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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정부가 이 선을 건드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만 14세 미만이라는 촉법소년 기준은 그냥 숫자가 아니라, 국가가 아이들을 끝까지 붙잡겠다는 일종의 약속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가 강력범죄에 한해 그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권고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 하나가 완전히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흉포화,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주말마다 목공소에서 느티나무나 단풍나무 원목 슬래브를 직접 손질하는 게 제 취미입니다. 대패로 거친 결을 밀어낼 때의 팽팽한 저항감이 좋아서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 월요일 오전에도 상판을 깎다가 잠깐 숨 돌리려고 뉴스를 켰다가 이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손끝이 뚝 멈추더라고요.
촉법소년이란 형법상 범죄를 저질렀지만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을 말합니다. 여기서 보호처분이란 소년원 송치나 사회봉사 등 징벌보다 교화를 우선시하는 처분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대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소년원 2년이 전부였죠.
그런데 제가 직접 수치를 들여다보고 나서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 수는 2021년 1만 1,677명에서 지난해 2만 1,095명으로 3년 새 80.7% 폭증했습니다(출처: 경찰청). 성폭력은 같은 기간 398건에서 739건으로 85.7%, 폭력은 2,750건에서 5,520건으로 무려 100.7% 급증했습니다. 단순히 검거 건수가 늘어난 게 아니라 범죄의 성격 자체가 무거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평소 사법 시스템을 꽤 신뢰하는 편이었는데, 이 수치들을 보고 나서는 "이 정도면 현행 제도가 버텨내기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 촉법소년 검거 수: 2021년 1만 1,677명 → 2023년 2만 1,095명 (80.7% 증가)
- 성폭력 건수: 398건 → 739건 (85.7% 증가)
- 폭력 건수: 2,750건 → 5,520건 (100.7% 증가)
- 현행 최고 처벌: 소년원 2년, 전과 기록 없음
엄벌주의 권고안, 절충이라는 이름의 칼날
이번 권고안의 핵심은 '중대한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만 13세 청소년이 중대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때 받을 수 있는 최고 처벌 수위가 '소년원 2년'에서 '교도소 20년'으로 강화됩니다. 수치만 보면 10배짜리 전환입니다.
여기서 엄벌주의란 범죄 억제를 위해 처벌의 강도와 확실성을 높이는 형사정책 방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무겁게 때려야 두려워서 안 한다"는 논리인데, 경찰학 전문가 일부는 이 연령대의 강력범죄를 억제하는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절충안에서 가장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중대한 범죄'의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법무부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형법 개정안을 참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해당 개정안에는 중대범죄·강도·성범죄뿐 아니라 집단폭행, 그리고 소년원 3회 이상 송치 경력자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소년원에 세 번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만 13세 아이를 교도소에 보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목공을 하다 보면 어린 나무의 옹이 구멍을 천연 수지로 메워 살려낼지, 아니면 그라인더로 갈아 파편으로 날려버릴지 판단해야 할 순간이 옵니다. 이번 권고안은 저에게 그 두 번째 선택을 너무 빠르게 고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치권이 이재명 대통령이 2월 국무회의에서 "두 달 안에 결론을 내라"고 압박한 이후 급하게 마련한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표심을 의식한 속도전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재범률 13%, 교도소가 범죄 학교가 되는 구조
제가 이번 기사에서 가장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 수치는 바로 소년범 재범률입니다. 현재 소년범 재범률은 12~13%대로, 성인 재범률 3.9%의 약 3배 수준입니다(출처: 법무부). 이미 교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인 겁니다.
이 상황에서 만 13세 아이를 일반 교도소에 수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형사미성년자 특례란 뇌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성인과 동일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발달 단계'인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성인 전과자들의 범죄 기술과 네트워크를 교도소 안에서 그대로 흡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교도소가 결과적으로 청소년 범죄 사설 아카데미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이죠.
법무부가 소년 보호관찰 전담기관 신설과 성인 분리 처우라는 보완책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건 이 문제를 의식해서입니다. 소년 보호관찰이란 시설 수용 대신 지역사회에서 전담 관찰관이 밀착 감독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처우 방식입니다.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정책은 예산과 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서류상 계획으로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반기 긴축 기조 속에서 전담 보호관찰관 인력이 실제로 충원될 수 있을지, 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엄벌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것(재범률)
올해 3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1%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했습니다. 저도 81% 쪽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중대범죄을 저질러도 소년원 2년에 전과 기록도 없이 사회로 돌아온다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노와 정책은 구분해야 합니다. 소년 사법 체계에서 말하는 보호처분 강화란 단순히 처벌을 약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뿌리가 되는 가정 해체, 아동 학대, 학업 낙오 같은 구조적 원인을 국가가 개입해 제거하는 접근을 말합니다. 소년법·청소년 분야 전문가들이 대부분 형사처벌 확대보다 이쪽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목공을 하면서 '덜 자란 목재라도 표면을 정성껏 다듬으면 언젠가 쓸 만한 재목이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아직 성장 중인 어린 나무를 무조건 잘라내는 방식만 반복하면, 결국 미래에 쓸 수 있는 대들보 재목이 사라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형사 사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령 기준 하나 고쳐서 숫자로 성과를 보여주는 방식은 가장 쉽고 빠른 길처럼 보이지만, 소년원 내부의 전인교육 인프라와 1대1 멘토링 프로그램, 취약 가정에 대한 조기 개입 예산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사회적 대화협의체가 올해 3~4월에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던 건 이 맥락에서입니다. 전문가 집단의 경고를 여론과 정치 일정에 밀려 반쯤 무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절충안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금부터라도 냉정하게 추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촉법소년 연령이 실제로 낮아지면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이번 권고안은 국무회의 보고 이후 형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국회 입법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권고안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중대한 범죄'의 구체적 기준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입법 논의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Q. 촉법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전과 기록이 안 남는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맞습니다. 현행법상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에 형사 전과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중대범죄을 저질러도 최고 처벌이 소년원 2년 송치에 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권고안이 통과되면 만 13세가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재판을 받아 전과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Q. 소년범 재범률이 성인보다 높은 이유가 뭔가요?
A. 전문가들은 소년범 재범률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 가정 해체, 또래 집단 영향, 교육 단절을 꼽습니다. 소년원 수용 이후 출소해도 복귀할 안전망이 없는 경우 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 출소 후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과 전담 보호관찰 체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입니다.
Q. 다른 나라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이 어떻게 되나요?
A. 나라마다 차이가 큽니다. 영국은 만 10세,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7~10세부터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독일은 만 14세로 한국과 같고, 북유럽 국가들은 15세 이상으로 더 높게 설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연령 기준 자체보다 소년 전문 법원 운영 방식과 교화 프로그램의 질이 재범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결론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단순히 숫자 하나를 고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가 어디까지 아이들을 보호할 것인가, 그리고 범죄의 원인을 끊기 위해 얼마나 투자할 의지가 있는가에 대한 선언입니다. 3년 새 두 배 가까이 폭증한 소년 강력범죄 앞에서 뭔가 바꿔야 한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중대한 범죄' 기준도 확정하지 않은 채 만 13세 아이에게 교도소 20년의 문을 열어두는 속도전은, 표심을 향한 행정이지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한 설계가 아닙니다.
이번 국무회의 보고 이후 입법 과정에서 '중대한 범죄'의 기준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소년 보호관찰 전담기관 예산이 실제로 편성되는지를 꼼꼼히 지켜보실 것을 권합니다. 감정적 지지와 냉정한 검증은 동시에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