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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수집/원피스 레진·리페인트

원피스 피규어 후기, 레진에서 클리어제품과 불투명제품의 고민

한땀한땀수집가 2026. 10. 29. 15:35

목차


    피규어를 한참 쳐다보다 보면 애니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면서 감정이 벅차오릅니다. 제 장식장에서 그런 피규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루피를 감싸 안은 에이스 피규어입니다. 이 피규어를 들일 때 저는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같은 제품이 클리어 버전과 일반 불투명 레진 버전으로 나왔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3만 원짜리에서 35만 원짜리까지 눈이 높아진 과정과, 피규어 수집가들 사이에서 늘 갈리는 클리어 대 불투명 논쟁, 그리고 제가 불투명을 고른 이유까지 풀어보겠습니다.

     

    피규어 수집, 5년에 걸쳐 3만원에서 35만원까지

    처음부터 35만 원짜리 피규어를 산 건 아닙니다. 수집 초반에는 3~6만 원짜리 피규어를 주로 샀습니다. 그때는 그 가격대 피규어도 충분히 멋있어 보였고, 하나씩 늘어나는 재미에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피규어를 보다 보니 자꾸 퀄리티를 찾게 되더라구요. 같은 캐릭터인데 조금 더 비싼 제품은 도색이 다르고, 얼굴이 다르고, 포즈가 달랐습니다. 한 번 그 차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예전에 만족하던 피규어가 아쉬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눈이 높아진 과정이 5년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3만 원짜리에서 시작해, 정품 중에서도 비싼 제품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비라이선스 레진까지 올라갔습니다.

    저는 이 과정이 차를 고를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를 탈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사러 갔다가, 돈을 조금만 더 얹으면 훨씬 더 좋은 사양의 차를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열선 시트 하나, 옵션 하나 더 붙은 차를 보고 나면 처음 생각했던 차가 눈에 안 들어옵니다. 피규어도 똑같았습니다. 3만 원짜리를 사려다 6만 원짜리를 보고, 6만 원짜리를 사려다 정품 십몇만 원짜리를 보고, 결국 레진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5년은 돈을 더 쓴 시간이라기보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 간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레진까지 올라오고 나니, 이번에는 가격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같은 레진 안에서 클리어냐 불투명이냐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원피스 피규어 선택, 불투명으로 고른 이유

    레진 피규어를 사다 보면 같은 제품이 클리어 버전과 불투명 버전으로 함께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불이나 물, 번개 같은 이펙트가 들어간 피규어일수록 이 선택지가 자주 붙습니다. 그리고 이 둘을 두고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늘 의견이 갈립니다.

    클리어파는 이렇게 말합니다. 투명한 레진으로 만든 불은 빛을 통과시켜서 진짜 불처럼 보인다고요. 장식장 조명을 받으면 이펙트 안쪽까지 빛이 스며들어서 은은하게 빛나는 느낌이 나고, 같은 피규어라도 훨씬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입니다. 실제로 클리어 버전이 가격이 조금 더 비싸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불투명파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원피스는 애니메이션이고, 애니 속 불은 투명하지 않다는 겁니다. 애니에서 불은 정해진 색으로 또렷하게 칠해져 있는데, 클리어는 그 느낌보다 실사 영화에 더 가깝다는 거죠. 또 클리어 레진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는 황변이 생기기 쉽다는 이야기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자주 나옵니다. 투명할수록 먼지나 지문도 더 잘 보이고요. 반대로 불투명은 조명이 있든 없든 색이 일정하게 보인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답이 하나라고 보지 않습니다. 물이나 얼음처럼 원래 투명한 걸 표현할 때는 클리어가 더 어울릴 수 있고, 애니 특유의 칠해진 불처럼 색 자체가 캐릭터의 상징일 때는 불투명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무엇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논쟁인 셈입니다.

    저는 결국 불투명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애니메이션처럼 색감이 칠해진 불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피규어로 갖고 싶었던 건 진짜 불이 아니라, 애니에서 보던 그 불이었거든요. 클리어가 더 화려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화려함보다 애니 그대로인 쪽이 저한테는 더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받아 보니 실제로 불 표현이 훨씬 멋있었습니다. 칠해진 불꽃의 주황과 노랑이 또렷하게 나뉘어 있어서, 장식장 조명 아래에서도 애니 한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가격은 35만 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많이 안 팔아서 희귀한 편이라, 망설이다 놓치면 다시 구하기 어렵다는 것도 결정을 서두르게 했습니다.

    피규어 불투명(좌) 클리어(우) 사진
    피규어 불투명(좌) 클리어(우) 사진

     

    에이스 피규어, 머리 1.5배에 눈물 나는 명장면

    이 피규어가 담은 장면은 원피스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장면입니다. 에이스가 루피를 막아 주다 아카이누에게 몸에 구멍이 뚫리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루피는 멍한 모습으로 에이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애니에서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의 먹먹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피규어는 머리가 몸보다 1.5배 커서 귀엽게 표현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귀여운데 눈물이 납니다. 비율은 귀여운데 담고 있는 장면은 원피스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니, 그 사이의 간극이 오히려 감정을 더 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에이스의 등에서 피어오르는 불도 불투명 레진으로 또렷하게 칠해져 있어서, 애니 속 그 순간이 그대로 멈춰 있는 느낌입니다.

    이 피규어를 한참 쳐다보다 보면 애니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면서 감정이 벅차오릅니다. 에이스의 마지막 대사가 들리는 것 같고,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들까지 하나씩 떠오릅니다. 피규어가 그냥 물건이 아니라, 그 장면을 꺼내 보는 열쇠가 되는 셈이죠.

    3만 원짜리를 사던 시절에는 피규어를 보며 이런 감정을 느낄 줄 몰랐습니다. 5년에 걸쳐 3만 원에서 정품 비싼 거, 그리고 비라이선스 레진까지 눈이 높아졌고, 지금은 같은 레진 안에서도 클리어와 불투명을 따져 고르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펙트가 들어간 피규어를 고를 때는 화려함보다 애니 그대로인지를 먼저 보려고 합니다. 원피스는 애니로 기억되는 작품이니까요.

    불투명 이펙트 피규어 사진
    불투명 이펙트 피규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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