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주변 동료들이 "요즘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는 게 로또보다 어렵다"고 푸념할 때만 해도 과장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KB부동산이 발표한 7월 통계를 제 손으로 직접 뜯어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억 원을 넘어섰고, 1년 새 8.5% 올랐습니다. 숫자만 보면 덤덤할 것 같지만, 사내 데이터룸에서 관련 엑셀 시트를 켜놓고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손끝이 뚝 멈추더군요.

공급절벽이 만들어낸 전셋값 폭등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왜 이렇게 치솟는지를 두고 "전세대출이 집값을 올린다"는 시각도 있고, "결국은 공급 부족 탓"이라는 시각도 팽팽하게 맞섭니다. 저는 실무에서 매일 관련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입장에서 후자 쪽에 훨씬 더 무게를 둡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69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8.4% 급감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연말까지 예정된 물량도 1만 7,210가구에 그쳐 작년보다 46.8% 줄어들 전망입니다. 쉽게 말해 서울에서 새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작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상황에서 전세수급지수(전세 공급 대비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는 의미)는 127.6을 기록하며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반 토막 났으니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가 9억 원에 전세 계약되며 신고가를 경신한 것도 이 맥락에서 보면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제가 실무에서 가장 주목한 지점은 강북이었습니다. 강남 11개구 평균 전셋값은 8억 1,104만 원으로 여전히 높지만, 작년 말 대비 상승률은 강북(7.43%)이 강남(4.87%)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강동구가 전월 대비 2.45%, 성북구가 2.37%, 중랑구가 2.25% 올랐습니다. "저렴한 동네라도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수치를 보며 그 마지막 탈출구마저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셋값 부담에 밀려난 수요는 자연스럽게 월세 시장으로 흘러갑니다.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3.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세를 포기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몰리며 그쪽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전년 동기 대비 48.4% 급감 (1만 690가구)
- 전세수급지수: 127.6으로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
- 강북 전셋값 상승률 7.43%로 강남(4.87%) 추월
-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 103.98, 역대 최고치
- 서울 전세가격 전망지수: 136.1로 4개월 연속 130 초과
보증 사각지대와 DSR 규제, 누가 피해자인가
평균 전셋값이 7억 원을 넘어서면서 제가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HF(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 한도였습니다. HUG·HF의 주요 전세보증 상품은 수도권 보증금 7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합니다. 여기서 전세보증이란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변제해주는 공적 안전망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달 서울 전세 거래의 40.3%가 이미 보증금 7억 원을 넘어섰습니다(출처: KB부동산). 평균에 해당하는 전셋집조차 공적 안전망 바깥에 놓이게 된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도를 올리지 않은 채 가격만 오르도록 내버려 둔 결과가 이 지경이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정책적 방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전세대출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터졌습니다. DSR이란 연간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율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연봉이 낮으면 빌릴 수 있는 전세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직접 상환 스케줄을 짜보면서 느낀 건, 이 규제가 적용되면 사회 초년생이나 저소득 무주택자들은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세대출을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지금 전셋값을 밀어올리는 힘은 대출 수요가 아니라 물리적인 공급 부족입니다. 공급은 그대로 두고 수요 측의 대출만 틀어막으면, 전셋집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세입자들의 접근성만 떨어집니다.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 공급 확대를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도 방향은 맞지만, 아파트 전세를 찾는 실수요를 빌라로 돌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127로 4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세가격 전망지수 역시 136.1로 4개월 연속 130을 웃돌고 있는데,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3개월 뒤 전셋값 상승을 예상하는 중개업소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지표상으로는 당분간 상승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울 전셋값이 7억 원이면 중위가격도 그 정도인가요?
A. 7억 원은 평균값입니다. 중위가격은 6억 2,667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위가격이란 전세 거래를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을 의미합니다. 평균보다 중위가 낮다는 건 고가 전세가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Q. HUG 전세보증보험은 지금도 가입할 수 있나요?
A. 수도권 기준 보증금 7억 원 이하 주택이면 가입 대상입니다. 다만 이달 서울 전세 거래의 40.3%가 이미 7억 원을 초과한 상태라, 평균 수준의 전셋집도 보증 가입이 안 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계약 전에 반드시 대상 여부를 먼저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Q. 전세대출에 DSR 규제가 적용되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나요?
A. DSR은 연간 소득 대비 전체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을 제한하는 규제입니다. 현재 구체적인 한도 수치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연소득이 낮은 사회 초년생이나 청년층의 전세대출 한도가 현재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정책 발표 타이밍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비아파트 공급 확대 대책이 실제로 전셋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A.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빌라·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공급 기간이 짧은 건 사실이지만, 전세사기 트라우마 이후 비아파트 전세를 꺼리는 수요자 심리가 아직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정부 대책이 수요자의 신뢰 회복과 맞물려야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7억 원 돌파는 단순한 통계 경신이 아닙니다. 공적 보증의 한도선이 실제 거래 가격에 추월당하고, 서민 주거의 마지막 보루였던 강북 중저가 지역까지 상승 랠리에 편입된 지금, 저는 제 첫 월급 포트폴리오와 전세 계획을 전면 재검토했습니다.
공급 절벽이라는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전세대출 DSR 규제로 수요만 틀어막는 접근은, 무주택 세입자들의 선택지를 줄일 뿐 전셋값을 잡는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비아파트 공급 확대 대책이 어떤 내용으로 나올지, 그리고 청년 월세 지원이 실질 소득과 연동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지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당장 전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HUG·HF 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대출 규제 변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