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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브라질 정상회담 (메르코수르 FTA, 핵심광물, 공급망)

부자길 2026. 8. 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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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하고 처음으로 원자재 공급망 시트를 혼자 맡아 정리하던 날, 선배가 던진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리튬 한 톤 가격이 흔들리면 우리 사업계획서 전체가 흔들린다." 그날 이후로 글로벌 자원 외교 뉴스가 뜨면 예전과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140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총 7건의 협력 문건에 서명했습니다. 11년 만의 국빈 방문이 왜 지금 이 시점에 이뤄졌는지, 숫자 하나하나가 남다르게 들어옵니다.

     

    한-브라질 정상회담 (메르코수르 FTA, 핵심광물, 공급망)
    한-브라질 정상회담 (메르코수르 FTA, 핵심광물, 공급망)

    11년 만에 브라질 문을 다시 두드린 이유

    정상 외교는 그냥 일정이 맞아서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제가 직접 업무로 체감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브라질에 국빈 방문한 건 2014년 이후 11년 만인데, 타이밍이 우연일 리 없습니다.

    브라질은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면서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 국가입니다. 여기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란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17개 원소를 가리키는데, 전기차 모터와 반도체 제조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소재입니다. 거기다 리튬과 니켈까지 풍부하게 매장돼 있으니, 배터리 산업의 관점에서는 사실상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나라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상 외교는 결과보다 분위기 조성에 그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번 회담만큼은 조금 다르게 읽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사전 브리핑에서 "브라질은 공급망 협력 대상국으로서 중요성이 크다"고 못을 박은 건, 이번 방문이 의전 행사가 아니라 원자재 확보 전략의 연장선임을 공식화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공급망 블록화로 번지면서, 자원 빈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브라질 같은 자원 부국과의 전략적 관계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 문제가 됐습니다. 제가 사내에서 원자재 구매 가이드라인 수식을 짜면서 느낀 것도 정확히 그 지점이었습니다.

    요약: 11년 만의 브라질 국빈 방문은 희토류·리튬 등 자원 안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메르코수르 FTA 재개, 숫자보다 맥락이 중요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항목은 메르코수르(MERCOSUR) 자유무역협정(FTA) 재개 합의였습니다. 메르코수르란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4개국이 결성한 남미 최대 관세동맹으로, 이 블록과 FTA를 맺으면 남미 시장 전체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수출하는 교두보가 생깁니다. 한국 제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냉정하게 봐야 할 게 있습니다. 한국은 2018년 메르코수르와 협상을 시작했다가 2021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 재개 선언이 2021년의 복사본이 되지 않으려면,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대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인식이 실무 협상 테이블에서도 그대로 유지돼야 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불안합니다. 정상 선언이 협상 재개의 모멘텀을 만드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관세 양허 세부 협상이나 농산물 분야 이해 충돌 같은 기술적 난관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법적 구속력을 지닌 수준으로 후속 조치를 얼마나 빠르게 밀어붙이느냐가 이번 합의의 진짜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 메르코수르 4개국(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합산 GDP는 남미 최대 규모
    • 한국은 2018년 협상 개시 → 2021년 이후 중단 → 이번에 재개 합의
    • FTA 체결 시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한국 주력 수출품의 관세 인하 기대
    • 농산물 개방 압력 등 협상 난관은 여전히 해소 과제로 남음
    요약: 메르코수르 FTA 재개 합의는 기회이지만, 2021년 중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실무 후속 조치가 핵심입니다.

     

    핵심광물 공급망, 채굴부터 가공까지 '전 주기'라는 말의 무게

    취업 전까지만 해도 저는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이 셀(cell) 기술에서 나온다고 순진하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원자재 구매 관련 업무를 들여다보니, 셀 설계가 아무리 탁월해도 리튬·니켈 원석이 제때 안 들어오면 생산 라인이 그냥 멈춥니다. 그 냉혹한 현실을 체감하고 나서 이번 핵심광물 협력 합의를 읽으니 체감 온도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을 채굴·가공·유통·활용의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전 주기 협력'이란 단순히 원석을 사고 파는 무역 계약이 아니라, 광산 개발 단계부터 정제·가공 공장 건설, 물류 인프라까지 밸류체인(Value Chain) 전체를 함께 설계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브라질 땅 속 광물이 한국 공장 배터리 셀로 완성되기까지의 전 경로를 함께 깔겠다는 선언입니다.

    에너지 협력 MOU도 함께 체결됐습니다. 재생에너지·전력망·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분야가 포함됐는데, 스마트 그리드란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뜻합니다. 브라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한국의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맞물리면 실질적인 협력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협약 문서와 현장 실행 사이의 간극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포스코 장인화 회장, 삼성전자 박승희 사장이 28일 상파울루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동행한다는 사실입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정상 선언에 그치지 않고 기업 수장들이 직접 현장에서 계약 판을 깔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요약: 핵심광물 전 주기 협력은 원석 구매를 넘어 밸류체인 전체를 함께 설계하는 구조적 변화를 뜻합니다.

     

    방산·우주 협력, 한빛-나노 재도전의 의미

    솔직히 이번 회담 소식에서 제가 예상 밖으로 눈길이 오래 머문 건 방산과 우주 분야였습니다. 핵심광물이나 FTA는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두 나라가 방산 공동위원회 출범에 군사 비밀 정보 교환 협정까지 추진한다는 건 관계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신호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방산 분야에서는 한국 공군이 도입하는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의 C-390 수송기에 국내 기업 부품이 탑재된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가 출범하면 이런 부품 협력이 체계적인 틀 안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주 협력에서는 오는 9월 브라질 알칸타라(Alcântara) 우주센터에서 한국 상업 발사체 '한빛-나노' 발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첫 발사가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재도전이라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룰라 대통령이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직접 언급한 것도 이번 MOU 체결과 맞물려 양국이 발사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한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방산·우주 협력은 강대국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처럼 자원 부국과의 협력에서 방산이 레버리지로 작동하는 구조는 꽤 실용적인 외교 전략입니다. 브라질 입장에서도 한국의 방산 기술이 매력적인 거래 조건이 될 수 있고, 한국은 발사장 이용 권한과 광물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출처: 외교부).

    요약: 방산·우주 협력은 단순 기술 교류를 넘어 자원 외교의 레버리지로 작동하는 실용적 전략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르코수르 FTA가 체결되면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직접적으로는 한국 수출 기업들의 남미 시장 진입 비용이 낮아집니다. 간접적으로는 배터리·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 조달이 안정되면 제품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협상 타결까지 수 년이 소요될 수 있어 즉각적인 체감 효과보다는 중장기 구조 변화로 봐야 합니다.

     

    Q.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A. 정상회담 합의가 곧바로 현장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2021년 메르코수르 협상 중단 사례가 이미 보여줬습니다. 이번에는 현대차·포스코·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수장들이 직접 상파울루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동행해 실질 계약 논의에 나선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민관 협력의 실행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속 실무 협상의 속도가 관건입니다.

     

    Q. 한빛-나노 발사 실패 후 재도전인데, 왜 브라질 발사장을 쓰나요?

    A.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는 적도에 가까운 지리적 위치 덕분에 위성을 궤도에 올릴 때 연료 효율이 높습니다. 이번 우주협력 MOU로 한국 상업 발사체의 발사 허가 절차가 간소화되면 비용과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단순히 발사장 임대 계약이 아니라 우주 분야 장기 파트너십의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고환율 상황에서 이런 자원 외교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나요?

    A. 1,540원대 고환율 환경에서는 달러로 결제되는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납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외교가 환율 충격을 즉각 상쇄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해두면 가격 변동성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협상력이 생깁니다. 지금 당장 효과가 없다고 무의미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 같은 불안정기에 씨앗을 심어두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결론

    이번 한-브라질 정상회담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사내 원자재 공급망 시트를 열어놓은 채 뉴스를 읽었습니다. 리튬·니켈·희토류 같은 단어들이 보고서 수식에서 튀어나온 숫자들과 겹쳐 보이면서, "이게 그냥 외교 의전이 아니구나" 싶어 마우스를 잡은 손이 잠깐 멈췄습니다.

    메르코수르 FTA 재개, 핵심광물 전 주기 협력, 방산 공동위원회, 한빛-나노 발사 지원까지 7건의 협력 문건이 한꺼번에 나온 건 분명히 묵직한 성과입니다. 다만 2021년 협상 중단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합의가 실질적인 공급망 파이프라인으로 완성되려면 후속 실무가 선언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섣불리 원자재 테마주를 추종하기보다는, 공급망 밸류체인을 실제로 확보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차분히 지켜보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ewneek.co/@newneek/article/43617?utm_source=newsletter&utm_medium=daily&utm_campaign=260729&utm_content=43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