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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를 물고 씩 웃는 표정, 사악하면서도 여유로운 포즈입니다. 검은수염 해적단의 시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모습인데요. 이 표정을 두 회사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같은 시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봤습니다. 하나는 5만 원짜리 아니메히어로즈 세트에 들어 있는 시류고, 하나는 14만 원짜리 PT스튜디오 레진 시류입니다.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비싼 쪽이 모든 면에서 이길 거라는 생각이 보기 좋게 빗나갔거든요. 오늘은 크기와 색상, 표정, 도색까지 하나씩 비교해 보겠습니다.
피규어 크기 비교, 3cm vs 30cm
먼저 크기부터 보면 두 시류는 비교 자체가 어색할 만큼 차이가 큽니다. PT스튜디오 레진 시류는 15~18cm 정도인데, 예전에 따로 직구한 성벽 피규어 위에 올려 두면 30cm가 넘습니다. 성벽 위에 시류가 서 있으니,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나서 이 캐릭터 특유의 여유가 더 살아납니다. 성벽을 따로 산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준 게 시류였습니다.
반면 아니메히어로즈 시류는 3~5cm 내외입니다.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 크기라, 성벽 위 시류 옆에 두면 성벽 벽돌 하나보다 조금 큰 수준입니다. 같은 캐릭터인데 하나는 장식장 칸의 높이를 채우고, 하나는 칸 바닥 한쪽에 쏙 들어가는 셈이죠.
이렇게 크기가 다르니 배치도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PT스튜디오가 커서 아니메히어로즈 뒤에 배치했습니다. 큰 피규어를 앞에 두면 작은 피규어는 아예 보이지 않으니, 작은 아니메히어로즈를 앞에 세우고 그 뒤로 성벽 위의 PT스튜디오 시류가 솟아 있는 구도입니다. 앞에서 보면 작은 시류 뒤로 큰 시류가 버티고 서 있어서, 같은 캐릭터가 크기만 다르게 두 번 등장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만들어집니다. 처음엔 둘을 따로 둘까도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 두니 오히려 비교하는 재미가 생겨서 지금 배치가 마음에 듭니다. 비교 전시를 하다 보니, 크기 말고도 눈에 띄는 차이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시류 피규어 색상, 5만원이 더 정확했다
두 시류를 나란히 놓고 보면 색부터 다릅니다. PT스튜디오 시류는 파랑빛이 도는 색이고, 아니메히어로즈 시류는 검은빛에 가깝습니다. 같은 캐릭터인데 한쪽은 푸르스름하고 한쪽은 거무스름하니, 처음 나란히 세웠을 때는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애니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실제 애니 속 시류는 그 중간이었습니다. 파랑도 아니고 완전한 검정도 아닌, 어두운 톤에 살짝 푸른 기운이 도는 색이었죠. 둘 다 정답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굳이 어느 쪽이 더 가깝냐고 묻는다면, 저는 5만 원짜리 아니메히어로즈가 더 정확했다고 생각합니다. PT스튜디오의 파랑빛은 조명을 받으면 더 푸르게 보여서, 애니에서 느껴지던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조금 옅어졌습니다. 반대로 아니메히어로즈의 검은빛은 애니보다 조금 어둡긴 해도, 시류라는 캐릭터의 어두운 느낌은 오히려 잘 살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아니메히어로즈 검은수염 해적단 10명 세트는 급매로 5만 원에 샀고, PT스튜디오 시류는 단품으로 14만 원을 줬습니다. 당연히 비싼 쪽이 모든 면에서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색만큼은 싼 쪽이 원작에 더 가까웠습니다. 같은 캐릭터 두 회사 제품을 비교 전시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몰랐을 차이입니다. 비싸다고 모든 게 정답은 아니라는 걸, 시류의 색이 보여 준 셈입니다.
가격 3배 차이, 표정은 소름돋게 비슷
색에서 한 번 놀랐다면, 표정에서는 더 크게 놀랐습니다. 가격은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얼굴 표정이 흡사했습니다. 크기가 몇 배씩 차이 나는 피규어라 표정도 당연히 차이가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두 얼굴을 번갈아 보니 같은 사람이 같은 순간에 지은 표정 같았습니다.
두 시류 모두 시가를 물고 씩 웃는 표정입니다. 입꼬리 한쪽만 슬쩍 올라간 그 웃음이, 사악하면서도 여유로운 포즈와 어울려서 시류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무언가를 해치우기 직전인데도 서두르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둘 다 사악하고 살육을 즐기는 표정이었습니다. 시류는 원작에서도 감옥의 간수였다가 죄수들을 베어 버리고 검은수염 해적단에 들어온 캐릭터라, 웃음 뒤에 숨은 잔인함이 핵심인데 두 회사 모두 그 부분을 정확히 잡아냈습니다.
그래서 표정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소름돋을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작은 아니메히어로즈가 이 정도 표정을 담아냈다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반대로 PT스튜디오는 크기에 비해 표정에서 크게 앞서지 못했다는 게 아쉽기도 했습니다. 작은 쪽을 칭찬해야 할지, 큰 쪽을 아쉬워해야 할지 한참 고민이 될 정도였습니다. 14만 원을 주고 산 쪽에서는 아무래도 표정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기대하게 되니까요. 결국 표정에서는 무승부였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차이는 어디서 날까요. 답은 도색에 있었습니다.


도색은 멀리서도 바로 티, 우선순위는 PT스튜디오
표정은 비슷했지만, 도색은 전혀 달랐습니다. PT스튜디오는 음영과 그림자를 살린 도색이라, 옷의 주름이나 얼굴의 굴곡마다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나뉘어 있습니다. 덕분에 같은 표정이라도 훨씬 입체적이고 깊어 보입니다. 반면 아니메히어로즈는 정직한 단색 도색이라 밋밋합니다. 부위마다 한 가지 색이 깔끔하게 칠해져 있을 뿐, 그 안에서 명암이 나뉘지 않습니다. 도크Q를 비교할 때도 이 차이를 느꼈는데, 시류처럼 어두운 색의 캐릭터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났습니다. 어두운 색일수록 음영이 없으면 그냥 한 덩어리처럼 보이거든요.
이 차이는 가까이서만 보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멀리서 봐도 도색 차이가 바로 보였습니다. 장식장 앞을 지나가면서 슬쩍 보기만 해도, 뒤에 선 PT스튜디오 시류는 형태가 또렷하게 들어오는데 앞에 선 아니메히어로즈 시류는 작은 색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표정이 아무리 비슷해도, 그 표정이 눈에 들어오기까지 거쳐야 하는 게 도색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그래서 둘 다 살 거라면 우선순위는 분명합니다. 둘 다 살 건데 우선순위는 PT스튜디오, 이유는 퀄리티가 좋아서입니다. 색은 아니메히어로즈가 더 정확했고 표정은 비슷했지만, 장식장에서 시류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 주는 건 결국 음영까지 살린 PT스튜디오였습니다. 아니메히어로즈는 그 앞에서 귀엽게 곁을 지켜 주는 역할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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