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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쓰니까 화가 나서 열심히 싸워야지 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스타로드 피규어의 얼굴을 헬멧 장착 버전으로 바꿨을 때 든 생각인데요. 맨얼굴일 때는 어딘가 능청스러운 스타로드였는데, 헬멧 하나로 전장 한가운데 선 히어로가 되더라구요. 마블 피규어를 처음 모으던 때 들인 스타로드라 더 애정이 가는 피규어이기도 합니다. 시작을 함께한 피규어니까요. 오늘은 스타로드를 헬멧 버전으로 바꾼 이유와, 마블 피규어에 쓴 돈 이야기, 그리고 30개를 세우는 저만의 서열 기준까지 풀어보겠습니다.
마블 피규어 첫 구매, 스타로드 19~21만원
스타로드는 제가 마블 피규어를 모으기 시작하던 무렵에 들인 피규어입니다. 가격은 19~21만 원 정도였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시절 저한테는 꽤 큰돈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이 피규어는 얼굴을 바꿔 끼울 수 있게 나왔습니다. 맨얼굴 버전과 헬멧 장착 버전이 있는데, 처음엔 맨얼굴로 두었다가 나중에 헬멧 장착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바꾸고 나니 제일 멋있었습니다. 맨얼굴의 스타로드는 영화 속 그 능청스럽고 장난기 많은 느낌이 살아 있어서 나쁘지 않았는데, 헬멧을 씌우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헬멧을 쓰니까 화가 나서 열심히 싸워야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이 빨갛게 빛나는 헬멧이 얼굴을 덮으니, 장난을 치던 스타로드가 아니라 전투에 나선 스타로드가 된 거죠. 엔드게임 마지막 전투 장면에 세워 둘 피규어라, 저한테는 이쪽이 훨씬 잘 어울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같은 방법이 앤트맨에서도 통했다는 겁니다. 앤트맨도 헬멧을 씌우니 장난기 있는 표정이 안 나와서 진지해 보였습니다. 스타로드와 앤트맨은 둘 다 영화에서 농담을 많이 하는 캐릭터인데, 헬멧 하나로 그 가벼운 분위기가 싹 가라앉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장난기 많은 캐릭터일수록 전투 장면에서는 헬멧을 씌우는 쪽을 택합니다. 장식장 안에서는 웃는 얼굴보다 싸우는 얼굴이 더 필요하니까요.


피규어 취미 비용, 400만원 쓴 이유
스타로드를 시작으로 모은 어벤져스 피규어에만 400만 원 가까이 썼습니다. 한 번에 쓴 돈은 아니지만, 다 합쳐 놓고 보면 저도 놀라는 금액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주변 반응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 돈이면 중고차를 살 돈이라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400만 원이면 작은 중고차 한 대 값이고, 차는 매일 타고 다니기라도 하는데 피규어는 장식장에 서 있기만 하니까요. 숫자만 놓고 보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더 값어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중고차는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언젠가는 바꿔야 할 물건입니다. 반면에 이 피규어들은 하나하나 들어온 날과 이유가 다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스타로드를 처음 받았을 때의 설렘, 블랙오더를 구하느라 해외 직구까지 했던 일, 헬멧 하나 바꿔 끼우고 혼자 감탄했던 순간까지 전부 이 400만 원 안에 들어 있습니다. 저한테는 물건을 산 게 아니라, 그 시간들을 산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 피규어들은 매일 저를 즐겁게 해 줍니다. 퇴근하고 들어와 장식장 앞을 지나갈 때마다 잠깐씩 멈춰 서게 되는데, 그 짧은 순간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쉼표가 됩니다. 남들이 보기엔 돈을 버리는 취미일 수 있지만, 저한테는 그 어떤 물건보다 오래, 그리고 매일 쓰고 있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중고차 살 돈이라는 말을 들어도, 저는 웃으면서 이게 더 좋다고 대답합니다.
장식장 불 켜면 달라지는 것
피규어는 장식장에 넣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진짜 모습은 장식장 불을 켰을 때 나옵니다. 불을 끄고 볼 때는 그냥 피규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느낌인데, 조명을 켜는 순간 하나의 장면이 됩니다. 장식장 불을 켜면 그게 더 멋있게 느껴집니다. 특히 스타로드처럼 헬멧에 빨간 눈이 있는 피규어는 조명을 받으면 그 눈이 더 또렷해 보여서, 전투에 나선 느낌이 한층 살아납니다.
처음 장식장에 조명을 달았을 때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낮에 볼 때와 밤에 불 켜고 볼 때가 완전히 달라서, 같은 피규어를 산 게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림자가 생기면서 피규어마다 굴곡이 살아나고, 뒤쪽에 선 피규어들까지 존재감이 생겼습니다. 장식장 조명은 피규어를 하나 더 사는 것보다 훨씬 큰 변화를 준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그렇게 불을 켜 놓고 보면, 제 장식장의 마블 칸은 한 편의 전투 장면이 됩니다. 장식장에 30개를 세웠는데, 블랙오더랑 히어로가 서로 마주 보는 대결 구도로 배치했습니다. 이 구도는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오늘은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대결 구도는 그대로 두고, 그 안의 순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다만 그때 이야기하지 않은 게 하나 있습니다. 히어로 쪽 안에서도 누가 앞에 서고 누가 뒤에 설지 정하는 저만의 기준이 있다는 겁니다. 불을 켜면 앞줄과 뒷줄의 차이가 더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 기준이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30개 서열 구도, 앞줄 기준은 제압 장면
제 장식장의 기본 원칙은 단순합니다. 잘 나온 피규어는 중간, 못 나온 피규어는 뒤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캐릭터라도 피규어 퀄리티가 아쉬우면 뒤로 보내고, 비중이 작더라도 잘 나온 피규어는 눈에 잘 띄는 가운데로 끌어옵니다. 그리고 그 앞줄에는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섭니다. 엔드게임 하면 이 둘을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앞줄을 정하는 기준은 정확히 뭘까요. 저는 세 가지를 봅니다. 영화 속 비중, 임팩트, 그리고 제압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이었는지, 등장했을 때 얼마나 강렬했는지, 그리고 적을 제압하는 장면이 있었는지입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마지막 제압 장면입니다. 엔드게임 마지막 전투에서 적을 압도하는 장면을 가진 캐릭터는 피규어로 세워 놨을 때도 그 기세가 느껴지거든요. 아이언맨과 캡틴이 앞줄에 서는 것도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입니다.
스타로드는 이 기준으로 보면 앞줄은 아닙니다. 영화 속 비중이나 제압 장면에서는 아이언맨이나 캡틴에 밀리니까요. 대신 헬멧을 씌운 뒤로 피규어 자체가 확실히 잘 나와 보여서, 가운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헬멧 하나로 뒤에서 가운데로 올라온 셈입니다. 이렇게 30개의 서열을 정하다 보면 결국 중고차 살 돈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저는 이게 더 값어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불을 켜 놓고, 서열을 바꿔 가며 장식장을 다시 꾸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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