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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대패를 쥔 손이 뚝 멈췄습니다. 주말마다 교외 목공소에 내려가 느티나무 통원목 슬래브를 깎던 저는, 땀을 닦으며 켠 스마트폰에서 생각지도 못한 뉴스를 읽었습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이 72.6%까지 추락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컴송합니다(컴퓨터공학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2030 세대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컴송의 시대: '취업 깡패'의 신화가 무너지다(컴퓨터공학과)
저는 30대 중반쯤 되고서야 주말마다 목공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공장에서 합판 톱밥을 압축해 시트지를 발라 만든 기성품 가구보다, 수십 년 세월의 풍파를 버텨낸 나이테가 촘촘한 진짜 원목 판재를 직접 대패로 밀어낼 때 온몸에 전해지는 묵직한 저항감에 유독 집착하게 됐거든요. 그 아날로그적인 물성(物性)이 좋아서입니다.
오늘 오전에도 슬래브 수평을 맞추려고 대형 대패를 들고 미세하게 힘을 조절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숙련된 목수의 손기술이라도, 스스로 목표를 달성해버리는 완벽한 자동화 기계가 작업실에 들어오는 순간 그 손기술은 일순간에 가치를 잃고 벼랑 끝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생각을 하던 찰나에 스마트폰을 켰고, 뉴스가 그 생각을 그대로 확인해줬습니다.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컴퓨터공학과 출신을 '불패의 고용 신화'로 바라봤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개막하고 대형 IT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한, 코딩 실력이라는 절대적인 자산을 가진 개발자는 억 단위 연봉을 부르며 대기업들이 서로 모시는 구조가 영원히 유지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공학 계열을 바라보던 솔직한 주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생성형 AI란 텍스트, 코드, 이미지 등 새로운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2022년 11월 ChatGPT가 공개된 이후, 코드 한 줄 못 쓰는 문과생이라도 아이디어만 명확하면 그럴듯한 앱을 혼자 만들어내는 세상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코드를 직접 작성할 신규 인력'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게 됐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2023년 83.8%에서 2025년 72.6%로 급락했습니다(출처: 대학알리미).
취업률 하락보다 더 저를 멈칫하게 만든 건 다른 대목이었습니다. 구글, 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경력 개발자 실무 면접에서 이미 'AI를 써서 결과물을 만들라'는 방식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직접 코드를 짜는 능력보다 AI에게 정확히 명령을 내리고 프로젝트 전반을 설계하는 역량, 즉 소프트웨어 아키텍처(Software Architecture) 능력을 본다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란 프로그램 전체의 구조와 흐름을 설계하는 고차원적 역량으로, 단순 코딩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입니다. 이 능력 없이는 경력직 개발자조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청년고용과 에이전틱 AI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노트북 엑셀 시트에 관련 지표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수치를 채워 넣으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국내 2030 세대 중 '쉬었음' 인구는 64만 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쉬었음'이란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육아, 가사, 취업 준비 같은 구체적 사유 없이 단순히 쉬고 있다고 응답한 인구를 말합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공식 '실업자'로는 분류되지 않지만, 사실상 일자리를 포기했거나 구하지 못한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10년 전보다 23만 5,000명이나 늘었습니다. 여기에 공식 실업자 44만 2,000명, 취업 준비 중 38만 명, 학원·기관 재학 15만 6,000명을 합산하면 일자리 없는 2030 청년이 160만 명을 훌쩍 넘습니다(출처: 통계청).
목공을 하다 보면 특정 재료에 모든 하중이 쏠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압니다. 나무가 쪼개집니다. 지금 대학 입시판이 딱 그 모양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취업을 100% 보장한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의 반도체 계약학과가 2026학년도 정시 전형에서 서울대 자연대보다 합격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습니다. 의대 합격선에도 바짝 다가섰다고 합니다. 취업 공포가 최상위권 인재들의 진로 선택을 이렇게까지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재정경제부·고용노동부 합동 일자리 TF 구성
- 에이전틱 AI 중심 첨단 교육과정 발굴 및 교육생 1,000명 양성 (하반기 목표)
- 공공 부문 일 경험 제공 및 대기업 직업훈련 확대
에이전틱 AI(Agentic AI)란 사용자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도구를 사용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자율형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차세대 AI 기술입니다. 정부가 이 분야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지표를 분석해보니, 두 달 전 발표한 '청년뉴딜' 방안이 공공 인턴이나 단기 직업훈련에 그쳐 현장에서 비판받았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가장 냉정하게 봐야 할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근본 원인, 즉 고금리 긴축 압박과 AI로 인한 신규 코더 수요 소멸이라는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Structural Unemployment)를 건드리지 않은 채 교육 예산만 쏟아붓는다는 점입니다. 구조적 실업이란 기술 발전이나 산업 구조 변화로 특정 직종 자체의 수요가 줄어드는 형태의 실업을 말합니다. 이 문제는 단기 교육 프로그램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민간 기업이 실제로 사람을 뽑을 유인, 즉 고용 인센티브 설계가 빠진 대책은 지표 세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오늘 오전, 대패를 쥐고 나무를 밀면서 들었던 그 생각이 자꾸 맴돌았습니다. 아무리 정밀한 손기술도 자동화 기계 앞에선 순식간에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것. 그 진실이 이제 개발자라는 직종에도, 청년 고용 시장 전체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이 이번에는 진짜 구조를 건드리는 대책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면 제일 좋지만 안되면 상대적으로 비교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16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