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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 피규어 30개 구매, 레드스컬은 어벤져스가 아니라서 의도적으로 제외했습니다. 원피스만 모으던 제가 마블에 빠지게 된 건 아이언스튜디오의 엔드게임 라인 때문이었는데요. 30개를 모으는 동안 사지 않은 캐릭터는 레드스컬 하나뿐이었습니다. 다 모은 것보다 하나를 뺀 이유가 더 기억에 남는 수집이었습니다. 오늘은 레드스컬을 뺀 이유와 세트 판매가 아쉬웠던 이야기, 30개를 장식장 한 칸에 넣으면서 나타샤를 제일 구석으로 보낸 이유, 그리고 어벤져스와 블랙오더로 전투구도를 만든 이야기까지 풀어보겠습니다.
엔드게임 피규어 컬렉션, 레드스컬만 뺀 30개
제가 가진 마블 피규어는 30개입니다. 개당 12~15만 원 정도였고, 다 합치면 400만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이 비용과 기간 이야기는 예전 글에서 자세히 했으니, 오늘은 사지 않은 하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레드스컬입니다. 돈이 없어서 못 산 게 아니라 일부러 뺐습니다. 제가 모으고 싶었던 건 엔드게임의 히어로들이었는데, 레드스컬은 히어로가 아니라서 처음부터 살 생각이 없었거든요. 블랙오더도 히어로는 아니지만, 블랙오더는 어벤져스와 정면으로 맞서는 상대라 함께 있어야 장면이 완성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레드스컬은 그 싸움에 끼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제 장식장에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타샤를 혼자두면 이상하고, 레드스컬이랑 같이 둬야 진정한 나타샤의 마지막 장면이 딱 알맞게 나오거든요. 그래서 이걸 세트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망설이게 되더라구요. 원하지 않는 캐릭터 때문에 원하는 피규어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결국 기준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시리즈물은 하나만 빠져도 그 자리가 계속 비어 보이기 마련인데, 레드스컬만큼은 빠진 게 아니라 뺀 거라서 그런지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습니다. 모으는 기준이 분명하니 뺄 것도 분명해지더라구요. 오히려 이렇게 기준을 잡으니 속이 더 후련해진거 같았습니다. 물론 베이스도 절반만 와서 살짝은 아쉬운게 있지만 그냥 넘어가려고 합니다.
시리즈 피규어를 모을 때는 처음부터 어디까지 모을지 기준을 정해 두는 게 좋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기준 없이 모으면 세트에 묶인 캐릭터 하나 때문에 계속 흔들리게 되고, 결국 원하지 않는 피규어까지 들이게 됩니다. 저는 엔드게임의 히어로와 그 상대만 모은다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한참을 망설이고도 결국 레드스컬을 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피규어 전시, 이질감과 배치의 현실
피규어를 모으는 것과 전시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제 장식장은 가로 3.6m짜리인데, 안이 4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원래는 원피스 피규어로 채워져 있던 장식장이라, 마블을 넣을 자리를 따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결국 마블 30개는 그중 1칸에 전부 몰아넣고, 나머지 3칸은 원피스로 채웠습니다.
30개를 1칸에 넣는다는 게 말은 쉬운데, 막상 해보면 정말 빡빡합니다. 큰 캐릭터 뒤에 작은 캐릭터가 가려지기도 하고, 앞줄에 두고 싶은 캐릭터는 많은데 앞줄은 한정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여러 번 넣었다 뺐다 하면서 제일 잘 보이는 곳 위주로 자리를 정했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정하다 보니 신경 쓰인 게 이질감이었습니다. 한 공간에 전시하는데 배경이 다른 피규어가 섞이면 묘하게 따로 노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예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인피니티워 피규어처럼, 베이스 하나만 달라도 조명을 켜면 바로 티가 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이었던 게 나타샤입니다. 나타샤는 배경이 다른 캐릭터들과 달라서, 가운데에 두면 혼자 다른 장면에서 온 것처럼 튀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일 구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나타샤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 칸 전체가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게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구석이라도 조명이 닿는 자리라, 가까이서 보면 나타샤만의 분위기는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30개 중에서 자리를 정하기 가장 애매했던 피규어가 나타샤였던 셈입니다.

어벤져스 VS 블랙오더, 1칸으로 만든 전투구도
자리를 정하면서 제가 잡은 기준은 어벤져스 vs 블랙오더 구도였습니다. 그냥 나란히 세워 두면 30개가 줄 서 있는 느낌밖에 안 나는데, 양쪽 편을 나눠서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하니 한 칸 안에서 전투 장면이 만들어지더라구요. 어벤져스 쪽과 블랙오더 쪽이 서로를 향하도록 방향을 맞추고, 중심이 되는 캐릭터는 가운데 쪽으로 모았습니다. 블랙오더 5종은 구하는 데 고생을 많이 했던 만큼, 히어로들 맞은편에 제대로 세워 두니 더 뿌듯했습니다. 숫자는 히어로 쪽이 훨씬 많은데도 블랙오더 쪽이 전혀 밀리지 않아서,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생겼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피규어인데도 금방이라도 서로 달려들 것 같은 느낌이었고, 이게 단체 피규어를 모으는 진짜 재미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알게 된 현실도 있습니다. 30개나 있으니 원하는 구도는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엄청 제한적이었습니다. 한 칸이라는 공간 안에서 편을 나누다 보면 이 자리에 이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곳이 계속 생기는데, 그 자리에 맞는 피규어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결국 있는 피규어 안에서 최대한 그림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장식장 1칸을 보면 그동안 모은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새로 사는 것보다, 지금 있는 30개로 구도를 바꿔 가며 다르게 보여주는 쪽에 더 신경 써볼 생각입니다. 모으는 재미만큼 배치하는 재미도 크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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