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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이 12% 오릅니다. 오뚜기 카레는 6.1%, 사조 참치캔은 10%.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이 숫자들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사내 데이터룸에서 가공식품 가격 변동 시트를 켜놓은 채 잠깐 손이 멈췄습니다. 집밥으로 버텨온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햇반 가격인상: 식품 인플레이션, 왜 지금 한꺼번에 터졌을까
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작년에도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환율도 높았는데 왜 식품 가격 인상은 유독 지금 이 시점에 몰려서 터지는 걸까, 하고요.
저는 기획·재무 부서에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데이터를 매일 아침 들여다보면서 그 답을 어느 정도 체감하게 됐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고환율과 정치적 타이밍.
우선 원가 구조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식품업계가 공통적으로 꺼내든 카드는 나프타(Naphtha) 가격 상승입니다. 여기서 나프타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원료로, 플라스틱·포장재의 핵심 원료입니다. 쉽게 말해 햇반 용기나 참치캔 뚜껑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값이 올랐다는 뜻입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출렁이면서 나프타 가격도 동반 급등했고,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40원대를 넘나드는 금융위기급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수입 원재료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모든 압박이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3일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기업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를 의식해 인상을 의도적으로 미뤄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CJ제일제당, 오뚜기, 사조, 롯데칠성음료, 하림, 더본코리아까지 줄줄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가공식품 가격 변동 시트를 추적해 보니, 이 타이밍의 집중도가 상당히 인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중 가공식품 부문을 보면, 지난달 기준 상승률은 0.9%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출처: 통계청). 여기서 CPI란 가계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이번 릴레이 인상분을 아직 반영하기 전이라는 점입니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에 걸쳐 가격이 순차 적용되면, 하반기 가공식품 CPI는 지금과 전혀 다른 숫자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 CJ제일제당: 햇반 12%, 생선구이 8.4%, 만두 4.6% — 27개 품목 평균 8% 인상 (이달 30일~)
- 오뚜기: 카레 6.1%, 케첩 6.1%, 당면 10%, 후추 17% — 29개 품목 (지난 16일 적용)
- 사조: 참치캔 10%, 수산캔 최대 20%, 장류·식용 유지류 12% (다음 달 3일~)
- 롯데칠성음료: 44개 품목 평균 5.3% (지난달 26일~)
- 더본코리아: 11개 브랜드 일부 메뉴 평균 11% 인상
원가 전가 구조, 그리고 가계 부담의 실체
그렇다면 기업들의 설명대로 이번 인상은 정말 불가피한 걸까요? 아니면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기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걸까요?
저는 솔직히 이 부분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선배들의 실무 보고서를 들여다보면서 체감한 것은,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방식, 즉 가격 전가(Pass-through)가 얼마나 손쉽게 작동하는 구조인지였습니다. 여기서 가격 전가란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지 않고 소비자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쉽지 않지만, 햇반이나 참치캔처럼 대체재가 마땅히 없는 필수 소비재 시장에서는 전가율이 훨씬 높게 나타납니다.
CJ제일제당은 컵반과 디저트 제품, 장류, 냉장·냉동면은 인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젊은 소비자층을 배려했다는 설명인데, 제 경험상 이 '선별 제외' 전략은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핵심 품목에서 마진을 방어하는 교과서적인 가격 관리 기법입니다. 생색내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사회 초년생이나 1인 가구처럼 식비 여력이 적은 소비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입니다.
실질 구매력(Real Purchasing Power)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실질 구매력이란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실제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뜻합니다. 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실질 구매력은 하락합니다. 이번에 갓 취업한 저의 입장에서 계산해 보면, 가공식품 물가가 평균 8~12% 오르는 동안 신입사원 연봉이 그만큼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건 수치 놀음이 아니라, 매달 식비 예산표를 짜야 하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가공식품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하방 경직성(Downward Rigidity)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여기서 하방 경직성이란 가격이 일단 오른 뒤 다시 내려가기 어려운 특성을 말합니다. 즉, 지금 오른 햇반 가격이 환율이 안정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내려올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반기에도 주요 식품기업들의 추가 가격 조정 가능성이 업계에서 거론되는 만큼, 지금 이 시점에서 가계 지출 구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햇반 가격 인상은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대형마트 기준 이달 30일부터, 편의점은 다음 달 1일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됩니다. 품목별로 다를 수 있으니 구매 전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Q. 햇반 컵반도 가격이 오르나요?
A. 이번 인상 대상에서는 제외됐습니다. CJ제일제당은 젊은 소비자층이 많이 찾는 컵반과 디저트 제품은 이번 조정에서 빼기로 했고, 장류와 냉장·냉동면도 자체 흡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제외를 보장하지는 않으니, 가격 변동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Q. 사조 참치캔은 얼마나 오르나요?
A. 사조 참치캔은 다음 달 3일부터 10% 인상됩니다. 꽁치·고등어 등 수산캔은 최대 20%까지 오르고, 고추장·된장 등 장류와 참기름·들기름 등 식용 유지류도 12% 인상될 예정입니다. 이미 지난 2일에 어묵·맛살 가격도 6~7% 오른 상태입니다.
Q. 가공식품 물가 상승이 하반기에도 계속될까요?
A. 업계에서는 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이어지는 만큼 하반기에도 추가 가격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이 0.9%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이번 릴레이 인상분이 본격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이 수치가 크게 뛸 수 있습니다. 당분간 가계 식비 예산을 좀 더 넉넉히 잡아두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이번 식품 가격 인상 릴레이를 지켜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지금 오른 가격은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환율과 나프타 비용 상승이라는 매크로 환경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고, 기업들의 추가 인상 유인도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럴 때일수록 유효한 전략은 단순합니다. 할인 행사 시기를 파악해서 비축 구매를 활용하고, 식비 예산 항목을 월 단위로 재점검하는 것입니다. CJ제일제당이 다음 달부터 여름 성수기 할인 행사를 예고한 만큼, 그 타이밍을 잘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거창한 대책보다 지금 당장 식비 지출 흐름을 한 번 들여다보는 것, 그게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mydailybyte.com/post/%ED%96%87%EB%B0%98-%EC%B0%B8%EC%B9%98%EC%BA%94-2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