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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아이 피규어, 처음에 왔을 때 화살통에 화살이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박스를 열고 피규어를 꺼냈는데, 등에 멘 화살통이 텅 비어 있더라구요. 활은 들고 있는데 쏠 화살이 하나도 없는 호크아이라니, 처음엔 원래 이렇게 나오는 제품인가 싶어서 박스 안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습니다. 결국 이런 컴플레인을 꺼내는 걸 정말 어려워하는 제가 판매처에 직접 연락을 하게 됐는데요. 오늘은 그 문의를 "정말 죄송한데"로 시작한 이유와, 13년 동안 불량 앞에서 대부분 포기했던 이야기까지 풀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살은 결국 받았습니다.
피규어 불량, 화살통에 화살이 없었다
이번 호크아이는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들인 피규어입니다. 박스에서 꺼내 이리저리 돌려 보는데, 등 뒤의 화살통이 이상하게 허전해 보였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화살이 한 개도 꽂혀 있지 않더라구요. 처음엔 제가 부품을 빠뜨렸나 싶어서 박스 구석구석을 다시 뒤져봤는데, 어디에도 화살은 없었습니다. 13년 동안 피규어를 모으면서 불량은 여러 번 봤지만, 부품이 통째로 빠져 있는 건 또 다른 당황스러움이 있더라구요. 망가진 거라면 눈에 보이기라도 하는데, 없는 건 원래 없는 건지 빠진 건지조차 헷갈리거든요.
호크아이는 활과 화살이 캐릭터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데, 화살통이 비어 있으니 장식장에 세워 둬도 뭔가 미완성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부분이 아무리 잘 나와도 눈이 자꾸 빈 화살통으로만 가더라구요.
사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판매자한테 먼저 연락하는 걸 정말 어려워하는 성격입니다. 따지는 것처럼 보일까 봐, 괜히 판매자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예전 같았으면 아쉬워도 그냥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빈 화살통을 볼 때마다 계속 신경이 쓰였고, 이대로 두면 이 피규어를 볼 때마다 아쉬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서운 마음을 꾹 누르고 네이버 판매 업체에 연락을 해봤습니다. 다행히 업체에서는 검토해보겠다며 시간을 달라했고, 1주 정도 뒤에 화살을 보내주겠다고 답을 줬었는데, 그 답을 받고 나니 혼자 걱정했던 시간이 괜히 길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놓였습니다.
"정말 죄송한데"로 시작한 이유
처음에 막상 문의 글을 쓰려고 하니 첫 문장부터 막히더라구요.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하다가 결국 제가 고른 시작은 "정말 죄송한데"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화살이 빠진 건 제 잘못이 아니니까 제가 죄송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말로 시작하는 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판매자도 사람이다 보니, 첫마디부터 불량이라고 몰아붙이면 기분이 상할 수 있고 그러면 대화가 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기분 안 상하게 하려고 제가 먼저 죄송하다고 말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사과로 시작하니 이상하게 제 마음도 차분해져서, 속상한 감정을 그대로 문장에 담지 않게 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이 말 한마디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저한테는 연락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문턱 같은 말이었습니다. 첫 줄만 쓰고 나면 그다음 문장은 생각보다 술술 나오더라구요.
그 다음에는 구구절절 천천히 설명했습니다. 어떤 피규어를 받았는지, 박스를 열고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화살통에 화살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까지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혹시 누락된 게 맞는지 확인을 부탁드린다고 마무리했습니다. 불량이라고 단정하는 대신 확인을 부탁하는 말투로 쓰니까 저도 덜 긴장되더라구요. 돌아보면 이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저처럼 말 꺼내기 어려운 분들한테는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덜 불편했고, 혹시 거절당하더라도 할 만큼은 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화살을 무사히 배송 받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습니다. 호크아이가 가장 어벤져스 중에 약하다고 평가되었지만 저한테는 한때 최고의 히어로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13년 200개, 불량은 포기가 기본값이었다
13년 동안 피규어를 200개 모으면서 불량은 생각보다 자주 만났습니다. 특히 중국 레진 피규어 중에서 불량이 있었던 게 10~20개 정도 됩니다. 그런데 그중에 제대로 해결한 건 거의 없습니다. 중국에서 직구로 산 제품은 연락을 해도 알겠다고만 하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꽤 있었거든요.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는 연락하기도 전에 무시당할 거라고 예상하고 포기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포기한 피규어 중에는 15만 원 정도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불량이 계속 눈에 밟혀서 결국 헐값에 중고로 넘긴 피규어도 있었구요. 제 수집 생활에서 불량은 포기가 기본값이었던 셈입니다.
이번 호크아이는 브라질 회사 제품이라 솔직히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기대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네이버 판매 업체가 있다 보니, 직구로 살 때와는 다르게 화살을 보내주겠다는 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믿음직하지 못한 회사의 제품이라도 누구를 통해 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습니다.
이제는 불량이 생기면 일단 포기하기보다, 판매처가 어디인지부터 확인하고 한 번은 연락해 볼 생각입니다. 화살이 꽂힌 호크아이를 보니 그 한 번의 연락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느꼈습니다.
생각해보면 일단 포기하기보다는 연락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답이 오면 좋고 안오면 그냥 넘어가는 식의 마인드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어차피 다른 나라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제가 "정말 죄송한데" 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가면 되서 오히려 편하기는 합니다. 미안한 마음도 상대적으로 덜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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