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백악관이 이 정도로 허술하다는 걸 몰랐습니다. 5월 23일, 백악관 본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검문소에서 30발 가까운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미국이 정말 세계 최강대국이 맞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한 달 새 세 번째 백악관 인근 총격 사건,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습니다.
보안 시스템의 구멍, 예고된 인재였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나시르 베스트(21세)는 낯선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백악관 진입로를 무단 침입하다 체포됐을 때부터 이미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의 요주의 인물 명단에 올라 있던 사람입니다. 여기서 비밀경호국이란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주요 정부 시설의 물리적 보호를 전담하는 연방 기관으로, 단순 경찰과는 달리 고도의 위협 분석과 선제적 대응을 임무로 합니다. 그런 기관이 신상을 뻔히 파악하고 있던 인물이 총기를 소지한 채 검문소 앞까지 걸어 들어와 선제 발포를 했다는 사실은, 시스템 어딘가에 분명한 구멍이 있다는 뜻입니다.
베스트는 지난해 6월 불법 진입 이후 정신감정을 받았고, 7월에 또다시 침입을 시도하다 체포돼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습니다. 접근금지 명령이란 법원이 특정인에게 지정 장소나 인물에 대한 접근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로, 위반 시 즉시 구금이 가능한 강제력 있는 명령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또 나타났습니다. 법적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왜 사전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제가 직접 관련 보도들을 찾아봐도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더군요.
미국의 정치 폭력 위협 추이를 보면 이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몇 년간 대통령 및 주요 정부 시설을 겨냥한 위협 사례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출처: 미 의회조사국). 이번 사건 현장에 있던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총격 발생! 엎드려!"를 외치며 대피를 유도하기까지 수십 초의 혼란이 있었습니다. 25~30발의 총성이 이어지는 동안 인근을 지나던 행인 한 명도 총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에 빠졌는데, 해당 총상이 용의자 발사 탄환에 의한 것인지 대응 사격의 유탄인지조차 아직 불분명합니다.
이번 한 달 사이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4월 25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이 열린 워싱턴 힐튼호텔에 산탄총·권총·칼로 무장한 용의자가 보안검색대를 돌파 시도. 트럼프 대통령 참석 중이었으나 무사히 대피.
- 5월 4일: 워싱턴 기념탑 인근에서 비밀경호국 요원을 향한 총격 발생. 10대 1명 부상.
- 5월 23일: 백악관 행정동 바로 옆 검문소에서 30발 규모의 총격전. 용의자 사망, 행인 1명 위독.
한 달 안에 이런 일이 세 번이나 터졌다는 걸 보면서, 퇴근 후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걱정이 괜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 유학 중인 동생, 출장 가는 직원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만큼 치안 불안이 피부로 와닿는 수준입니다.
정신보건 공백과 정치적 숟가락 얹기
이번 사건에서 제가 가장 씁쓸하게 느낀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 측과 법무부가 이를 "대통령 암살 시도"로 규정하며 이전부터 논란이 됐던 '백악관 동관 방탄 연회장 건립' 계획을 다시 꺼내 든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 즉 비극적 사건을 정치적 숙원 사업의 근거로 활용하는 패턴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정신보건 시스템의 공백, 둘째는 총기 규제의 허술함입니다. 정신보건 시스템이란 정신질환을 가진 개인이 사회로 복귀하기 전까지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치료 연계, 위기 개입 등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안전망 전체를 가리킵니다. 베스트는 이미 "자신이 신이다"라고 주장해 정신감정을 받은 전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어떤 지속적 개입이 이루어졌는지는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감정 한 번 받고 방치된 것이라면,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실패입니다.
미국 내 정신질환자의 총기 접근 문제는 오래된 논쟁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4만 5천 명을 웃돌며, 이 중 상당수가 정신건강 위기 상황과 연관됩니다(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총기 규제란 총기 구매, 소지, 운반 등에 관한 법적 제한 조치를 의미하는데, 미국은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제 대신 주별로 제각각인 법률이 적용되어 위험 인물의 사전 차단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는 나오고 있습니다. 게이브 에번스 하원의원(공화·콜로라도)은 "정치 폭력과 극단주의 행위는 우리나라에 설 자리가 없다"고 했고, 슈리 타네다르 하원의원(민주·미시간)도 "정치 폭력은 100%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당이 한목소리를 내는 드문 장면이지만, 저는 이런 선언적 발언보다 정신보건 추적 시스템 강화나 위험 인물 총기 접근 차단 같은 구체적 입법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비극이 반복될 때마다 같은 말만 되풀이된다면, 그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 달 새 세 번이나 같은 일이 터졌습니다. 저는 이걸 우연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위협 평가(Threat Assessment), 즉 특정 인물이 실제 폭력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개입하는 전문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나시르 베스트는 검문소 앞까지 오지 못했어야 합니다. 미국이 이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한, 다음 한 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미국의 치안 불안은 이제 현지에 사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출장, 유학, 여행으로 미국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물리적 방호벽만 높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백악관은 요새가 되고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 공간은 그 의미를 잃을 것입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댓글로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참고: https://newneek.co/@newneek/article/40765?utm_source=article&utm_medium=share&utm_content=40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