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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하고 나서야 같은 피규어의 다른 후기에서 기울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찔하더라고요. 이미 결제까지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 피규어는 괜찮기를 바라는 것뿐이었습니다. 후기 속 사진처럼 제 피규어도 기울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고, 지금 제 츠루 피규어는 발목부터 눈에 띄게 기울어진 채로 장식장에 다른 피규어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오늘은 레진 츠루 피규어를 사게 된 이야기와, 여름을 지나며 점점 기울어진 과정, 그리고 결국 수리를 포기하게 된 이유까지 솔직하게 적어 보려고 합니다.
레진 피규어 구조, POP인데 다른 회사
먼저 이 피규어가 어떤 제품인지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원피스 피규어 중에서 POP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일종의 기준처럼 여겨지는 라인입니다. 그런데 POP로 아직 나오지 않은 캐릭터들도 꽤 많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POP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수집가들이 많다 보니, 레진 회사들은 이런 미출시 캐릭터를 POP 사이즈에 맞춰 제작해 돈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레진 피규어는 일반적인 PVC 피규어보다 디테일 표현이 뛰어난 대신, 소량으로 제작되고 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POP처럼 큰 회사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제품과는 제작 방식부터 다르다 보니, 같은 사이즈라도 느낌이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츠루 역시 POP로는 만나기 어려운 캐릭터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산 츠루 피규어도 바로 이런 구조로 나온 제품입니다. POP 사이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존에 모아 둔 POP 피규어들 옆에 나란히 세워 두기 좋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구매한 뒤에 알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다가 이 피규어가 시간이 지나면 기울어진다는 이야기를 보게 된 겁니다. 이미 결제를 마친 상태라 그 후기를 읽는 순간 정말 아찔했습니다. 제품을 받기 전부터 불안한 마음이 생겼고, 받고 나서도 마음 한편이 계속 찜찜하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설마 제 피규어까지 기울어질까 하는 마음이 좀 있었습니다.
레진 츠루 피규어, 여름에 발목이 기울어짐
불안했던 예감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레진 츠루 피규어는 엄청나게 더웠다던 작년 여름을 지나면서 발목이 기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기울어진 걸 알아챈 건 신혼집으로 이사하기 전이었습니다. 그때는 피규어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는데, 아직은 크게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1년 뒤에 다시 와서 보니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더 크게 기울어져 있더라고요.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것도 아니고 아예 방향까지 바뀌면서 더 심해져서, 이게 어디까지 쓰러질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사진으로 봐도 발목부터 몸 전체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게 한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아마 원인으로 생각하는 건 장식장 보관 환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피규어는 에어컨이 없는 방의 장식장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방 안에 열기가 그대로 모이게 되는데, 그 열기 때문에 기울어지는 현상이 더 빨라진 것 같습니다. 여름철 에어컨 없는 방은 생각보다 온도가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레진 피규어를 보관하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었던 셈입니다. 레진은 단단해 보여도 열에 약한 편이라, 무게가 실리는 가느다란 발목 부분부터 버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특히 츠루처럼 코트가 넓게 펼쳐진 디자인은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기 쉽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산 피규어인데, 여름이 한 번 지날 때마다 조금씩 더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는 건 생각보다 속상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보관 장소를 조금만 신경 썼어도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만 원짜리, 수리비도 20만 원
이 레진 츠루 피규어는 약 20만 원을 주고 산 제품입니다. 적은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떻게든 고쳐 보려고 수리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수리비를 들어 보니 수리비도 피규어 가격만큼인 20만 원이더라고요. 피규어 원가와 똑같은 금액이라 그 순간 저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리비가 이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기울어진 부분을 바로 세우는 게 아니라, 다리를 잘라서 안에 황동을 심고 발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황동이 피규어 안에서 심지 역할을 해서 무게를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입니다. 사실상 다리 부분을 다시 제작하는 작업이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고민 끝에 결국 저는 수리를 포기했습니다. 20만 원을 더 들이면 같은 피규어를 하나 더 사는 셈인데, 그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었습니다. 수리를 맡기면 원래보다 튼튼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 비용이면 차라리 다른 피규어를 들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원가와 수리비가 똑같다는 게 이 피규어의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직접 손을 대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기울어진 상태에서 잘못 건드렸다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지금보다 더 돌이킬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저는 손으로 무언갈 하는 작업을 정말 못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기울어진 채로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장식장 앞을 지날 때마다 눈에 밟히지만, 괜히 건드리지 않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결국엔 무게에 못이겨 발목이 90도로 꺾이겠지
지금 상태로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매년 여름을 지날 때마다 조금씩 더 기울어지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발목이 90도까지 꺾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느다란 발목 하나에 피규어 전체의 무게가 실려 있는 구조라, 한 번 기울기 시작한 이상 다시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진 속 츠루만 봐도 이미 한쪽으로 크게 쏠려 있어서, 그날이 그렇게 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이 피규어를 받았을 때는 POP 사이즈로 나온 츠루를 드디어 갖게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장식장 그 자리에서 점점 기울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좋아서 산 피규어가 눈앞에서 천천히 무너져 가는 걸 본다는 게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피규어를 모으다 보면 파손이나 도색 불량 같은 문제는 종종 겪게 되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형태가 변하는 건 또 다른 종류의 속상함입니다. 매일 조금씩 변하는 게 아니라 여름이 한 번 지나고 나서야 눈에 띄게 달라져 있으니, 막을 방법도 없이 결과만 확인하게 됩니다.
아마 결국엔 무게에 못이겨 발목이 90도로 꺾이겠지. 그날이 오면 정말 속이 쓰릴 것 같습니다. 그래도 20만 원을 주고 데려온 츠루인 만큼, 지금 이 기울어진 모습까지 제 수집의 일부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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