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 숫자가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가계신용 잔액이 1,993조 원, 사실상 2,000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통계를 처음 봤을 때 숫자 자체보다 주변 사람들 얼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매달 이자 고지서를 보며 한숨 쉬는 동료들, "그때 왜 샀을까"를 반복하는 친구들. 이 숫자 뒤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2금융권 풍선효과, 통계가 경고하는 것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말 대비 14조 원 늘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그중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수치는 따로 있습니다. 상호금융·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같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이 1분기에만 10조 6,000억 원 증가했다는 부분입니다.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폭입니다.
여기서 풍선효과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부가 1금융권, 즉 시중은행의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대출이 막힌 수요가 2금융권으로 그대로 이동한 것입니다. 문제는 2금융권 대출은 통상 금리가 더 높고, 차주(대출을 받은 사람)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즉 가계부채의 양을 줄이려다 질을 악화시킨 셈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전형적인 정책 실패의 구조입니다. 규제의 방향은 맞지만 빠져나갈 구멍을 막지 않으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경로로 밀려납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을 합친 주택 관련 대출만 1분기에 8조 1,000억 원 늘었고,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 기타대출도 4조 8,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신용공여란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빚으로 주식을 사는 이른바 빚투와 직결된 수치입니다. 집도 빚, 주식도 빚. 제가 보는 주변 풍경이 딱 그렇습니다.
가계부채 위험 구조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금융권 규제 강화 → 2금융권으로 수요 이동 → 고금리·고위험 차주 증가
-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재확대 → 6·27 대책 이후 감소 흐름 3분기 만에 역전
- 비은행권 주담대 분기 증가폭 역대 최대 → 부실 위험 집중
변동금리 위험, 지금 당장의 문제
저도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입니다. 예전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초기 이자가 낮아 유리하다고 판단했는데, 지금은 솔직히 그 선택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언제 금리가 다시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따라붙습니다.
변동금리란 대출 기간 중 시장 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 이자율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구조를 말합니다. 반대로 고정금리는 대출 기간 동안 이자율이 고정됩니다. 올해 3월 새로 나간 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율은 64.5%로, 전년 42.1%에서 무려 22.4%포인트 뛰었습니다. 주담대만 놓고 봐도 변동금리 비율이 39.2%로, 1년 전 11.8%에서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이 수치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시중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5년) 금리 상단이 이미 연 7%를 돌파한 상태입니다. 6억 원을 빌리면 금리 하단 기준으로도 매달 이자만 221만 원이 넘습니다. 거기에 국채금리까지 급등하고 있습니다. 국채금리란 정부가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로, 시중금리 전반의 기준점이 됩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인 연 5.2%를 넘어섰고, 국내 국고채 10년물도 4.2%를 돌파했습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 전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만 3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차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평균 16만 3,000원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여도, 이미 이자로 허리가 휘는 영끌족에게는 체감이 다릅니다. 제 주변 동료들은 이미 점심값과 커피값부터 줄이는 극단적인 지출 다이어트에 들어갔습니다. 거시 데이터가 아니라 밥상 앞에서 체감하는 문제입니다.
결국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는 규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장 위험한 차주들이 가장 위험한 구조로 몰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위험이 금리 하나에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루빨리 금리 인하 국면이 오기를 바라지만, 지금 당장은 고정금리 전환이나 상환 계획 재점검을 미루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대출 관련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전문 금융기관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mydailybyte.com/post/%EA%B0%80%EA%B3%84-%EB%B9%9A-2000%EC%A1%B0-2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