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법 시행 배경, 표현의 자유, 역차별 논란)

부자길 2026. 7. 10. 08:00

목차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법 시행 배경, 표현의 자유, 역차별 논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법 시행 배경, 표현의 자유, 역차별 논란)

    가짜뉴스를 막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날까요, 아니면 오히려 죽어갈까요? 오늘(7일)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시행되는 날 아침, 저는 채널 하반기 편성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조정하며 이 질문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5년째 15만 구독자 채널을 운영하면서 팩트 한 줄의 무게를 피부로 느껴온 입장에서, 이 법은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가짜뉴스 규제, 왜 지금 이 법이 나왔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기존 제도만으로는 온라인상 허위·조작 정보의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작년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유튜브 등 플랫폼의 가짜뉴스 배상 책임을 직접 언급하면서 정보통신망법 개정 방향이 굳어졌고, 같은 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저 역시 미디어 실무자로서 이 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고의적으로 조작된 정보를 퍼뜨려 돈을 버는 악성 인플루언서들에게 기존 민사소송만으로 책임을 묻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거든요. 소송 기간도 길고, 피해 입증도 까다롭고, 결국 피해자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적지 않게 봤습니다.

    법의 핵심 구조는 크게 세 축으로 정리됩니다.

    • 적용 대상: 직전 3개월간 3회 이상 정보를 올린 크리에이터 중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거나, 3개월 합산 월평균 조회수 10만 회 이상인 경우
    • 금지 행위: 허위임을 알면서도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정보를 유통하는 행위
    • 제재 수준: 손해액의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법원이 허위로 확정한 정보를 반복 유포 시 최대 10억 원 과징금

    여기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피해자 구제보다 재발 억제에 방점을 찍은 개념으로, 미국의 불법행위법에서 오래전부터 활용해온 방식입니다. 이 제도가 가짜뉴스 억제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오히려 표현 위축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표현의 자유, 실제로 얼마나 위협받나

    법의 취지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법이 시행된 오늘 아침 동료 크리에이터들의 움직임을 보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업로드 예정이던 기업 의혹 고발 콘텐츠들이 일제히 비공개로 전환되거나 업로드 자체가 취소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위축 효과(Chilling Effect)입니다. 위축 효과란 처벌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합법적인 표현조차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직접적인 규제가 아니라 심리적 압박만으로도 공론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 이 효과의 핵심입니다. 헌법학자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논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개념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법 조항에 담긴 '손해를 끼칠 의도'나 '부당한 이익 목적' 같은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점입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읽으면서 기준선이 어디인지 헷갈렸습니다. 대기업의 설계 오류를 추적한 고발 콘텐츠가 나중에 일부 사실 오류가 밝혀질 경우, 이것이 '단순 오보'인지 '허위 정보 유포'인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국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2025년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한국을 62위로 평가했으며, 온라인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 확대가 순위 하락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 바 있습니다(출처: 국경없는기자회). 이번 법 시행이 향후 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해외 플랫폼 역차별, 가장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

    이 법을 둘러싼 논란 중 저를 가장 답답하게 만드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가짜뉴스의 실질적인 유통 경로는 유튜브, 메타 등 해외 대형 플랫폼인데, 정작 이들은 법의 영향권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자율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법 개정에 맞춰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AI 기본법 시행으로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음에도, 구글은 약 4개월째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구조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규제 차익이란 동일한 규제 목적 아래에서 일부 사업자는 규제를 적용받고, 나머지는 적용을 피함으로써 발생하는 불공정한 경쟁 격차를 뜻합니다. 지금 상황이 딱 이 모양입니다. 국내 중소 크리에이터와 인터넷 매체들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리스크를 안고 콘텐츠 하나하나를 검수하는 동안, 해외 플랫폼은 미동도 없이 트래픽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번 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합니다. 그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현장에서 제가 직접 목격한 것은 국내 토종 콘텐츠 생산자들만 위축되고, 정작 가짜뉴스의 거대한 유통망인 해외 플랫폼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 비대칭적인 현실이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자의 74.6%가 유튜브를 주요 플랫폼으로 꼽았습니다(출처: 방송통신위원회). 가짜뉴스 문제의 중심에 있는 플랫폼이 규제의 실질적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면, 이 법이 진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법의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개념이 모호한 조항과 역차별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 시행을 강행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속도가 더 빠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채널 운영자로서 저는 이 법이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공익 목적의 비판 저널리즘에 대한 명확한 예외 규정과, 해외 플랫폼 미이행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반드시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의 완성도는 시행 이후의 해석과 보완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은 미디어 채널 운영자로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newneek.co/@newneek/article/42639?utm_source=article&utm_medium=share&utm_content=42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