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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중국 AI 기업이 이 정도까지 움직이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딥시크가 약 1년 전부터 자체 AI 추론 칩 개발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가동해 왔다는 소식이 7월 9일 터져 나왔을 때, 저는 회사 인트라넷의 반도체 동향 시트를 바라보다 그냥 손이 멈춰버렸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 장벽 속에서도 중국 기술 생태계가 이렇게 빠르게 자립 방향을 굳히고 있다는 사실이, 갓 입사한 기획·재무 신입사원인 제 눈에는 너무도 생생하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딥시크 자체 칩: 추론 칩을 직접 만들기로 한 이유
딥시크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H800 GPU와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칩을 혼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우회 수출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만과 말레이시아까지 우회 수출 차단에 동참하자, 중국 기업이 최신 AI 반도체를 구하는 경로가 사실상 막혀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 암시장에서는 엔비디아 AI 서버 가격이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이 정도면 그냥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딥시크가 개발 중인 칩은 학습용이 아닌 추론(Inference) 전용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추론이란, AI 모델이 이미 학습을 마친 뒤 사용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을 생성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공부는 다 끝냈고 이제 시험지를 빠르게 푸는 단계에서 쓰이는 칩입니다. AI 서비스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 추론 단계의 연산 수요가 급격히 커졌고, 딥시크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것입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이유는 명확합니다. 범용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다양한 AI 작업을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전력 소비와 단가가 상당히 높습니다. 반면 자체 칩은 자사 서비스에 필요한 연산 구조에 맞춰 아키텍처를 최적화할 수 있어, 같은 성능을 훨씬 낮은 전력과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오픈AI가 지난달 첫 추론 전용 칩 '할라페뇨'를 공개하고, 앤트로픽도 자체 칩 개발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건 딥시크만의 선택이 아닙니다. 전 세계 주요 AI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흐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산업적 기조로 굳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 미국·대만·말레이시아의 우회 수출 차단으로 최신 AI 반도체 확보 경로가 막힘
- 추론 전용 칩: 학습을 마친 모델이 실시간으로 답을 생성하는 과정에 특화된 반도체
- 범용 GPU 대비 전력 소비·비용 절감이 가능해 자체 칩 개발의 경제적 유인이 뚜렷함
- 오픈AI '할라페뇨', 앤트로픽 자체 칩 검토 등 탈엔비디아 흐름은 글로벌 추세
탈엔비디아 흐름,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제가 이 뉴스에서 가장 놀란 부분은 사실 딥시크의 칩 개발 소식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출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65%가 화웨이의 어센드 910B/C를 이미 검토하거나 시범 도입했고, 향후 1년간 AI 반도체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국산 제품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설마 이 정도까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나" 싶어서 한참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라는 부품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때 처음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HBM이란 AI 연산 과정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기 위해 칩에 수직으로 적층하는 특수 메모리입니다. 쉽게 말해 AI 칩의 두뇌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반드시 곁에 붙어 있어야 하는 핵심 부품인데,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이 HBM 역시 중국으로의 공급이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딥시크가 칩을 설계한다 해도 이 HBM 확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실제 성능을 제대로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기업인 SMIC도 걸림돌입니다. SMIC는 미국의 제재로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 장비, 즉 EUV(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 도입이 차단된 상태입니다. EUV란 반도체 회로를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 분의 일 수준으로 극도로 미세하게 새기는 데 쓰이는 핵심 장비로, 이게 없으면 최첨단 공정 구현 자체가 어렵습니다. 생산 수율과 성능에 구조적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딥시크의 칩이 실제로 제 성능을 내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신입사원 눈에 보인 공급망의 현실
대기업 기획·재무 부서에 겨우 발을 들인 30대 초반의 제가 매일 들여다보는 것 중 하나가 글로벌 IT 기업들의 설비투자, 즉 CAPEX(Capital Expenditure) 흐름입니다. 여기서 CAPEX란 기업이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해 공장이나 장비, 기술 인프라에 투입하는 대규모 자본 지출을 의미합니다. 이 숫자의 흐름을 보면 어느 기업이 어느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는지가 보이는데, 최근 AI 기업들의 CAPEX가 추론 인프라 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는 건 수치로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딥시크 칩 개발 소식이 전해진 날, 엔비디아 주가가 개장 전 거래에서 약 1.6% 하락했습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의 영업이 이미 크게 제한된 상황이라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반응은 단기 해석이고, 실제로 중요한 건 중장기 공급망 재편의 속도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자국산 반도체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매출 비중에도 구조적인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처음 입사하면서는 상상도 못 했던 시나리오였습니다.
출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데이터가 보여주듯, 중국 기업들이 이미 AI 반도체 예산의 절반을 자국산에 돌리기 시작한 이 흐름은, 단순한 국산화 구호가 아니라 실제 예산 집행으로 확인된 움직임입니다. 제가 직접 반도체 동향 시트를 들여다보며 느낀 건, 이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화려한 발표 없이 조용히 기어를 바꾸는 것, 그게 오히려 더 무섭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딥시크가 만드는 칩은 학습용인가요, 추론용인가요?
A. 추론 전용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추론이란 이미 학습을 마친 AI 모델이 사용자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을 생성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새로운 AI 모델을 처음부터 훈련시키는 학습용 칩과는 다른 목적입니다. AI 서비스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 추론 단계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딥시크가 여기에 집중하는 것은 상당히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Q. 딥시크 자체 칩 개발이 엔비디아 주가에 큰 영향을 줄까요?
A. 소식이 전해진 당일 엔비디아 주가가 약 1.6% 하락하긴 했습니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엔비디아 영업이 이미 크게 제한된 상황이라 직접적인 실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탈엔비디아 흐름이 가속화될 경우 수요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어, 단기 주가보다 공급망 재편 속도를 주시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Q. 딥시크 칩이 실제로 성능을 내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A. 중국 파운드리 SMIC가 EUV 노광 장비 도입이 막혀 있고, AI 칩 필수 부품인 HBM 확보도 수출 규제로 어려운 상황이라 전문가들은 실제 제 성능을 내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봅니다. 구조적인 기술 장벽이 남아 있는 만큼, 칩 설계 완료와 양산 성능 실현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딥시크 말고 다른 AI 기업들도 자체 칩을 만드나요?
A. 그렇습니다. 오픈AI는 지난달 첫 추론 전용 칩 '할라페뇨'를 공개했고, 앤트로픽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는 딥시크 외에 지푸 AI도 자체 칩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은 미국과 중국을 가리지 않고 주요 AI 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론
딥시크의 자체 AI 추론 칩 개발 소식은 저에게 단순한 테크 뉴스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겨우 입사해 CAPEX 흐름과 반도체 공급망 논리를 배우기 시작한 신입사원의 눈에도, 이 흐름이 어느 한 기업의 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AI 하드웨어 판도 자체가 재편되는 신호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EUV 장비 차단과 HBM 공급 규제라는 구조적 벽이 여전히 높지만, 중국 기업들이 이미 AI 반도체 예산의 절반을 자국산에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낙관도 비관도 아닌 냉정한 현실 인식을 요구합니다.
당장의 주가 등락보다는 공급망이 어느 방향으로 조용히 기어를 바꾸고 있는지를 주시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흐름에 관심이 생겼다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중국 반도체 동향 리포트나 각 기업의 공식 CAPEX 발표를 꾸준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