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이 올랐다는 뉴스와 내렸다는 뉴스가 같은 날 동시에 쏟아진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제가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둘 다 사실이었습니다. 같은 서울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퇴근길에 아내와 나눈 대화가 결국 이 글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강남은 내렸는데, 왜 우리 동네는 올랐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울 집값 전체는 올랐습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4월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 6,363만 원으로, 한 달 새 900만 원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억 3,000만 원 가까이 오른 것이고, 2024년 3월 이후 무려 25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출처: KB부동산).
그렇다면 '강남 아파트 급락'이라는 뉴스는 틀린 걸까요. 그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실제로 내리는 현상이 있었고, 4월 기준 서울 자치구 중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한 곳은 강남구뿐이었습니다.
이 엇갈린 현상의 배경에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있었습니다. 양도세 중과란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일반 세율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2022년 5월부터 이 중과 원칙이 유예되어 왔고, 올해 5월 9일을 끝으로 드디어 종료되었습니다.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 세금을 아끼려는 다주택자들이 경쟁적으로 집을 내놓은 건데, 이 효과가 집값이 이미 비싼 강남 지역에 집중된 겁니다. 집값이 높을수록 차익도 크고, 그만큼 양도세 절감액도 커지니까요.
반면 6
8억 원대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는 오히려 1
2억 원씩 급등했습니다. 강남 급매물이 아무리 쏟아져도 저희 같은 평범한 직장인 부부에게 30억짜리 강남 아파트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결국 저희가 눈을 돌릴 수 있는 가격대의 아파트는 오히려 더 올랐고, "이 동네도 이미 너무 올랐는데?"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전세 시장을 흔든 사정
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 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였습니다. 토허제란 특정 지역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나 주택을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그냥 못 사고, 실거주 목적임을 증명해야 매매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10월 15일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 토허제가 적용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규제의 핵심은 갭투자를 원천 차단했다는 점입니다. 갭투자란 주택을 사되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세 세입자를 들여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 자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gap)만으로 집을 사는 전략이어서 이렇게 불립니다. 토허제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자 갭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그 여파로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전세수급지수는 178.1로,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전세수급지수란 전세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수요가, 낮으면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178이면 전세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제 주변에도 전세 매물을 못 구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매매로 돌아선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전세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샀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정책의 취지는 투기 억제였지만, 현장에서는 "강남만 잡으려다 서민들 발등만 찍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갭투자를 막은 결과가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그게 다시 실수요자의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흐름. 정책의 연쇄 효과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매물 잠김이 다시 오면, 다음 카드는 보유세인가
5월 9일 이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예상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없게 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는 대신 버티거나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매물 잠김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매물 잠김이란 집주인들이 매도를 꺼려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으로,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입니다.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준비 중인 카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유세 인상: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조정해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식. 공정비율이란 주택의 공시가격에 곱해 세금 부과 기준금액을 산출하는 비율로, 정부가 법 개정 없이 60~100% 범위에서 조정 가능합니다.
-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실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한 기간에 적용되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안. 장기보유특별공제란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거나 실거주한 기간에 비례해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두 방안 모두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보유세 인상이 결국 임대료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즉 집주인이 늘어난 세 부담을 월세나 전세가에 얹어버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 세입자에게 돌아간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대로 집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세금 부담을 늘려야 매물이 나온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저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규제라는 '창'만 계속 들이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 공급이라는 '방패'가 함께 가야 한다고 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세금이 더 세지기 전에 차라리 증여하자"는 심리를 자극하면 결국 공급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정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퇴근길에 아내와 나누는 "지금 사야 하나?"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규제가 반복될수록 시장은 내성이 생기고, 그 피해가 자산이 적은 2030 세대에게 집중된다는 점만큼은 어떤 정책이 나와도 잊어선 안 되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재무 또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의사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드립니다.
참고: https://dig.mk.co.kr/Digging/Digging.html?id=9767&sort=de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