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에는 건설주가 이렇게 올라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반도체, 방산, 원전 ETF를 살펴보다가 건설 ETF가 올해 수익률 1위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조금 의아했거든요. 알고 보니 그 뒤에는 꽤 복잡한 이야기가 있었고, 마냥 낙관하기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건설주가 갑자기 뜬 이유, 배경부터 짚어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건설 ETF(상장지수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5.96%를 기록했습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업종을 추종하는 바구니 형태의 투자 상품으로, 개별 종목을 고르는 부담 없이 업종 전체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46.9%였으니, 건설 ETF는 시장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은 셈이죠.
개별 건설주로 들어가면 수치가 더 놀랍습니다. 대우건설은 651%, 현대건설은 154%, DL이앤씨는 137% 올랐습니다. 제가 주식 공부를 막 시작했을 무렵, 아는 지인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기대감이 나올 때 SG라는 건설 관련 종목을 알려줬고, 그게 이후 크게 오르는 걸 직접 보면서 "아, 전쟁이 끝날 조짐이 보이면 건설주가 움직이는구나" 하고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이번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건설주 상승의 배경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 번째는 원전 테마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각국의 원전 발주가 늘고 있고, 한국전기기술인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팀코리아' 체제로 해외 원전 수주를 추진하는 기조가 강화되면서 현대건설, 삼성E&A 등이 수혜 기대감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중동 재건 수요입니다. 시장은 전쟁 자체보다 종전 이후를 바라보고 있는데,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과거 수행한 프로젝트 규모가 약 44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전후 복구 과정에서 재발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재 KODEX 건설 ETF에는 올해 1,306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이 중 614억 원이 최근 1주일 새 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기 자금이 집중된다는 건 추가 상승 기대와 함께 변동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수익성 리스크, 숫자를 보면 다르게 보인다
건설주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많은데, 저는 실제 재무 숫자를 들여다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건설의 플랜트 부문 원가율은 99.1%입니다. 원가율이란 매출액 대비 원가의 비율로, 이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실제로 남는 이익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천 원을 벌면 991원이 비용으로 나가는 구조인 셈이죠. 대우건설의 플랜트 부문은 이익률이 -1.7%로 아예 적자 상태입니다.
이렇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럼섬 턴키(Lump Sum Turnkey) 계약 방식입니다. 럼섬 턴키란 공사비를 계약 시점에 총액으로 확정해놓고 시공사가 설계부터 완공까지 전부 책임지는 구조로, 공사 중간에 원자잿값이나 인건비가 올라도 그 손실을 고스란히 건설사가 떠안게 됩니다. 실제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20% 이상 오르면서 기존 계약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입니다.
중국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중국 국영 건설사들은 자국 정부의 저금리 차관을 등에 업고 한국 기업보다 10~20%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외 건설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이미 24.6%까지 올라 유럽(49.3%)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상황입니다(출처: 해외건설협회). 특히 이란은 전쟁 기간 중국과 우방 관계를 더욱 강화했고 위안화 결제까지 허용한 상태여서,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이 중국 기업을 선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국내 주택 시장도 역풍입니다. 재료비 상승으로 아파트 공사 원가가 높아지면서 착공 물량이 줄고 있고, 정책 변수도 생겼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중 보유 요건 공제율 축소가 논의되면서 양도세 부담이 커질 경우 매물 잠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5천 건 수준으로 2년 전보다 50% 줄어든 상태입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이 모든 리스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럼섬 턴키 계약으로 인한 원가 상승 전가 불가 구조
- 중국 건설사의 저가 공세와 높아진 시장 점유율
- 이란의 친중 노선 강화에 따른 수주 경쟁 불리
- 국내 주택 시장 침체와 정책 불확실성
투자 전망,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건설주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도 아직 주식 공부를 하는 입장이라 틀린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개인적으로 느끼는 부분을 솔직하게 적어보겠습니다.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은 "기존 시공사가 재건에 참여하면 수의계약이나 제한입찰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수의계약이란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기존에 설비를 시공했던 한국 기업이 복구에 참여할 경우 경쟁 없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중동은 국내 기업들이 정유·가스·석유화학 플랜트 사업 경험을 이미 쌓은 시장이라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힙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부분은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라는 도로명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1977년 이란 테헤란 시장의 방한을 계기로 붙여진 이름인데, 이처럼 한국과 이란은 꽤 오래된 우호 관계를 맺어온 나라입니다. 이란의 주요 산업 인프라 상당수가 한국 건설사의 손에서 완성됐다는 점에서, 유지보수와 복구의 효율성만 따지면 한국 기업이 유리한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종전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을 좀 더 신경 써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 때도 관련 건설주가 먼저 크게 올랐다가 실제 수주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조정을 받는 흐름이 있었습니다. 지금 건설 ETF가 100% 넘게 오른 상황에서 추가로 진입하는 건 "기대가 현실이 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스스로 먼저 점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건설주는 지금 테마와 기대감으로 움직이고 있는 구간입니다. 중동 재건이라는 큰 그림이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면서 접근하는 게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 과정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mydailybyte.com/post/%EA%B1%B4%EC%84%A4%EC%A3%BC-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