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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지면 방산주가 오른다는 상식, 정말 맞는 말일까요? 7월 14일, 저는 회사 데이터룸에서 엑셀 시트를 켜 놓고 이 공식이 완전히 박살 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재개되며 유가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뛰었는데, 정작 K-방산 대장주들은 일제히 8% 넘게 추락했습니다. 교과서가 현실 앞에서 무너진 날이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 재개, 그리고 유가 급등이 쏘아 올린 공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3일(현지 시각), 이란을 향해 추가 공습을 예고하며 "오늘 밤에도, 내일도 세게 때릴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체결한 종전 MOU는 이란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란이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합의가 불과 20일 만에 백지로 돌아간 셈입니다.
여기에 미국은 이란 항구와 연안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Naval Blockade)까지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해상 봉쇄란 특정 국가의 항구·해역을 군사적으로 차단해 물자 출입을 막는 조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적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받겠다고 선언했는데, 쉽게 말해 전 세계 해상 무역로를 자국 수익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제 원자재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Brent Crude)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9.6% 오른 배럴당 83.3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란 북해산 원유를 기준으로 삼는 국제 유가의 대표 벤치마크로, 이 지표가 오르면 전 세계 에너지 가격과 물가 전반에 연쇄 충격을 줍니다. 저는 그날 아침 원자재 가격 변동 추이 시트를 들여다보면서 손끝이 뚝 멈추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숫자 하나가 이렇게 많은 것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상원에 보낸 서한에서 군사 행동이 7월 7일부터 시작됐다고 통보했습니다.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상 의회 승인 없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60일입니다. 개시 시점을 별도로 못 박았다는 것은, 이번 작전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 브렌트유 선물: 전 거래일 대비 +9.6%, 배럴당 83.30달러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EIA)
- 해상 봉쇄: 14일 오후 4시(한국 시각 15일 오전 5시)부터 재시행
- 전쟁권한법 60일 기한: 7월 7일 군사행동 개시 기준으로 카운트 시작
- 트럼프, 16일 대국민 연설 및 이란 픽액스(Pickaxe) 산 핵시설 타격 시사
방산주 급락, "전쟁=방산주 상승" 공식이 틀린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제 막 대기업 기획·재무 부서에 입사해 글로벌 공급망 흐름을 배우기 시작한 저는, 미국-이란 전쟁 재개 소식이 터지는 순간 K-방산주가 수급 폭발로 치솟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중동 국가들이 천궁-II 같은 국산 무기 체계를 활발히 수입하고 있었고, 실전 능력도 검증된 상태니까요.
하지만 7월 14일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전 거래일 대비 8.28% 급락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6.84%), 한화시스템(-5.86%), 현대로템(-2.71%)도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코스피도 한때 7,000선이 무너진 6,769.06으로 출발했습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냉혹했습니다. K-방산 기업들은 사우디, 이라크, UAE 등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수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미국-이란 전쟁이 격화되면 이 현지 사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가 주가를 끌어내린 겁니다.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가 오히려 수출 밸브를 잠가버린 셈입니다. 여기서 지정학적 리스크란 전쟁·분쟁·외교 갈등 같은 정치적 불안 요소가 경제·투자 환경에 미치는 충격을 뜻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쟁 수혜주라는 프레임 안에도 수출 대상국이 분쟁 지역과 얼마나 겹치는지, 즉 '지역 집중 리스크'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는 것을 이날 처음으로 피부로 느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과 실제 시장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것, 그걸 실시간으로 목격한 날이었습니다.
금리 인상 압박과 자산 디커플링, 어디에 기대야 할까
유가 급등은 단순히 기름값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 전반이 들썩이고, 이는 곧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근원 물가가 높게 나오면 가까운 시일 내 통화정책 긴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여기서 근원 물가란 가격 변동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물가 지수로, 연준이 금리 결정 시 가장 중시하는 기준입니다.
이 발언 하나가 시장을 다시 뒤흔들었습니다. 시장이 예상하는 7월 금리 인상 확률은 한 달 전 8.3%에서 40%를 넘는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지면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이자를 주지 않는 금(Gold)의 매력은 떨어집니다.
실제로 13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9% 내린 온스당 3,998.5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원래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쟁 시 수요가 몰리는 자산인데, 이번에는 인플레이션(Inflation) 우려와 금리 인상 기대가 더 강하게 작용해 오히려 가격이 밀렸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화폐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면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 대비 0.316% 오른 101.279를 기록했습니다. 달러인덱스란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달러 강세를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시트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전통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알려진 금과 달러가 이날은 완전히 반대로 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자산 디커플링(Asset Decoupling), 즉 서로 연동되던 자산들이 상관관계를 잃고 제각각 움직이는 현상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다는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이란 전쟁이 재개되면 유가가 계속 오르나요?
A. 단기적으로는 공급 차질 우려로 유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해상 봉쇄가 실제로 얼마나 강하게 집행되는지, 이란이 추가 보복에 나서는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고, 트럼프 대통령의 16일 대국민 연설 이후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Q. 전쟁 나면 방산주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A. 단순히 "전쟁=방산주 상승"으로 접근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처럼 K-방산 기업들이 분쟁 지역인 중동에서 수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면, 전쟁 격화가 오히려 현지 사업 차질이라는 악재로 작용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수출 대상국과 분쟁 지역의 겹침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전쟁 시기에 금 대신 달러를 사는 게 더 낫나요?
A. 이번처럼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상 기대가 동시에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금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만 이는 특수한 조건이 겹친 결과이며, 항상 달러가 금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투자 목적과 보유 기간을 먼저 고려하시길 권장합니다.
Q. 연준이 7월에 금리를 올리면 국내 주식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코스피 같은 국내 증시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미 7월 14일 코스피가 한때 7,000선 아래로 밀린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이번 미국-이란 전쟁 재개 사태는 저에게 세 가지를 동시에 가르쳐 줬습니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거쳐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 안전자산인 금마저 고금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자산 디커플링, 그리고 전쟁 수혜주라는 단순한 공식이 지역 집중 리스크 앞에서는 완전히 뒤집힌다는 사실입니다. 교과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체감한 날이었습니다.
당장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변수가 많은 국면에서는 섣불리 테마에 올라타기보다, 각 자산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연쇄 구조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16일 대국민 연설과 이후 이란의 대응, 연준의 7월 금리 결정 방향을 단계적으로 확인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으로 보입니다.
참고: https://www.mydailybyte.com/post/%EB%AF%B8%EA%B5%AD-%EC%9D%B4%EB%9E%80-%EC%A0%84%EC%9F%81-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