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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목공소에서 대패질을 하다가 손이 뚝 멈췄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기사 한 줄 때문이었습니다. 1,900억 원짜리 중계권을 독점한 JTBC가 200억 원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순간 손에 쥔 대패와 눈앞의 원목 슬래브가 이 사태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비유처럼 느껴졌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 JTBC 디폴트
저도 처음엔 JTBC의 독점 입찰이 통쾌한 승부수라고 봤습니다. 지상파 3사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코리아풀(Korea Pool) 방식, 즉 KBS·MBC·SBS가 공동으로 중계권을 분담 구매하는 구조를 깨고 단독으로 뛰어든 것이니까요. 2024년 JTBC는 2026~2032년 올림픽과 2026·2030년 월드컵 중계권을 통째로 사들이는 데 약 5억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 단일 대회 중계권만 따져도 약 1억 2,500만 달러, 한화로 1,9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중계 화면을 확인하고 나서 한 가지 사실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국내에서 4K UHD 화질 중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UHD(Ultra High Definition)란 기존 FHD(Full HD, 1920×1080 해상도)의 네 배에 달하는 3840×2160 해상도를 의미하며, 색 재현력과 명암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납니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4K UHD 신호를 정상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Fox Sports와 Telemundo, 영국 BBC, 일본 NHK는 104경기 전 경기를 4K로 송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JTBC는 자체 UHD 송출 채널 인프라가 없어 FHD 신호만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JTBC 시청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동 중계에 합류한 KBS는 UHD 인프라를 멀쩡히 갖추고 있지만, JTBC로부터 화면 신호를 받아 써야 하는 구조 탓에 덩달아 FHD로 송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공에 비유하자면 최고급 원목 슬래브를 들여놓고 정작 가공 장비가 없어 싸구려 사포로 표면을 뭉개버린 격입니다.
이번 중계 구조에서 눈여겨볼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JTBC가 1,900억 원에 독점 확보 후 KBS에 140억 원, 네이버에 약 300억 원에 재판매
- 재판매 총액 440억 원은 중계권 취득 비용의 약 23% 수준에 불과
- KBS는 체코전 시청률 8.5%, 멕시코전 10.9%로 JTBC(5.7%, 6.8%)를 두 경기 연속으로 앞섬
- KBS는 체코전 단일 경기 광고만 60억 원 완판, 남은 경기 포함 시 중계권료 회수 가능성 높음
- JTBC는 조별리그 3경기 광고 185억 원 완판이지만 투입 비용 대비 손실 구조는 여전
재판매 수익을 합산해도 원가의 4분의 1 수준이고, 시청률 경쟁에서도 지상파에 완패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아이러니한 건 돈을 가장 적게 쓴 KBS가 광고 수익에서 가장 웃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목공에서도 흔히 봅니다. 덩치 큰 원목을 무리하게 들여와 대패 한 번 잘못 밀면 나이테가 쩍 갈라지는 것처럼, 기초 인프라 없이 독점 규모만 키우다가 내부 장력을 버티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경우입니다.
480p 화질과 PV권, 시청률
일반적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의 무료 서비스는 광고만 감수하면 동등한 화질로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치지직 앱을 열어보니 이번 월드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네이버 치지직은 무료 이용자에게 대한민국 경기에 한해 480p 화질만 제공합니다. 480p란 DVD 시대의 화질 기준에 해당하는 해상도로, 현재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면 뭉개지고 계단 현상이 눈에 띄는 수준입니다. 전 경기를 1080p 고화질로 시청하려면 월 4,900원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이 필수이고, 광고 제거까지 원하면 월 1만 4,300원짜리 '치트키' 상품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 구조를 보면서 저는 JTBC의 무리한 독점 입찰이 연쇄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JTBC가 중계권 재판매에서 디지털 권리를 네이버에 약 300억 원에 넘겼고, 네이버는 이 수요를 멤버십 가입자 확대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시청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결국 유료 구독으로 유입되는 구조입니다. 수익은 플랫폼이 가져가고, 시청자는 화질 제한이라는 불편을 강요받는 셈입니다.
공공장소 상영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식당이나 치킨집에서 손님들과 함께 월드컵을 보려면 PV권(Public Viewing Right)이 필요합니다. PV권이란 공공장소에서 방송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권리로, FIFA가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유료화를 의무화했습니다. 현재 100인치 미만 실내 스크린 1대 기준으로 하루 10만 원, 전 경기 상영 시 300만 원 수준입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고물가와 내수 침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소상공인들에게 300만 원짜리 청구서를 들이미는 구조는 씁쓸합니다. 실제로 소규모 영업장은 단속이 사실상 어려워 처벌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법을 지키려는 성실한 자영업자에게만 비용을 떠넘기는 기형적인 유통 구조입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방송 미디어 광고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3조 6,000억 원 규모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지상파 광고 비중은 줄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런 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JTBC가 중계권 독점을 통해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가져가려 했던 전략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재무 건전성을 초과하는 베팅이었다는 점, 그리고 4K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독점을 강행했다는 점은 어떤 전략적 논리로도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제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믿음, 즉 '대자본의 독점 입찰은 규모의 우위로 시장을 장악한다'는 공식이 처음으로 산산조각 나는 장면을 목격한 사건이었습니다. 1,900억 원을 쏟아부은 쪽이 시청률과 광고 수익 모두에서 밀리고, 200억 원대 디폴트로 그룹 전체가 회생 절차에 놓인 현실은 어떤 분야에서든 기초 체력을 넘어서는 독점욕이 얼마나 빠르게 자멸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코리아풀 법제화와 디지털 중계 최소 화질 보장 의무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같은 비용을 시청자와 소상공인이 나눠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욕심이 많으면 결국 탈이 난다는게 이런거를 보고 본보기 삼아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mydailybyte.com/post/%EC%9B%94%EB%93%9C%EC%BB%B5-jtbc-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