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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진 피규어가 하도 이상하게 생겨서 커뮤니티에 물어보니 짝퉁이라고 하더라구요. 산 지 얼마 안 된 피규어였는데, 받아서 볼수록 뭔가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피규어 커뮤니티에 올려봤더니 돌아온 답이 가품이라는 거였습니다. 13년 동안 피규어를 모으면서 실수도 꽤 했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 아쉬움만 남은 경우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두고두고 아쉬운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2만 원 아끼려다 버리게 된 가품 루피, 그리고 입술 때문에 뒷줄로 간 헐크 이야기입니다.
원피스 피규어 수집, 가품 2만원 차이의 실수
문제의 피규어는 원피스 2년 전 루피였습니다. 가격은 8만 원이었고, 저는 그게 가품인 줄 모르고 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품은 10만 원이었더라구요. 딱 2만 원 차이였습니다. 조금만 더 보탰으면 정품을 살 수 있었는데, 그 2만 원을 아끼려다가 8만 원을 통째로 날린 셈이 됐습니다. 차이가 몇 만 원 수준으로 크게 나면 오히려 의심했을 텐데, 2만 원 정도라 그냥 조금 싸게 나온 매물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받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얼굴이었습니다. 진짜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표정도 어색하고 이목구비도 흐릿했습니다. 13년 동안 루피 피규어를 여러 개 봐 왔는데, 이렇게 루피 같지 않은 루피는 처음이었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리고 물어봤는데, 다들 짝퉁이라고 하더라구요.
더 큰 문제는 냄새였습니다. 박스를 열자마자 특유의 고무 냄새가 확 올라왔고, 그 냄새가 방 전체로 퍼졌습니다. 냄새가 너무 독해서 뭔가 몸에 안 좋은 게 나오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장식장에 넣으면 다른 피규어들한테까지 냄새가 밸 것 같았고, 따로 둘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결국 그 루피는 그냥 버렸습니다. 이 일 이후로는 시세보다 눈에 띄게 싼 매물은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됐습니다. 2만 원 아끼자고 덤볐다가 냄새나는 루피만 남는다는 걸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아이언스튜디오 헐크, 립스틱 칠한 느낌
마블 쪽에도 아쉬운 피규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이언스튜디오의 헐크입니다. 제가 모은 아이언스튜디오 마블 피규어는 평균적으로 12~15만 원 정도였는데, 헐크는 15~18만 원으로 조금 더 비쌌습니다. 다른 캐릭터들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보니 그만큼 가격도 올라간 거였습니다.
그런데 받고 보니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눈에 걸렸습니다. 입술 색이 유독 튀더라구요. 헐크는 피부도 초록색이고 전체적으로 거칠고 무거운 느낌의 캐릭터인데, 입술만 혼자 색이 도드라져서 마치 립스틱을 칠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번 그렇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다른 부분보다 입술만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덩치가 커서 장식장에서도 존재감이 큰 피규어인데, 그 존재감 한가운데에 립스틱 바른 입술이 있으니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15~18만 원이면 마블 피규어 중에서도 비싼 편이라 반품을 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반품은 하지 않았습니다. 엔드게임 어벤져스를 모으는데 헐크가 빠진다는 건 도저히 상상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헐크는 어벤져스 원년 멤버이고, 엔드게임에서는 사라진 사람들을 되돌리는 손가락 튕기기를 해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덩치 큰 헐크가 한쪽에 버티고 있어야 어벤져스 단체 구도가 제대로 살아나기도 하구요. 아쉬운 입술 하나 때문에 헐크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었습니다.
15~18만 원짜리 피규어라 반품을 쉽게 포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반품을 고민할 때 제가 기준으로 삼은 건 이 캐릭터가 빠져도 장식장이 완성되느냐였습니다. 대신할 다른 버전이 있거나 없어도 그림이 되는 캐릭터라면 반품하는 편이 낫지만, 시리즈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라면 아쉬움을 안고 가는 쪽이 결국 덜 후회하게 됩니다. 헐크는 분명히 후자였고, 그래서 입술이 아쉬워도 반품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아쉬움을 어떻게 덜 보이게 할지는 장식장 배치에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피규어 200개, 신혼집 3.6m 장식장 배치법
지금 제가 가진 피규어는 200개 정도이고, 그중 마블 어벤져스가 30개입니다. 대부분은 신혼집에 있는 가로 3.6m, 세로 1.8m 장식장에 들어가 있고, 일부는 아직 부모님 집에 있습니다. 사실 이 장식장을 신혼집에 들일 때 와이프가 처음부터 반긴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탐탁지 않아 했는데, 제가 다른 취미는 하나도 없고 유일한 취미가 피규어 수집이라고 하니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더라구요. 그 마음이 고마워서라도 장식장은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합니다.
200개를 한 장식장에 다 넣을 수는 없다 보니, 큰 장식장에 안 들어가는 피규어들은 작은 장식장으로 따로 빼 두었습니다. 예전 포켓몬 가챠 글에서 소개했던 6만 원짜리 소형 아크릴 장식장인데, 지금은 큰 장식장 위에 작게 올려 두고 웨딩 월드콜렉터블이나 잠자는 포켓몬 시리즈 같은 작은 피규어들을 넣어 두었습니다. 빈 공간에 작은 장식장 하나만 놓아도 그 나름대로 전시가 되더라구요.
헐크도 결국 이런 배치 고민 끝에 자리를 정했습니다. 반품하지 않고 뒷줄에 배치했습니다. 덩치가 큰 만큼 뒷줄에 둬도 존재감은 충분하고, 굳이 맨 앞에 세워 입술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줄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나타샤 글에서도 했는데, 헐크는 그 앞줄 경쟁에서 스스로 한 발 물러난 셈입니다. 어벤져스에 헐크가 없는 건 상상할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인데, 지금 보면 아쉬운 피규어도 자리만 잘 잡아 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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