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오늘 오전, 대패를 쥐고 느티나무 슬래브 표면을 밀어내다가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을 때였습니다. 서울시가 1984년 이후 42년간 고정돼 있던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라 믿었던 제 오랜 주관이 단번에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 및 재정구조
저는 주말마다 교외 목공소에서 통원목 슬래브를 직접 나르고 대형 대패로 깎아내는 작업을 합니다. 오래된 원목일수록 나이테가 촘촘하고 결이 단단해서, 표면 수평을 맞추려면 한쪽을 조금만 무리해서 깎아도 전체 하중이 틀어지는 경험을 반복합니다. 오늘 그 작업을 하면서 떠올린 게 바로 이 정책이었습니다. 재정 기초 체력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결국 42년간 고정돼 있던 메인 기준선을 강제로 깎아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요.
수치로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분명해집니다.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연간 4,488억 원에 달합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 재정 전반을 흔드는 규모입니다. 서울시는 65~69세 시민 64만 8,113명이 요금을 내기 시작하면 연간 약 1,100억 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고, 70세 이상 버스비 환급에 약 525억 원을 투입하더라도 순 재정 절감이 약 5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합니다.
여기서 PSO(철도공익서비스비용)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PSO란 국가가 공공성을 위해 운영하는 철도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현재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국비 PSO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은 채 연령 기준만 올리는 방식으로는 수평이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제가 목공 작업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선별복지 설계의 균열 지점과 전망
서울시가 내놓은 방안의 핵심은 단순한 연령 상향이 아닙니다. 70세 이상 버스 이용자 중 월 15회 미만 이용자에게는 요금을 환급하고, 15회 이상 이용자는 K-패스로 유도한다는 정밀한 선별 구조입니다. K-패스란 정부의 대중교통비 환급 서비스로, 일정 횟수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30~60%를 돌려받는 제도입니다.
얼핏 보면 정교한 설계처럼 보이지만,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읽었을 때 소름이 돋은 이유가 있습니다. 목공으로 치면 상판 수평을 맞추겠다고 한쪽 다리를 너무 깎았다가 전체 가구가 다른 방향으로 기우는 상황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이 안고 있는 핵심 균열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준공영제 부담 전가: 준공영제란 정부와 지자체가 시내버스 운영 적자를 보전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미 적자에 허덕이는 버스 업체들에게 환급금 정산 부담이 추가되면 경영 지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코레일 연동 공백: 노인복지법상 노인 기준은 여전히 65세입니다. 서울 지하철만 70세로 올리고 코레일 구간은 65세를 유지하면, 환승 구간에서 요금 산정 오류와 현장 혼선이 불가피합니다.
- 65~69세 소득 공백 문제: 정년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에 놓인 이 연령대에게 갑작스러운 교통비 부담은 가계 실질 구매력을 직접 갉아먹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르신에 대한 주관적 인식 연령은 71.6세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대한노인회도 이 수치를 근거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주관적 인식 연령이 복지 수급 기준을 대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몸이 건강하다는 인식과 소득이 있다는 현실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정책이 바꿀 것들, 그리고 필요한 것들
저는 오늘 작업 후 노트북을 열고 가계 예산 시트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앞으로 복지 제도의 연령 기준이 지속적으로 상향될 가능성, 선별복지(특정 조건을 갖춘 대상에게만 급여를 지급하는 복지 방식) 체계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변수로 넣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편복지(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복지 방식)에서 선별복지로의 이동은 이번 한 번의 정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5년 기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출처: 통계청). 인구 구조 자체가 바뀐 이상, 1984년에 설계된 복지 프레임이 흔들리는 것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입니다. 그러나 흔들리는 방향과 속도가 문제입니다.
제가 이 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서울시가 운영 효율화와 국비 PSO 확대라는 공급 측 해법보다, 수혜 연령 상향이라는 수요 차단 방식을 먼저 꺼냈다는 것입니다. 목공 작업에서 좋은 가구를 만들려면 결을 거스르지 않고 나무의 성질에 맞게 깎아야 합니다. 재정 구조도 마찬가지로, 표면만 급히 깎아내다가는 보이지 않는 내부 균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하반기 공청회에서 다양한 입장이 충돌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 논의가 단순한 연령 숫자 조정에 머물지 않고, PSO 국비 지원 법제화와 피크타임 유연 요금제 같은 구조적 대안까지 테이블에 올라오기를 바랍니다. 복지 설계는 한번 깎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원목 작업과 같습니다.
여튼 우리나라 재정 과 인구 구조가 늘지 않으면 결국 어딘가 줄여야 하는 부분이고, 그 부분에서 누군가 피해를 볼 수는 있지만 일부 연령대는 희생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복지 정책 또는 재정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정책 변화에 따른 개인 재정 계획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newneek.co/@newneek/article/41872?utm_source=article&utm_medium=share&utm_content=4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