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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월요일 새벽, 저는 컴컴한 사무실에서 혼자 모니터 두 대를 켜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원/달러 외환시장이 24시간 전면 개장되는 첫날이었고, 통상 실무자로서 직접 데이터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솔직히 그날 새벽에 목격한 것은 제가 10년간 믿어왔던 몇 가지 전제를 단번에 뒤집는 장면이었습니다.
왜 지금, 24시간 원/달러 외환시장을 열었을까: 개장배경
원래 원/달러 외환시장의 거래 가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였습니다. 이번 개편으로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24시간 쉬지 않고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정부가 이 시점에 개편을 밀어붙인 데는 두 가지 맥락이 있습니다. 하나는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 문제입니다. 그동안 뉴욕이나 런던의 글로벌 기관들이 한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려 해도, 우리 시간으로 밤이나 새벽에는 환전 창구가 닫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역외 NDF 시장을 이용했는데, 여기서 NDF(차액결제선물환)란 실물 달러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 만기 시 환율 차이만큼의 금액을 정산하는 선물환 계약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NDF 거래가 역내 시장과 괴리를 만들며 원화 가치를 왜곡하는 노이즈를 지속적으로 발생시켜 왔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 NDF 노이즈가 특히 심한 날은 다음 날 아침 개장 직후 갭변동성이 매우 크게 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하나의 배경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문제입니다. MSCI 선진국지수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산정하는 선진 금융시장 분류 기준으로, 이 지수에 편입되면 전 세계 패시브 펀드 자금이 대규모로 국내 시장에 유입될 수 있습니다. 24시간 외환시장 운영은 그 전제 조건 중 하나로 꼽혀 왔습니다(출처: 기획재정부).
새벽 시장의 민낯, 야간 변동성의 구조적 문제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가장 냉정하게 확인한 건 자정을 넘긴 이후였습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야간 호가 공급이 눈에 띄게 얇아지기 시작하더니, 미미한 대형 주문 하나와 글로벌 기술주 불안 뉴스 한 줄에 원/달러 환율이 단 몇 초 만에 수 원씩 출렁였습니다. 제가 직접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느낀 건, 이건 시장이 열린 게 아니라 빈 무대가 열린 것에 가깝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유동성입니다. 야간 시간대에는 국내 대형 은행들의 호가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수·매도 주문이 촘촘하게 쌓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갭변동성(Gap Volatility), 즉 직전 거래가 대비 새 호가 간의 가격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거래시간 연장 시범 운영 때 개장 직후 갭변동성이 41.6% 줄어들었다고 하는데(출처: 한국은행),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거래 공백이 해소된 효과이지 야간 시간대 자체의 변동성이 안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개편 이후 달라진 환율 산정 방식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매시 정각마다 직전 1시간 거래를 평균 낸 TWAP(시간가중평균환율)이 공시됩니다. TWAP란 특정 시점의 체결가 하나가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의 가격 흐름을 가중 평균하여 산출하는 방식으로, 순간적인 이상 거래 하나가 공시 환율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저도 이 TWAP 수식을 엑셀 시트에 적용해가며 밤새 모니터링했는데, 산정 방식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애초에 유입되는 거래량 자체가 적으면 의미가 반감된다는 한계를 실감했습니다.
야간 변동성 리스크를 높이는 구조적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내 시중은행들의 야간 호가 공급이 주간 대비 현저히 부족한 상태
- 대기업 수출 달러가 국내 역내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해외 법인에 머무는 현상 지속
- 거래량이 얇은 시간대를 노린 외국계 헤지펀드의 단기 포지션 플레이 가능성
- 글로벌 이벤트(미 연준 금리 결정, 고용지표 등) 발표 직후 국내 대응 창구 부재
실무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그렇다면 원자재 수입 결제나 외환 헤지를 실제로 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번 개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헤지 전략의 기준점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재조정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선 야간 시간대에 발동되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외환 헤지(FX Hedge)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익 리스크를 선물환 계약이나 옵션 등을 통해 미리 고정시키는 전략입니다.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 전후에서 움직이는 고환율 국면에서는, 야간에 불특정 뉴스 한 줄로 환율이 수십 원씩 이탈할 경우 수억 원 단위의 결제 마진이 순식간에 증발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운용하는 원자재 수입 결제 타이밍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야간 체결보다는 주간 거래 시간대에 우선적으로 집행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를 재설정했습니다. 아직 국내 은행들의 야간 유동성 공급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벽 시간대 거래는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역외 원화결제시스템을 구축해 비거주 외국인도 글로벌 금융기관을 통해 24시간 원화 환전과 국내 자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시장 안정에 기여하려면 결국 실질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 기반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제도의 하드웨어만 앞서가고 유동성의 뒷받침이 없으면 오히려 투기 자본의 놀이터만 넓어지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24시간 외환시장 개편이 장기적으로 원화 국제화와 외국인 투자 접근성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내 주요 은행들의 야간 외환 유동성 공급 확대와 해외 금융기관의 실질적 참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도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 실무자들은 스스로 리스크 기준을 한 단계 높여 잡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실무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