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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은수염 피규어 애들은 저한테만 특별하기 때문에 제일 밑에 전시해 두고 보고 있습니다. 200개 가까운 피규어 중에서 검은수염 캐릭터만 9개인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냥 비슷한 캐릭터가 여러 개 모여 있는 칸으로 보일 겁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하나하나 들어온 이유와 사연이 있는 피규어들이라, 오히려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맨 아래 칸을 내줬습니다. 오늘은 검은수염 9개를 작은 사이즈로만 모은 이유와, 선물로 받은 MINI 레진 이야기, 그리고 제일 밑에 둔 이유까지 풀어보겠습니다.
검은수염 피규어 9개, SD·월콜만 고른 이유
제가 가진 검은수염 피규어는 9개입니다. 해적단원까지 합친 세트가 아니라, 검은수염 본인 캐릭터만 9개입니다. 같은 캐릭터를 이렇게 많이 가진 건 제 컬렉션에서 검은수염이 유일합니다. 처음 한두 개를 살 때만 해도 9개까지 모을 줄은 몰랐는데, 새로운 검은수염이 나올 때마다 이번 것만 하던 게 쌓여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만큼 이 캐릭터한테는 유독 지갑이 쉽게 열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9개는 전부 SD 사이즈 이거나 월드콜렉터블 사이즈입니다. 작은 피규어만 모았다는 뜻이죠. 사실 처음부터 작은 것만 고집한 건 아닙니다. 본래 크기로 나온 검은수염 제품도 갖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커서 못 샀습니다. 둘 곳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큰 피규어 하나를 들이면 작은 피규어 여러 개 자리가 사라지니, 그때는 작은 걸 여러 개 사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큰 검은수염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이 9개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 줬을 텐데 말이죠.
그렇다고 작은 사이즈가 아쉽기만 한 건 아닙니다. SD 사이즈는 원본 비율이 아니라 얼굴을 유독 크게 만드는데, 저는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은수염은 원래 덩치가 크고 표정이 과장된 캐릭터라, 얼굴을 키우면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이 더 잘 보입니다. 큰 입을 벌리고 웃는 얼굴이 손바닥만 한 몸 위에 올라가 있으면, 무섭다기보다 귀엽고 익살스럽게 느껴지더라구요. 같은 검은수염이라도 회사마다 얼굴을 키우는 정도가 다르고 표정도 조금씩 달라서, 9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은 사이즈만 모은 건 아쉬움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9개만의 색깔이 된 셈입니다.

9개에 150만원, 선물로 받은 MINI 레진
검은수염 9개에 들어간 돈은 150~200만 원 정도입니다. 작은 사이즈만 모았는데도 이만큼 든 건, 그중에 레진 제품이 섞여 있어서입니다. 레진은 작아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아서, 손바닥만 한 크기에도 PVC 몇 개 값이 들어가곤 합니다. 150~200만 원이면 본래 크기 레진 검은수염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인데, 저는 그 돈을 작은 검은수염 여러 개로 나눠 쓴 셈입니다. 한 캐릭터에 이 정도를 쓴 건 검은수염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9개 중 1개는 돈을 주고 산 게 아닙니다. 선물로 받은 피규어입니다. 바로 MINI사에서 나온 레진 검은수염입니다. 예전에 저는 중국 피규어 회사들의 소식을 2~3년 동안 꾸준히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새로 공개된 제품이나 예약 일정 같은 걸 정리해서 알리는 일이었는데, 돈을 받고 한 게 아니라 좋아서 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고맙게 생각한 커뮤니티에서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보내 줬습니다. 그게 이 MINI 레진 검은수염입니다. 처음 상자를 받았을 때는 정말 생각지도 못해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이 MINI 레진 검은수염은 SD보다도 얼굴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비율로 보면 거의 얼굴이 몸의 절반 가까이 되는 느낌이라, 9개 중에서 가장 귀엽습니다. 크기도 작은데 얼굴은 크니, 장식장 안에서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더라구요. 9개를 한 줄로 세워 두면 이 MINI가 가장 작은데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돈을 주고 산 피규어는 아니지만, 저한테는 9개 중 가장 값진 피규어입니다. 2~3년 동안 좋아서 했던 일이 이렇게 하나의 피규어로 남았으니까요.

총 200개 장식장, 검은수염은 제일 밑에
지금 제 장식장은 가로 3.6m, 높이 1.8m짜리 큰 장식장입니다. 그런데 검은수염을 모으기 시작했을 때는 이런 장식장이 없었습니다. 장식장 생각을 하기 전부터 수집을 시작했기 때문에, 둘 곳을 생각해서 작은 것만 샀던 거죠. 그러다 나중에 큰 장식장이 생겼고, 그제야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장식장을 채우면서 다른 캐릭터들은 큰 피규어로 하나둘 자리를 잡는데, 검은수염만 작은 피규어들로 남아 있는 게 계속 눈에 밟히더라구요. 이 정도 장식장이 생길 줄 알았다면 본래 크기 검은수염을 그때 샀을 텐데 말이죠.
지금 장식장에는 200개 가까운 피규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검은수염 9개는 제일 아래 칸에 있습니다. 보통 장식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눈높이인 가운데 칸입니다.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보는 곳도 거기고요. 그런데 검은수염은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려고 모은 피규어가 아닙니다. 남들 눈에는 같은 캐릭터 여러 개일 뿐이지만, 저한테는 하나하나 사연이 있는 피규어들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제일 밑에 두었습니다. 쪼그려 앉아서 가까이 들여다봐야 제대로 보이는 자리라, 오히려 저 혼자 천천히 보기에는 가장 좋은 자리입니다. 바닥에 앉아 눈높이를 맞추면 9개의 표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장식장 전체 크기를 생각하면, 검은수염 자리가 이것뿐이라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렇게 넓은 장식장을 두고도 검은수염 칸에는 작은 피규어만 있으니까요. 언젠가 본래 크기 검은수염을 하나 들인다면, 그때는 제일 밑 칸 가운데에 세워서 9개를 거느린 대장처럼 보이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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