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더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입성하던 날, 저는 지방 중소도시 제조업 회사 사무실에서 그 뉴스를 봤습니다. 공모가보다 13% 높은 가격에 마감하고,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 뉴스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아니면 기대가 앞서간 걸까요.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ADR 데뷔, 숫자가 말해주는 것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10일(현지 시각)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여기서 ADR이란 외국 기업의 주식을 달러로 환산해 미국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서로, 쉽게 말해 한국 주식을 미국 투자자들이 달러로 살 수..
올해 초 대기업 기획·재무 부서에 처음 발을 들인 저는 당연히 애플이 메모리 업체들의 절대적인 '갑'일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7월 어느 아침, 사내 반도체 동향 시트를 열어보다 손끝이 뚝 멈췄습니다. 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램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거든요. AI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메모리 가격 급등이 빅테크의 공급망 논리까지 뒤흔들고 있는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애플의 중국 D램 테스트: 메모리 가격 폭등이 불러온 힘의 역전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저는 줄곧 "애플은 연간 2억 대의 아이폰을 파는 회사니까, 부품사들이 줄을 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분기 매출 1,112억 달러(약 164조 원..
주말마다 목공소에서 느티나무 슬래브를 깎다 보면, 아무리 결이 단단한 원목 판재라도 좁은 작업대 위에 올려두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걸 몸으로 압니다. 오늘 아침 대패질을 멈추고 땀을 닦으며 뉴스를 켰는데,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미국 나스닥행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손끝이 뚝 멈추더군요.삼성전자 ADR 상장: 왜 지금인가(배경과 맥락)다음 달 10일, SK하이닉스가 45조 원 규모의 ADR(American Depositary Receipt)을 발행하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 공식 데뷔합니다. 여기서 ADR이란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하지 않고도 미국 투자자들이 그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대리 주식 증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마이크론이 3분기 매출 414억 달러(약 64조 원)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무려 56억 달러나 초과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손에 쥐고 있던 대패를 내려놓게 됐습니다.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는 '천수답 산업'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한순간에 흔들렸기 때문입니다.AI 메모리가 경기 사이클을 벗어나기 시작한 배경저는 주말마다 교외 목공소에서 느티나무나 단풍나무 통원목 슬래브를 직접 가공합니다. 오랫동안 원목을 다루다 보니 하나를 알게 됐는데, 좋은 목재는 나이테가 촘촘하고 내부 조직이 치밀해서 외부 충격에도 쉽게 휘지 않습니다. 이번 마이크론 실적을 보면서 AI 메모리 시장이 딱 그런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과거의 D램(DRAM)은 PC나 스마..
경기도의 전력 자립도가 59.2%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숫자 하나가 대한민국 반도체 지형도를 통째로 흔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읽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케이블 타이를 그대로 내려놓았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믿어온 '반도체는 수도권 한 곳에 몰아야 한다'는 확신이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호남 반도체 공장: 전력 자립도 59% vs 215%일반적으로 반도체 산업 하면 경기 평택·용인·이천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수도권에 전·후공정이 촘촘하게 붙어 있어야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게 제가 이 산업을 바라보던 오랜 주관이었습니다.그런데 한국전력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경기도의 전력 자립도는 2023년 62.5%에서 지난해 59.2%로 계속 하락 ..
파업 예정 시각 1시간 30분 전,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습니다. 155일간의 긴 교섭 끝에 터져 나온 결과인데, 솔직히 저는 이 뉴스를 보자마자 안도감보다 불편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파업은 막았지만, 이 합의가 남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거든요.삼성전자 성과급 타결:155일 협상, 무엇을 둘러싼 싸움이었나(협상 배경)이번 협상의 출발점은 사실 삼성전자가 아니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로 기본급 상한을 폐지하고,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하면서 판이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직원들은 기본급(월 고정급여)의 약 30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고, 이른바 '하닉고시'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