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오늘 오전 공방에서 끌을 쥐고 장부 촉을 다듬다가 스마트폰으로 부동산 뉴스를 켰는데, 서울 평균 주택 가격이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겼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설마 이렇게 빨리 뚫릴 줄은 몰랐거든요. 그 순간 대패질하던 손이 뚝 멈췄습니다.
막차수요가 한 달 만에 시장을 뒤집었다
저도 처음엔 이번 상승세를 일시적인 잡음 정도로 봤습니다. 내수 경기가 흔들리고 기준금리가 3.5%대 고점에서 꼼짝 않는 긴축 국면에서는 실수요자들의 구매력 자체가 버텨주지 못할 거라는 게 제 오랜 판단이었으니까요. 그런데 5월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제 전제 자체가 틀려 있었습니다.
핵심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였습니다. 양도소득세 중과란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 일반세율이 아닌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인데, 이 중과 유예가 5월 9일 종료되면서 그 직전에 팔려는 다주택자와 사려는 실수요자가 동시에 시장으로 몰린 겁니다.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둔 이른바 '막차 수요'가 단기간에 거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결과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금액이 한 달 새 5조 7,000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74% 넘게 뛰었습니다(출처: 부동산플래닛). 저는 '대출을 조이면 돈이 막힌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코스피 급등으로 불어난 주식·채권 매각대금이 새로운 매수 자금으로 흘러들어온 겁니다. 올해 1~4월에만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 7,254억 원이 주택 매입에 투입됐고, 그 65% 이상이 서울로, 강남 3구에만 1조 원 넘게 유입됐습니다. 자본은 규제를 우회할 경로를 항상 찾아낸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공급절벽이 진짜 뇌관이다
저는 목공 취미로 북미산 화이트 오크나 월넛 같은 하드우드 원목을 직접 고르러 다닙니다. 재료가 귀해지면 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이 딱 그 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심리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입니다.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22년 4만 2,724가구에서 2023년 2만 5,567가구로 40% 이상 줄었고, 같은 기간 착공 물량은 60% 넘게 쪼그라들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여기서 인허가란 건축 허가를 받은 단계를 의미하는데, 인허가부터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3년에서 5년의 시차가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인허가를 쏟아부어도 2028년 이전에 공급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공급 공백이 입주권·분양권 시장을 먼저 자극했습니다. 입주권이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갖는 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인데, 이 권리 자체가 거래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전용 84㎡ 입주권은 약 1년 만에 4억 5,000만 원이 올라 17억 5,000만 원에 거래됐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84㎡ 입주권은 50억 원에 손바뀜됐습니다. 목공 작업에서 나무에 거대한 옹이가 있으면 주변 결이 전부 딸려 올라가는 것처럼, 강남권 입주권 가격이 외곽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이번 상승의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로 인한 단기 막차 수요 집중
- 코스피 급등으로 유입된 주식·채권 매각 자금의 부동산 전환
- 인허가 40%, 착공 60% 감소로 인한 신축 아파트 희소성 심화
- 입주권·분양권 시장의 선행 과열이 일반 매매 시장으로 전이
매수심리 폭발, 그래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제 경험상 시장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두가 '이번엔 다르다'고 말할 때입니다. 5월 전국 주택 매매 소비심리지수는 116.7로 상승 국면에 진입했고, 서울은 135.6까지 치솟으며 한 달 새 10.7포인트 급등했습니다. 여기서 주택 매매 소비심리지수란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집을 사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135.6은 시장이 매수 우위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신호입니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모두 전월보다 상승폭을 확대했고, 석 달 연속 하락하던 강남구마저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특히 길음·종암동 대단지가 강세를 보인 성북구가 1.36%로 서울 내 상승률 1위를 기록했는데, 제가 바로 그날 오후에 성북구 관련 매매가 지수 데이터를 엑셀 시트에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볼수록 마냥 관망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다만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양도세 중과라는 세제 카드로 다주택자 매물을 유도하려 했던 정책이 오히려 막차 수요를 자극해 시장을 과열시킨 결과는, 수요 억제 위주의 규제가 공급 병목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특정 지역을 규제로 누르면 인근으로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패턴은 이미 지난 수년간 반복됐습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란 연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 규제만으로는 이미 자산을 축적한 계층의 매수를 막기 어렵습니다.
서울 평균 집값 10억 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해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벨트가 형성된 동탄·평택·용인 등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분당·광교 일대까지 상승 온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추가 규제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지금은 매수 흥분보다 데이터 기반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부동산 매수·매도 결정은 반드시 공인된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의 판단으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