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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원전 부지 확정 (AI 전력난, 주민수용성, 방폐장)

    솔직히 저는 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이렇게 빠르게 밀어붙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오전에 목공소에서 샌딩 작업을 하다가 스마트폰으로 속보를 봤는데, 경북 영덕에 대형 원전 2기, 부산 기장에 국내 첫 SMR(소형모듈원자로) 1기의 부지가 전격 확정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15년 만의 신규 원전 부지 결정이라는 문장을 읽는데, 그라인더 쥐고 있던 손이 뚝 멈췄습니다.

    AI 전력난이 탈원전 기조를 뒤집은 이유

    출범 초기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 가동까지 최소 15년이 걸린다"며 신규 건설에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친 끝에 올해 1월 정부는 계획대로 원전을 짓겠다고 확정했고, 이번에 부지까지 낙점됐습니다. 기류를 바꾼 핵심 동력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 폭증입니다.

    저도 목공소에서 대형 전기 대패와 그라인더를 동시에 돌리다가 작업실 두꺼비집이 내려가기 직전의 과부하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긴박함이 지금 국가 전력망이 처한 상황과 정확히 겹쳐 보였습니다.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24시간 끊김 없는 대용량 전력이 필요한 AI 인프라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중동 전쟁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화석연료 의존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원전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재평가됐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372~416GW 수준인 세계 원전 설비용량이 2050년에는 평균 813GW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여기서 GW(기가와트)란 10억 와트에 해당하는 전력 단위로, 원전 1기가 보통 1GW 안팎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방대한지 짐작이 됩니다.

    이번에 선정된 영덕 부지는 2012년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가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중단된 곳입니다. 기장 부지 역시 신고리 7·9호기 부지로 검토된 이력이 있어 송전망 등 기반 설비가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한수원이 이 두 곳을 낙점한 데에는 기존 지질조사 데이터와 인프라를 재활용해 사업 속도를 높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통나무 슬래브를 가공할 때 과거 결을 파악한 목재가 훨씬 작업이 수월하듯, 기존 데이터가 쌓인 부지를 재활용하는 건 분명히 속도 면에서 유리합니다. 다만 그 속도가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덮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봐야 합니다.

    부지 선정의 핵심 평가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영덕군 종합 점수: 91.01점 (경쟁지 울주군 82.63점 제침)
    • 기장군 종합 점수: 87.11점 (경쟁지 경주시 84.56점 제침)
    • 두 지역 모두 주민 수용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낙점

    부지 확정 이후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솔직히 이 뉴스를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해결됐다"가 아니라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됐구나"였습니다. 부지를 정하는 것과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 사이에는 아직 엄청난 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난제는 HVDC 송전망 부족입니다. HVDC(초고압직류송전)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멀리 떨어진 수요지까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보낼 수 있는 고효율 송전 방식입니다. 문제는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이 HVDC 선로 구축 사업이 밀양 사태 이후 주민 반발로 사실상 멈춰 있다는 점입니다. 전기를 만들어도 보낼 길이 없으면, 조 단위 예산을 쏟아부은 발전소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는데, 발전과 송전의 타이밍이 어긋나면 동해안 원전 전체가 출력을 강제로 낮춰야 하는 가동 제한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 문제도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고준위 방폐물(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란 원전에서 사용된 핵연료봉처럼 방사능 농도가 매우 높아 수만 년에 걸쳐 격리 보관해야 하는 폐기물을 가리킵니다. 올해 3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시행되며 2060년 영구처분시설 운영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부지 선정 절차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안의 임시 저장 수조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데, 핵쓰레기 처리 경로가 없는 채로 신규 원전을 짓는 건 제가 보기에 구조적인 설계 오류입니다.

    게다가 영덕과 기장 모두 경상권에 몰려 있어, 원전과 송전망 부담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문제도 짚어야 합니다. 주민 수용성 점수가 높다는 건 그 지역 주민들이 원전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동해안 지역이 또다시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AI 데이터센터 입지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산업 재배치 가이드라인 없이 원전 공급만 늘리는 접근 방식을 취하는 한, 이 불균형은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준공 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SMR은 2035년, 대형 원전 2기는 2037~2038년 준공이 목표인데,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원전 인허가 절차가 모두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전략환경영향평가란 대규모 개발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로, 통과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부지가 확정됐다는 소식에 저는 그날 오후 노트북을 펴고 에너지 섹터 관련 수치들을 엑셀에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기장 지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결정이 지역 자산 가치와 산업 지형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신규 원전 부지 확정은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HVDC 송전망 확충을 위한 법적 보상 체계,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장 부지 확정이라는 두 개의 핵심 과제를 정부가 어떤 속도로 풀어내느냐가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글로벌 흐름에 올라타는 것은 좋지만, 청구서 없는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방폐장과 송전망 문제를 병행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다음 원전 관련 인허가 일정과 방폐물 특별법 시행령 추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해두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에너지 정책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mydailybyte.com/post/%EC%9B%90%EC%A0%84-%EB%B6%80%EC%A7%80-%ED%99%95%EC%A0%95-%EC%98%81%EB%8D%95-%EA%B8%B0%EC%9E%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