이면 일단 사고 보는 시기였습니다. 이 피규어는 16만 원 정도에 구매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나만 놓고 보면 정말 이뻤어요. 그런데 막상 장식장에 두고 보니 뭔가 야시꾸리한 느낌이 강했고, 제가 모으던 컨셉이랑도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다른 피규어들 사이에 두면 혼자 붕 떠 보이더라구요. 초창기에는 피규어 사진 한 장만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진 속 피규어는 배경도 조명도 그 피규어 하나에 맞춰져 있어서 더 이뻐 보이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장식장에 들어가면 주변 피규어들과 함께 보이기 때문에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구요. 결국 오래 두지 못하고 10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팔았어요. 산 가격의 60% 정도에 되판 셈이니, 꽤 비싼 수업료를 낸 거죠.

    재밌는 건 그 뒤의 일이에요. 제가 살 때만 해도 로우 여성 버전은 애니메이션에 나온 적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나중에 애니메이션에 그 모습이 그대로 나오더라구요. 그걸 보고 엄청 놀랐습니다. 피규어 회사가 앞으로 나올 장면을 미리 알고 만든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이 일 이후로는 이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지 않고, 제 장식장에 어울리는지를 먼저 따져보게 됐습니다.

     

    피규어 전시, 따라 해야 멋이 남

    13년 동안 수집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전시는 따라 해야 멋이 난다는 거예요. 이쁘다고 무작정 사서 장식장에 넣으면, 하나하나는 멋있는데 모아 놓으면 이상하게 멋이 안 나더라구요. 로우 여성 버전처럼 혼자 붕 뜨는 피규어도 생기고, 크기나 분위기가 제각각이라 정돈된 느낌이 안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의팁은 전시를 잘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전시를 많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이미 멋있게 꾸며 놓은 장식장을 보면 어떤 캐릭터를 어디에 두고, 어떤 순서로 세웠는지가 한눈에 보여요. 특히 해군처럼 캐릭터가 많은 라인은 누구를 앞에 두고 누구를 뒤에 세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원피스만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예전에 아이언스튜디오의 어벤져스 마블 피규어를 모았을 때도 똑같았습니다. 다른 분들 배치를 구경하다가 마지막에 스탠 리를 넣는 아이디어를 얻었던 이야기는 마블 글에서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해군 라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해군 수집을 시작하게 만든 그 떼샷 사진처럼, 다른 사람의 구성을 참고해서 그대로 세워 보기로 했어요. 직접 해 보니 왜 처음부터 남의 전시를 참고하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해군 라인 다른 사람 구성 따라 했더니, 제가 그 사진을 보고 반했던 멋있음이 그대로 재현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새 피규어를 전시할 때 남의 구성을 먼저 봐요. 내 마음대로 배치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검증된 구성을 참고하는 게 실패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더라구요.

    해군끼리 모아논 전시 사진
    해군끼리 모아논 전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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