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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하림그룹, SSM, 라스트마일)

by 부자길 2026. 4. 25.

하림그룹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퇴근길에 습관처럼 들르는 동네 슈퍼마켓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회사 간판을 달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하림그룹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저 같은 맞벌이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자주 이용하는 그 SSM 매장의 풍경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닭고기 회사'로만 알았던 하림이 왜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이 결정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짚어보겠습니다.

하림그룹이 SSM에 뛰어든 진짜 이유

사실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꽤 의외라고 느꼈습니다. 하림 하면 닭고기, 그리고 요즘 마트에서 자주 보이는 '더미식' 브랜드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하림이 노리는 건 단순한 매장 확보가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라스트 마일(Last Mile) 확보입니다. 라스트 마일이란 물류에서 상품이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구간을 뜻하는데, 이 구간이 전체 물류 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확보하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영역입니다. 저도 직장에서 물류 프로젝트를 담당한 적이 있는데, 이 마지막 배송 단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에 300여 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게다가 전체 점포의 76%가 퀵커머스(Quick Commerce) 배송이 가능한 위치에 있습니다. 퀵커머스란 주문 후 1시간 이내에 인근 거점에서 상품을 배달하는 초단시간 배송 서비스로, 쿠팡이츠나 컬리가 이 시장을 빠르게 키워온 방식입니다. 하림이 이 점포망을 확보하면 직접 생산한 닭고기와 가정간편식(HMR)을 주문 즉시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수직계열화 구조가 완성됩니다.

여기에 더해 NS홈쇼핑이 25년간 쌓아온 신선 농산물 유통 경험과 오드그로서 같은 신선식품 직배송 플랫폼을 연결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O4O란 온라인 채널이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과 판매를 돕는 방식으로, 단순한 옴니채널보다 더 긴밀하게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유통 모델을 뜻합니다.

하림이 이번 본입찰에 뛰어든 배경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예비입찰에 불참하며 인수 의사가 없다고 했다가 본입찰 하루 전에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데, 이는 입찰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침체되면서 예상 매각가가 한때 1조 원대에서 3천억 원 안팎으로 크게 낮아졌고, 일부에서는 실제 입찰가가 2천억 원대 초중반에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노리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도권 집중 300여 개 점포를 신선식품 퀵커머스 거점으로 활용
  • 생산(하림 닭고기·HMR) → 유통(NS홈쇼핑) → 배송(오드그로서·SSM)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완성
  • 방송 중심 NS홈쇼핑의 오프라인 채널 확보로 종합 유통 플랫폼 전환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저는 이번 인수 소식을 보면서 솔직히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소비자로서는 반갑고,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하림은 이미 이 시장에서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NS홈쇼핑이 2006년 '700마켓'을 출범하고 이후 'NS마트'로 이름을 바꿔 SSM 시장에 진출했지만, 롯데·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사의 공세와 정부의 출점 규제가 맞물리면서 2015년 사실상 사업을 접었습니다. 14년 전 실패의 기억이 있는 셈이죠.

문제는 지금 환경이 그때보다 훨씬 가혹하다는 점입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4년 기준 26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출처: 통계청). 이커머스의 팽창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뜻이고, 그 반대편에서 오프라인 유통은 계속 위축되고 있습니다. 쿠팡과 컬리 같은 이커머스 강자들이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이미 일상으로 만들어놓은 시장에서, 오프라인 점포 300개를 운영하며 수익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홈플러스 본체의 재무 상황입니다. 현재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진행 중입니다. 기업회생절차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정상화를 도모하는 법적 절차로, 쉽게 말해 법원이 개입해 기업을 살려보려는 과정입니다. 상거래 대금 연체, 임직원 임금 미지급, 매대가 비어가는 상황까지 겹쳐 있어,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만으로는 본체의 손실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홈플러스 노조 역시 이번 매각이 단순한 자산 청산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고용 보장과 해고 조합원 복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림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노사 갈등까지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PMI(Post-Merger Integration), 즉 합병 후 조직·운영 체계를 통합하는 작업 실패가 인수합병의 가장 흔한 실패 원인으로 꼽힙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제가 퇴근길에 들르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하림 제품을 더 자주, 아마 더 신선하게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은 듭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건 반가운 일이고요. 다만 하림이 '물류 거점 확보'라는 전략적 목적만으로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하림의 이번 결정이 성장 동력이 될지, 아니면 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에 부담을 주는 선택이 될지는 인수 이후 운영 방식과 노사 문제 해결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본계약 체결 이후의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 것 같습니다. 이번 딜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5월 4일 전후로 어떤 발표가 나오는지 주목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mydailybyte.com/post/%ED%99%88%ED%94%8C%EB%9F%AC%EC%8A%A4-%EC%9D%B5%EC%8A%A4%ED%94%84%EB%A0%88%EC%8A%A4-%ED%95%98%EB%A6%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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