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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수집/마블 피규어

버키반즈 피규어 리뷰, 14만원인데 검은 붕대 감은 팔이었다

한땀한땀수집가 2026. 10. 20. 14:10

목차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세뇌됐을 때랑은 완전 달랐습니다. 14만 원짜리 버키 반즈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든 생각이었는데요. 영화 속 버키는 차갑고 날 선 윈터솔저의 이미지가 강한데, 제 손에 들린 버키는 어딘가 순둥순둥한 얼굴로 저를 보고 있더라구요. 거기에 반짝여야 할 기계 팔까지 기대와 달랐습니다. 첫 만남부터 예상과 어긋난 피규어였던 셈입니다. 오늘은 버키 반즈 피규어의 첫인상과 아쉬웠던 기계 팔, 그래도 건진 장점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뒤에 세운 이유까지 풀어보겠습니다.

     

    버키 피규어 첫인상, 14만원인데 순둥순둥한 얼굴

    버키 반즈는 14만 원에 들였습니다. 박스를 열고 얼굴을 봤을 때 첫 느낌은 제 예상보다 훨씬 순하다는 거였습니다. 얼굴이 순둥순둥해서 긴박감이 없어 보였거든요. 버키는 엔드게임 마지막 전투에 다시 돌아와 함께 싸우는 캐릭터라, 저는 당연히 전투 중의 날카로운 표정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규어 속 버키는 전장 한가운데 있다기보다, 잠깐 숨 돌리며 서 있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 건 제 머릿속 버키가 윈터솔저였기 때문입니다. 버키 하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세뇌된 상태로 싸우던 모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눈빛만 보여도 섬뜩하던 그 모습과 비교하면, 지금 피규어의 버키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물론 엔드게임 시점의 버키는 세뇌에서 풀려난 뒤라 표정이 부드러운 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피규어는 결국 한 장면을 멈춰 놓은 거라, 그 장면에 맞는 긴장감이 얼굴에 담겨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14만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 그랬습니다. 싼 피규어였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이 정도 가격이면 표정 하나에도 기대가 생기거든요. 첫인상만 놓고 보면 솔직히 만족보다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쪽이었습니다. 박스에서 꺼내 한 바퀴 돌려 보고 나서도, 이게 정말 그 버키가 맞나 싶어 공개 사진을 다시 찾아볼 정도였습니다.

    윈터솔저 전체 모습과 얼굴
    윈터솔저 전체 모습과 얼굴

     

    윈터솔저 기계 팔, 검은 붕대 감은 팔 같아 보임

    얼굴보다 더 아쉬웠던 건 기계 팔이었습니다. 버키의 상징은 누가 뭐래도 금속으로 된 왼팔입니다. 영화에서는 빛을 받으면 번쩍번쩍하면서 금속 특유의 질감이 살아 있어서, 팔 하나만 봐도 버키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피규어에서도 그 팔이 가장 기대됐습니다.

    그런데 실물 버키의 기계 팔은 검은 붕대를 감은 팔처럼 보였습니다. 금속 광택이 거의 없고 색도 어둡게 처리돼 있어서, 조명 아래에서도 반짝이는 느낌이 잘 살지 않았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판 같은 구조가 보이긴 하는데,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그냥 검은 천으로 팔을 감싸 놓은 것 같더라구요. 버키라는 캐릭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흐릿하게 표현된 셈이라 아쉬움이 컸습니다. 다른 부분은 다 가려도 이 팔만큼은 제대로 나왔으면 했는데, 하필 가장 중요한 곳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사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영화 기반 피규어는 실제 배우와 소품을 옮겨 오는 거라, 영화 속 모습과 안 닮은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조명이나 카메라 각도로 만들어진 영화 속 느낌을 피규어 크기에 그대로 담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동안 마블 피규어를 모으면서도 비슷한 아쉬움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 피규어를 살 때 처음부터 기대치를 조금 낮춰 두는 편인데, 버키는 그 낮춘 기대치보다도 조금 더 아래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건진 것들, 유리창 베이스와 앞으로 나가는 포즈

    그렇다고 버키가 아쉬운 점만 있는 피규어는 아닙니다. 얼굴과 팔에서 실망했던 만큼, 다른 부분에서 건진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유리창이 깨진 베이스입니다. 버키는 깨진 유리창 조각들이 흩어진 바닥 위에 서 있는데, 이 덕분에 피규어 전체에 생동감이 있습니다. 방금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전투 한가운데서 막 무언가를 부수고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 얼굴에서 아쉬웠던 긴박감을 오히려 발밑의 깨진 유리가 대신 채워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포즈입니다. 버키는 앞으로 나가려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이 포즈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한쪽 다리에 무게를 실으면서 몸이 앞으로 기울어 있어서,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가만히 서 있는 피규어였다면 순한 얼굴 때문에 더 밋밋해 보였을 텐데, 포즈가 앞으로 쏠려 있으니 피규어 전체에서는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결국 버키는 얼굴과 팔이 아니라, 베이스와 포즈로 장면을 만드는 피규어였습니다. 처음엔 실망했지만 한 발 떨어져서 전체를 보니, 깨진 유리 위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 버키의 모습이 꽤 그럴듯했습니다. 피규어 하나를 볼 때 얼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아쉽고 멀리서 보면 멋있는 피규어라, 장식장 안에서 어디에 세울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유리창 밟고 있는 버키
    유리창 밟고 있는 버키

     

    엔드게임 전시 배치, 캡틴 뒤에 세운 이유

    그래서 버키 자리는 캡틴 아메리카 뒤로 정했습니다. 버키와 캡틴은 영화 내내 서로를 지켜 온 친구라, 캡틴 바로 뒤에서 그의 뒤를 봐주는 느낌으로 세우고 싶었습니다. 캡틴이 앞에서 싸우고, 버키가 그 등을 지키는 구도입니다. 마블 피규어 중에서 이 둘만큼 같이 세워 두는 의미가 분명한 조합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위치는 최상단입니다. 뒤쪽이면서도 높은 자리라, 앞에서 보면 캡틴의 어깨 너머로 버키가 앞으로 나가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아쉬웠던 얼굴과 기계 팔도, 이 정도 거리와 높이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앞으로 쏠린 포즈와 깨진 유리 베이스가 먼저 보이니, 버키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자리인 셈입니다. 단점을 숨기고 장점을 살리는 자리를 찾고 나니, 처음 박스를 열었을 때의 실망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버키는 처음부터 고민할 이유가 없는 피규어였습니다. 저는 엔드게임 전원을 모으려고 했기 때문에, 얼굴이 순하든 팔이 붕대 같든 버키를 빼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절대 후회는 없습니다. 레드스컬처럼 일부러 뺀 캐릭터를 빼면 엔드게임 장면에 필요한 자리는 이제 다 채웠고, 남은 건 새로 사는 일이 아니라 30개의 자리를 더 좋게 바꿔 가는 일입니다. 버키도 그중 하나로, 캡틴의 뒤를 지키는 지금 자리에서 오래 서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자리가 버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뒤 배치
    캡틴 아메리카 뒤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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