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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스튜디오 토르 피규어 후기, 15만원짜리가 2~3년 만에 고꾸라졌다

한땀한땀수집가 2026. 10. 22. 20:51

목차


    아이언스튜디오 마블 엔드게임 토르, 무기가 뒤로 휘어 있었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장식장에 세워 두고 2~3년이 지나자 그 휘어짐이 눈에 띄게 커졌더라구요. 어느 날 보니 무기 끝이 바닥 쪽으로 축 처져 있었습니다. 같은 피규어가 맞나 싶을 만큼 달라져 있었습니다. 오늘은 토르를 받자마자 무기부터 확인했던 이야기와, 15만 원짜리가 2~3년 만에 고꾸라진 과정, 허공을 바라보는 표정에 불만이었다가 납득하게 된 이유, 그리고 수집가가 피규어 자세부터 보는 이유까지 풀어보겠습니다.

     

    아이언스튜디오 토르, 무기부터 확인한 이유

    토르를 받았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본 건 무기였습니다. 토르는 무기 없이는 설명이 안 되는 캐릭터라, 피규어에서도 무기가 어떻게 나왔는지가 제일 궁금했거든요. 망치든 도끼든, 토르가 그걸 휘두르는 모습이 곧 토르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스에서 꺼내 손에 쥐여 놓고 보니, 무기가 똑바르지 않았습니다. 뒤로 살짝 휘어 있었습니다. 각도로 보면 15~20도 정도, 무기 끝이 바닥 쪽으로 치우쳐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앞에서 보면 잘 모르는데, 옆으로 돌려 보면 무기가 손에서부터 아래로 조금씩 처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원래 이렇게 디자인된 건가 싶었습니다. 휘두르는 순간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각도를 준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손잡이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진 곡선이 아니라, 중간부터 힘없이 꺾여 내려간 모양이라 디자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그때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면에서 볼 때는 크게 티가 안 났고, 장식장 안에 넣으면 다른 피규어들 사이에서 묻힐 정도였거든요. 30개가 함께 서 있는 칸에서 무기 각도 하나까지 눈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전시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무기부터 확인한 건 잘한 일이었지만, 확인하고도 그냥 넘어간 건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15만원짜리가 2~3년 만에 고꾸라짐

    처음엔 괜찮았던 토르의 무기가 문제가 된 건 2~3년이 지나서였습니다. 장식장 앞을 지나가다 문득 토르를 봤는데, 무기가 예전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 15~20도 정도였던 휘어짐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커져서 고꾸라진 모양이 된 거죠.

    피규어 무기는 손에 들린 채로 몇 년 동안 같은 자세를 버텨야 합니다.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있으면 아주 조금씩 그 방향으로 처지게 되는데, 하루하루는 티가 안 나다가 몇 년이 쌓이면 눈에 확 보이게 됩니다. 예전에 여름철 더위에 레진 피규어 발목이 기울어진 적이 있었는데, 토르 무기도 비슷하게 시간과 계절이 쌓이면서 조금씩 내려앉은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휘어 있던 무기라, 버티는 힘도 그만큼 약했을 겁니다.

    토르는 15만 원에 샀습니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가격은 아니라서 더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은 무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표정도 상황에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엔드게임 마지막 전투의 토르라면 분노나 결의가 느껴지는 얼굴을 기대하게 되는데, 피규어 속 토르는 어딘가 멍한 표정이었습니다. 무기는 내려앉고 표정은 상황과 어긋나 있으니, 15만 원을 주고 산 피규어가 2~3년 만에 장식장에서 가장 아쉬운 피규어가 돼 버린 셈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토르를 볼 때마다 불만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토르의 고꾸라진 무기
    토르의 고꾸라진 무기

     

    허공 바라보는 표정, 불만이었다가 납득한 과정

    토르의 표정이 특히 불만이었던 이유는 시선 때문입니다. 토르는 점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적을 향해 뛰어오르는 게 아니라 허공을 바라보며 점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몸은 앞으로 날아오르는데 눈은 엉뚱한 데를 보고 있으니, 싸우는 장면이라기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한동안 혼자 이 부분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장식장 안의 다른 히어로들은 다들 블랙오더 쪽을 노려보고 있는데, 토르만 혼자 딴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엔드게임을 다시 보다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영화 속 그 장면을 보니, 토르가 싸우는 상대가 눈높이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블랙오더가 고지대에 있어서 그런 표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이 높은 곳에 있으니 토르는 위를 올려다보며 뛰어오를 수밖에 없고, 그걸 정면에서 보면 허공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던 거죠.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장식장을 보니, 토르의 표정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멍하게 딴 곳을 보는 게 아니라, 높은 곳에 있는 적을 올려다보며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던 겁니다. 같은 피규어인데 어떤 장면인지 알고 보니 표정이 전혀 다르게 읽혔습니다. 피규어는 그대로인데 제 눈만 바뀐 셈이었죠. 혼자 불만이 많았는데 영화 장면을 보고 나서야 납득이 됐습니다. 그동안 피규어 탓만 했던 게 조금 미안해지더라구요.

     토르 피규어 전체 모습과 얼굴
    토르 피규어 전체 모습과 얼굴

     

    수집가가 피규어 자세부터 보는 이유

    이 일을 겪고 나서 피규어를 볼 때 습관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자세부터 확인하는 겁니다. 수집가들은 피규어를 받으면 영화 속 자세와 대조해서 피규어 자세부터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자세가 영화의 어느 장면에서 나온 건지 알아야, 피규어를 어떻게 세워야 하고 주변에 누구를 둬야 하는지도 알 수 있거든요. 토르처럼 시선이 어긋나 보이는 피규어도, 원래 장면을 알고 나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물론 모든 피규어가 영화 포즈를 그대로 따른 건 아닙니다. 영화 포즈인 줄 알지만, 그냥 멋있어서 만든 포즈도 있습니다. 회사가 영화에 없는 장면을 만들어 넣기도 하고, 실제 장면을 조금씩 바꿔서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하죠. 그래서 피규어 자세를 볼 때는 이게 영화 장면인지, 아니면 멋을 위해 만든 포즈인지 잘 봐야 합니다. 영화 장면이라면 그 장면에 맞게 배치하면 되고, 만든 포즈라면 장식장 안에서 가장 멋있어 보이는 자리를 찾아 주면 됩니다. 토르는 그걸 몰라서 2~3년 동안 엉뚱한 불만을 품고 있었던 셈입니다.

    무기는 고꾸라졌고 표정도 처음엔 아쉬웠지만, 토르를 빼고 엔드게임 장식장을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 있어도 엔드게임 전시에 토르는 빠질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무기를 조심스럽게 바로잡아서, 블랙오더를 올려다보며 뛰어오르는 토르를 처음 모습 그대로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때까지는 지금 모습 그대로라도 엔드게임 장면의 한 자리를 지켜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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