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2023년 말부터 인도 시장에 꽤 일찍 들어간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 주변에서 인도 얘기가 부쩍 줄었다는 걸 느낍니다. 트럼프 관세 이슈 이후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소식은 저한테 개인적으로도 꽤 반가운 뉴스였습니다.
적립식투자로 버텨온 인도 시장, 지금 어디쯤 왔나
솔직히 저는 인도 주가가 이렇게까지 빠질 줄 몰랐습니다. 2023년 11월부터 꾸준히 오르는 걸 보면서 ISA 계좌를 열어 적립식 매수를 시작했는데, 2025년 들어 생각보다 깊게 빠졌습니다. 여기서 ISA 계좌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의 약자로, 국내에서 의무 보유 기간을 채우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 투자 수단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정책이 인도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상호관세란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매기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동일하게 맞대응하는 정책으로, 인도는 미국과의 협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증시가 서서히 하락했습니다. 저는 그 기간 동안 매수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저점 분할매수의 기회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게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반등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시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바닥을 다지고 서서히 회복하는 흐름이 보입니다. 인도 센섹스(SENSEX) 지수는 2025년 초 고점 대비 약 15% 이상 하락했다가, 현재는 점진적인 반등 국면에 들어선 상태입니다(출처: BSE India). 제 경험상, 신흥국 시장은 하락할 때 심리적 압박이 상당히 큰데, 이 구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장기 수익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EPA 개선 협상 재개, 교역 확대의 실질적 신호탄
이번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제 협력 내용 중 하나는 CEPA 개선 협상 재개 선언입니다. 여기서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으로, 단순한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범위가 넓어 무역뿐 아니라 투자, 서비스, 지적재산권까지 포함하는 협정입니다.
한·인도 CEPA는 2010년 발효 이후 양국 교역액을 171억 달러에서 257억 달러 수준으로 50% 이상 끌어올린 기반이 됐습니다. 그런데 세부 내용은 15년 넘게 손을 제대로 못 댔습니다. 이번에 모디 총리가 연내 협상 재개와 신속 마무리를 공식 약속했다는 점은, 단순 선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국이 설정한 목표는 현재 250억 달러 수준인 교역액을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장관급 경제 협력 플랫폼인 산업협력위원회도 신설됩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주요 협력 문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EPA 개선 협상 재개 공동선언
- 핵심광물·원전·청정에너지 분야 산업협력위원회 양해각서(MOU)
- 항만 인프라 개발을 위한 항만협력 MOU
- AI 및 첨단 정보통신 분야 디지털 브릿지 프레임워크 채택
- 양국 간 QR코드 결제 연동 MOU
- 중소기업 협력 MOU 및 민간 MOU 20건
저는 이 목록을 보면서 단순 친선 방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QR코드 결제 연동이나 중소기업 MOU는 대기업 중심이었던 1차 인도 진출 물결과는 결이 다릅니다. 실제로 경제적 교류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공급망 다변화와 조선·핵심광물, 왜 인도인가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supply chain diversification)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공급망 다변화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집중된 원자재·부품 조달 경로를 여러 나라로 분산해 공급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입니다. 인도는 이 맥락에서 꽤 매력적인 파트너입니다. 나프타, 핵심광물 등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협력이 이번 회담에서도 명시적으로 언급됐습니다.
조선 분야 협력도 구체적입니다. 한국이 기술력을 제공하고, 인도가 시설 건설 지원과 선박 발주 수요를 보장하는 구조입니다. 원전 분야도 마찬가지로 공동사업 발굴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전력 수요국 중 하나로,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인도의 전력 수요는 현재보다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출처: IEA).
제가 인도에 장기투자를 결심한 근본 이유 역시 이 부분입니다. 인도는 이공계 인력이 탄탄하고, 특히 IT·반도체 설계·우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고급 인재 풀이 넓습니다. 국가의 성장동력은 결국 젊고 생산적인 인구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인도는 지금 그 조건을 가장 잘 충족하는 나라입니다. 중국도 패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인구 구조와 젊은 층의 비중을 보면 방향성이 다릅니다. 물론 인도가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치안 문제나 인프라 격차, 행정 절차의 복잡성 같은 리스크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시각도 충분히 타당합니다.
인도의 명목 GDP는 2024년 기준 약 3.9조 달러로 세계 5위권에 진입했으며, IMF는 2027년경 일본을 넘어 세계 4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시적 흐름 속에서 한국이 8년 만에 인도를 국빈 방문한 타이밍은 늦은 감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협력 구조를 체계화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제가 이미 들어가 있는 시장에 대한 확인 사살이었습니다. ISA 의무 보유 기간이 끝날 즈음 인도 주식을 매도할지 더 담을지 판단해야 하겠지만, 인도의 미래 전망 자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기 주가 흐름보다 10년 후 인도가 어떤 나라가 될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치안과 관광 인프라가 개선된다면, 직접 눈으로 인도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투자와 여행, 두 가지 모두 준비하면서 기다려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