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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볼펜이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다는 뉴스를 봤을 때, 솔직히 처음엔 '설마?' 싶었습니다. 모나미 153 볼펜은 제 학창 시절 필통에서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던 물건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숫자를 들여다보니 현실이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곧 기업 실적은 아니라는 것, 그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 사건이었습니다.

모나미, 크래미 애국매수: 익숙한 브랜드가 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을까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한국에서 모나미 볼펜을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3년 연속 적자라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모나미는 2023년 영업손실 23억 원을 시작으로, 2024년 38억 원, 지난해 59억 원으로 적자 폭이 해마다 커졌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2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요. 영업손실이란 제품을 팔아도 인건비와 원가를 빼고 나면 오히려 적자가 난다는 뜻입니다. 판매가 되고 있어도 돈을 못 번다는 이야기죠.
게맛살 '크래미'로 유명한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가총액(시총)이 261억 원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시총이란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값으로, 쉽게 말해 시장이 그 회사를 얼마짜리로 보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상장 유지 요건 중 시총 기준을 이달부터 기존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올렸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두 회사 모두 이 기준을 밑돌았던 거죠. 저도 일하면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익성이 크게 흔들리는 걸 옆에서 보면서, 제조업의 구조적 어려움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피부로 느꼈거든요. 모나미와 한성기업의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 모나미: 2023~2025년 3년 연속 영업손실, 올해 1분기도 27억 원 적자
- 한성기업: 실적 부진으로 시총 261억 원까지 하락, 상장폐지 가능성 거론
- 코스피 상장 유지 시총 기준: 2025년 300억 원, 2027년 500억 원으로 단계적 강화
모나미·크래미 애국매수
응원매수가 주가를 바꾼 순간, 그 이면도 봐야 합니다
SNS에서 "국민 볼펜을 지키자"는 글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매수 인증 게시글이 쏟아졌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습니다. 제가 직접 커뮤니티 글들을 살펴봤는데,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실제 매수를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모나미 주가는 하루 만에 25.66% 급등해 2,145원에 마감했고, 시총도 405억 원까지 회복됐습니다. 한성기업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4거래일 누적 상승률이 50%를 넘었습니다. 여기서 상한가란 하루에 오를 수 있는 주가 최대 한도(±30%)까지 올랐다는 뜻으로, 매수 압력이 그만큼 강했다는 신호입니다.
한성기업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배경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가 25년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영웅을 위한 음악회'를 꾸준히 후원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애국 기업' 이미지가 더해졌던 거죠. 모나미 송재화 사장이 홈페이지에 자필 감사문을 올린 것도 여론의 온도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목에서 한성기업이 감사문에서 직접 한 말을 더 주목했습니다. 회사 측은 "일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모든 제품에 국산 원료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과열된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사실을 정확히 알린 것이었는데, 이런 태도가 오히려 더 신뢰를 줬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만들어낸 이 흐름을 펀더멘털(Fundamentals)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펀더멘털이란 기업의 실제 수익성, 성장성, 재무 구조 같은 기초 체력을 말합니다. 응원의 마음이 주가를 단기적으로 올릴 수는 있지만,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상승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응원과 투자는 다릅니다, 이렇게 접근하십시오
제가 직장인이 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월급을 직접 벌어보니 돈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겁니다. 예전엔 '좋아하는 브랜드니까 사줘야지'라는 감정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이 회사가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가'를 먼저 따지게 됐습니다.
이번 응원매수 현상의 긍정적인 면은 분명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역사가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오랜 기간 소비자와 함께해 온 브랜드의 가치가 단순한 매출 숫자 이상일 수 있다는 점도 환기시켜줬고요.
하지만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신중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시총이 30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선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관리종목이란 상장폐지 위험이 있어 거래소가 특별 관리하는 종목을 말하는데, 이후에도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이틀 반등했다고 위기가 끝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좋은 이야기가 퍼질 때 뒤늦게 올라탄 투자자일수록 하락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도 특정 이슈로 급등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간 종목들은 숱하게 있었습니다. 이른바 '이슈 소멸' 이후의 주가 흐름이 문제인 거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응원은 소비로: 제품을 직접 사주는 것이 기업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이 됩니다
- 투자는 실적으로: 브랜드 감정이 아니라 수익성 회복 여부와 재무 구조를 먼저 확인하십시오
- 변동성 인식: 단기 급등 후 매수는 고점 매입 위험이 있습니다. 진입 시점을 신중히 따지십시오
- 제도 이해: 2027년 코스피 상장 유지 시총 기준이 500억 원으로 오르면 위기가 재발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나미 주가 지금 사도 될까요?
A. 단기 급등 이후에는 항상 조정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모나미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고, 올해 1분기도 적자입니다. 응원 심리로 오른 주가는 이슈가 식으면 다시 빠질 수 있으므로, 분기별 실적 발표를 보면서 수익성 회복 여부를 확인한 뒤 판단하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상장폐지 기준이 정확히 어떻게 바뀐 건가요?
A.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요건이 2025년부터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높아졌고, 2027년에는 500억 원으로 한 번 더 올라갈 예정입니다. 시총이 30거래일 연속으로 이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가 시작됩니다.
Q. 크래미는 국산 원료만 쓰나요?
A. 한성기업이 직접 공식 입장을 통해 밝혔습니다. 일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모든 제품에 국산 원료만 사용하는 건 아니며, 제품 특성에 따라 수입산 원료도 함께 쓴다고 솔직하게 설명했습니다. 과열된 여론에 편승하지 않고 사실을 정확히 알린 점이 오히려 주목받았습니다.
Q. 애국 매수, 기업에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A. 주가 상승 자체가 기업에 직접적인 현금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총이 상장 유지 기준을 넘기는 데 도움이 되고, 브랜드 재조명으로 실제 제품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제품을 사주는 소비가 주식 매수보다 기업 실적에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결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감성적인 응원이 실제 주가를 이틀 만에 50% 가까이 끌어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브랜드의 역사와 사회적 가치가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는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투자 기회로만 바라보기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모나미와 한성기업 모두 근본적인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2027년 시총 기준 500억 원이라는 더 높은 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응원은 소비로, 투자는 냉정한 실적 분석으로. 그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건강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