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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수집 후기, 고시원 옷장에 옷 대신 30개 쌓던 사람

부자길 2026. 8. 4. 21:48

목차


    고시원 옷장에 옷 다 빼고 피규어 테트리스 쌓음.. 고시원 옷장에는 나의 옷은 없었고, 온전히 피규어 박스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서울 고시원 생활 당시 1평 남짓한 방에서 피규어 수집 취미를 계속하고자 보관할 장소를 찾다가 캐리어와 옷장이 보였습니다. 나의 옷들은 빨래 건조대에 걸려있었고, 매번 거기서 바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다. 나름 옷장 없이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취업을 한 상태에서 그런 고시원에 살았다면 옷마저 터져 나와서 놔둘 데가 없이 너저분해져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피규어 수집 시작, 고시원 옷장 테트리스

    취업 준비생인 나는 돈이 많이 든다는 취미인 피규어 수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서울 고시원으로 올라오니 그 수집 욕구가 더 강해졌던 것 같았습니다. 돈도 얼마 없었던 나는 피규어를 나의 재정상태 대비 가장 퀄리티 좋고 멋진 애들로 사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검색을 엄청 많이 했었습니다. 그 결과 웬만한 원피스 피규어에 대해서는 빠삭한 지식인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씩 알아보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피규어를 발매한다는 소식에 모았던 용돈을 탈탈 털어 샀었습니다. 우선 구매하기 전에 이거를 어디에 둬야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취준생이 부모님 집에 피규어 택배를 보내고, 또 가끔 내려와서 그거를 전시하려고 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땐 등짝스매시를 10대 맞아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기지개를 켜고 뒤를 봤는데 옷장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옷장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넓어서 여기에 수집하면 되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하나 둘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고시원의 옷장이라 해봤자 크지는 않아서 큰 피규어들은 구매하지 못하고 작은 피규어들로만 구매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리고 피규어에는 박스와 피규어가 있기 때문에 박스를 뜯고 피규어를 전시를 하면 고시원에는 공간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우선 박스 째로 보관을 하다가 나중에 취업이 되고 나서 부모님 집에 진열을 해놓자 하고 차곡차곡 박스만 쌓았습니다.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자 어느새 옷장은 피규어들로 꽉 차게 되었고, 나의 옷은 바깥에서 이제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지각색 박스 크기들도 달라서 어떻게 넣어야 하나라도 더 많이 넣을지 고민도 하고 여기저기 시도를 해보니까 자연스레 테트리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테트리스 고수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고시원 안 옷장에 택배가 쌓여있는 모습 (AI)
    고시원 안 옷장에 택배가 쌓여있는 모습 (AI)

    귀향작전, 택배+캐리어 꽉꽉 채워서

    결국 4~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취업에 성공한 나는 이제 기분 좋게 집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죠. 그동안 모았던 피규어들. 일단 어찌 됐든 집으로 보내긴 해야 해서 우선은 캐리어에 옷을 넣는 대신 피규어를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가장 큰 박스를 여러 개 구매한 뒤 옷과 생활했던 물건들을 안에 넣고, 다른 박스에는 신문지과 뽁뽁이를 둘러 최대한 파손이 없이 내려가도록 둘러서 피규어 박스를 넣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택배와 캐리어를 통해 피규어 전부를 들고 내려올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나의 부모님. 그리고 처음에는 캐리어를 그대로 방에 넣어놓고 짐인 척 풀어서 제 방에 창고가 있는데 거기에 또다시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피규어 박스가 택배로 왔고 나는 몰래 창고를 또 테트리스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창고에 짐을 가지러 와서는 안에 내용물을 보고 완전 기절초풍 했습니다. 그때 당시 반응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부모님 반응 : 이게 다 뭐꼬! 위에 올라가서 공부한거 맞나! 일단 합격은 해서 다행이긴 한데,, 이제 어쩔 거고!

    정말이지 부모님 말씀처럼 합격도 안 하고 집에다 보내놨었으면 나는 평생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울 고시원에서도 못살고 내려와야 했었을 수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도 아주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후 나는 이제 취업도 됐겠다 취업으로 번 수입으로 부모님 선물도 해드리고 나를 위한 선물을 위해 가성비로 장식장을 만들었습니다. 랙이라는 진열장과 도화지 같은 걸 이용해 나의 첫 번째 진열장이 완성이 되었고, 드디어 하나하나 피규어들의 박스를 오픈해서 진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진열을 하였고 마지막으로 불을 탁 켜는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정말 그냥 진열장에 올려도 멋있었는데 불까지 들어오니 정말 멋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황홀 그 자체였었습니다.

     

    신혼집 장식장 협상, 와이프 조건

    이제 어느덧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마련했고, 와이프에게 인정을 받아 한 군데 저의 장식장을 마련해 뒀습니다. 그 이후로도 많은 피규어들을 구매하다 보니 전부 다 들고 오지는 못했었고, 가장 애정하는 애들 위주로 가지고 와서 진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와이프가 답프러포즈로 선물해 준 최고급 진열장에다가 전시했는데 첫번째 장식장 보다 수천배는 더 멋져진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모님 집의 첫번째 진열장을 보니 너무  허름해 보였습니다. 어쩔 수 없는 비교인것 같습니다. 이렇게 집에 장식장을 두게 해준 대신 와이프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피규어의 양을 늘리든 줄이든 그건 알아서 하는데, 너무 많이 진열해서 장식장 밖으로 피규어가 나와서 진열을 해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 피규어는 당장 처형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한번 시도해볼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와이프가 나에게 눈총을 쏘는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무서웠고, 나는 이렇게 장식장을 내준 것에 항상 감사해 하며 그 안에서 필요없어진 피규어들은 팔고, 괜찮은 피규어는 구매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간혹 사람들이 이거는 프리미엄이 안 붙냐고 말을 하던데 저는 재테크라고 생각 안 하고, 일반 취미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크게 생각도 안하고 있습니다. 뭔가 재테크로 생각하게 되면 내가 아끼는 피규어들도 언제 팔아야 하지 하고 고민하게 되면 그 순간 취미는 아니게 된 것 같더라고요.

     

     

    차를 팔 때도 중고차가 더 저렴한 것처럼 피규어 판매도 내가 전시했다가 파는 것이니 당연히 저렴하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하면 그런 가격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충분히 취미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