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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켜면 내부가 투명해서 진짜 슈퍼파워 느낌이 나고, 곧장 하늘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캡틴마블 피규어를 받고 장식장 조명을 처음 켰을 때 든 생각이었는데요. 낮에 볼 때와 밤에 불을 켜고 볼 때가 이렇게 다른 피규어는 처음이었습니다. 피규어 하나가 조명 하나로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캡틴마블을 최전방 5번째 자리에 세운 이유와 클리어 레진으로 만든 오로라 같은 몸, 조명을 켰을 때 달라지는 모습, 그리고 갈수록 섬세해지는 엔드게임 라인 이야기까지 풀어보겠습니다.
캡틴마블 피규어 배치, 최전방 5번째 자리
제 엔드게임 시리즈는 모두 30개이고, 어벤져스와 블랙오더가 마주 보는 대결 구도로 세워 두었습니다. 그 안에서 캡틴마블의 자리는 최전방입니다. 악당을 빼고 앞에서부터 세면 5번째 자리입니다.
사실 이 자리는 처음부터 계획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 장식장은 뒤쪽 문을 열고 피규어를 넣는 후면 장식장입니다.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후면 장식장은 뒤쪽 자리에 피규어를 넣으려면 앞에 있는 피규어를 전부 빼야 합니다. 캡틴마블을 뒤쪽에 넣으려면 30개를 거의 다 꺼냈다 다시 넣어야 했는데, 그게 귀찮아서 그냥 앞에 뒀습니다.
그런데 막상 앞에 두고 보니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캡틴마블은 엔드게임에서 기여가 정말 큰 캐릭터입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물론이고, 영화 전체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힘을 보탰습니다. 배우를 두고 이런저런 논쟁이 있었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피규어를 세울 때는 영화 속 캐릭터의 활약을 기준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배우 논쟁이 있어도 영화 기여가 컸으니, 최전방에 둘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귀찮아서 시작된 자리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캡틴마블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가 됐습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앞줄에 서 있으니 엔드게임 주역들의 무게감이 한층 살아났습니다. 가끔은 귀찮음이 가장 좋은 배치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18~21만원, 오로라 클리어 레진과 포즈
캡틴마블은 18~21만 원 정도에 샀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흐릿한데, 엔드게임 라인 안에서는 비싼 편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받아 보고 나니 가격에 대한 고민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먼저 포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캡틴마블은 공중으로 치솟는 포즈인데, 영화에서 거대 함선을 무너뜨리던 장면이 떠오르는 자세입니다. 주먹을 앞세우고 위로 솟구치는 모습이라, 다른 히어로들이 땅을 딛고 싸울 때 혼자 하늘을 가르는 느낌이 납니다.
이 피규어의 핵심은 클리어 레진입니다. 몸 주변을 감싼 에너지가 투명한 클리어 레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에 색이 입혀져 있어서 오로라 같은 느낌이 납니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투명한 레진 안에서 은은하게 섞여 있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번집니다. 그리고 이 오로라 느낌은 베이스까지 이어집니다. 베이스까지 클리어 레진에 색을 입혀서, 바닥에서부터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글에서 원피스 에이스 피규어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불투명을 골랐다고 했는데, 캡틴마블은 정반대로 클리어가 정답이었습니다. 애니 속 칠해진 불과 달리, 실사 영화 속 우주 에너지는 빛 그 자체라 투명해야 맞았거든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엔드게임 버전이라 숏컷이어서, 제가 좋아하던 단발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클리어 레진이 주는 감동에 비하면 작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조명 켜면 달라지는 것, 곧장 하늘로 올라갈 것 같다
캡틴마블은 조명을 끄고 볼 때와 켜고 볼 때가 완전히 다른 피규어입니다. 조명을 끄면 투명한 곳에 노란색과 파란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예쁘지만, 아직은 색이 칠해진 투명한 조형물 정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불을 켜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불을 켜면 내부가 투명해서 빛이 레진 안을 통과하고, 진짜 슈퍼파워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납니다. 정지된 피규어인데도 곧장 하늘로 올라갈 것 같은 기세가 느껴지더라구요. 처음 조명을 켜고 이 모습을 봤을 때는 한참 동안 장식장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장식장 조명 구조도 한몫했습니다. 제 장식장은 천장과 바닥 양쪽에 조명이 있어서, 위아래에서 비춰 줍니다. 그래서 클리어 레진이 더 잘 살아납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빛과 아래에서 올라오는 빛이 투명한 레진 안에서 만나니, 에너지가 안쪽부터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반 장식장은 위에만 조명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위쪽은 밝지만 아래쪽은 그림자가 지고, 클리어 레진도 윗부분만 반짝이게 됩니다. 반면 고급 라인 장식장은 아래에서도 조명이 들어와서, 투명한 부분 전체가 빛을 머금습니다. 캡틴마블처럼 베이스까지 클리어인 피규어는 이 차이가 특히 크게 납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빛이 베이스부터 몸까지 쭉 타고 올라가니, 정말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처럼 보이거든요. 이 피규어를 보고 나서야 바닥 조명의 진가를 알았습니다.


엔드게임 나온 건 다 산다, 갈수록 섬세해짐
캡틴마블을 받고 나서 확실해진 게 하나 있습니다. 엔드게임에서 나온 히어로는 무조건 다 산다는 겁니다. 레드스컬처럼 히어로가 아니라서 일부러 뺀 경우를 빼면, 지금까지 이 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그리고 캡틴마블은 그 원칙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 준 피규어입니다.
퀄리티도 이전에 리뷰한 것들보다 좋은 편입니다. 그동안 리뷰하면서 얼굴이 아쉬웠던 피규어, 포즈가 밋밋했던 피규어, 하자가 있었던 피규어를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캡틴마블은 그런 아쉬움이 거의 없었습니다. 클리어 레진의 완성도, 포즈의 역동성, 베이스까지 이어지는 연출까지 고르게 잘 나왔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캡틴마블은 시리즈 마지막 즈음에 나온 캐릭터입니다. 아이언스튜디오도 엔드게임 라인을 이어 가면서 경험이 쌓였을 테니, 갈수록 디테일이 섬세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초반에 나온 피규어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이펙트 표현이나 도색에서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선 게 느껴집니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으다 보니 이런 변화까지 보이는 게 수집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엔드게임 나온 건 무조건 다 산다는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다음에 엔드게임 캐릭터가 새로 나온다면, 웡처럼 아직 없는 캐릭터든 다른 버전이든 이미 살 준비가 돼 있습니다. 캡틴마블처럼 갈수록 좋아지는 피규어를 보면, 그 기다림마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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