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ETF를 정리하고 나서 새 종목을 찾아 헤매던 중에 결국 또 M7 안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매수 버튼을 누른 직후부터 주가가 슬금슬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르겠지" 하고 버티는 중인데, 요즘 들어 M7 대신 H5라는 낯선 이름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M7이 흔들리기 시작한 진짜 배경
처음 미국 주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려보면 M7의 영향이 컸습니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기업들이고, 실제로 매일 쓰는 서비스를 만든 회사들이라 심리적 장벽이 낮았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M7을 보고 미국 주식 시장, 이른바 '미장'에 발을 들였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테슬라는 연초 대비 주가가 10% 넘게 빠졌고, 나스닥이 최고치를 새로 썼을 때도 M7 종목들은 예전만큼 힘차게 따라 오르지 못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올라도 시원찮고 내리면 더 크게 내리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맞물려 있습니다. 첫 번째는 AI 투자 대비 수익화 지연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본지출(CAPEX)을 쏟아붓고 있는데, CAPEX란 미래 수익을 위해 설비나 기술에 투자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문제는 그 투자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금리 환경입니다. 미국·이란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최악의 조합을 뜻합니다. 이 상황이 현실화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고,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같은 안전 자산의 매력이 커져 성장주에 속하는 기술주들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구조가 됩니다.
실제로 M7의 올해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9%로, 여타 기업 평균인 14%를 웃돌고 있어 펀더멘털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출처: Bloomberg). 그럼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기대치의 벽'이 너무 높게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헥토콘 H5, 숫자로 보는 실체
그 사이 새로운 이름이 부상했습니다. 바로 헥토콘입니다. 헥토콘(Hectocorn)이란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약 150조 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말로, 기업가치 10억 달러 기준의 유니콘보다 정확히 100배 큰 규모입니다. 이 중 주목받는 5개 기업을 묶어 'H5'라고 부릅니다.
H5의 추정 기업가치 합산액은 무려 3조 6,540억 달러(약 5,500조 원)에 달합니다. 2022년 당시 H5의 기업가치가 4,810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850%가 오른 셈입니다. 숫자만 봐도 속도감이 남다릅니다.
H5 각 기업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페이스X: 세계 상업용 우주 발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이르면 올해 6월 기업공개(IPO)가 예상됩니다. 목표 기업가치는 2조 달러로, 상장 시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6위권 진입이 전망됩니다.
- 오픈AI: 챗GPT로 AI 대중화를 이끈 기업으로, 최근 1,220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4분기 상장을 목표로 약 1조 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앤스로픽: 클로드(Claude)를 만든 AI 기업으로, 최근 3,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250억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SK텔레콤도 2023년 1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바이트댄스: 틱톡의 모회사로, 2020년 세계 최초로 헥토콘 지위에 올랐습니다. 공식 상장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 데이터브릭스: AI·빅데이터 분석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H5 중 가장 생소하지만 AI 인프라 수요 폭증과 함께 기업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은 뉴스에서 자주 접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데이터브릭스는 이번에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기업에 제공하는 회사인데, AI 열풍의 수혜를 가장 조용하게, 그리고 가장 꾸준하게 받고 있는 구조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IPO(기업공개)란 비상장 기업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기 위해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H5가 올해 하반기 줄줄이 IPO를 추진하면서, 시장의 자금이 M7에서 H5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출처: Financial Times).
M7과 H5, 지금 어떤 선택이 현실적인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7이 무너지고 H5가 완전히 대체한다는 식의 이분법보다는, 두 축이 공존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M7은 이미 실적과 수익 구조를 어느 정도 검증받은 종목입니다. 현재 주가가 많이 빠진 상황이라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처럼 고점에 물려 있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지금 팔자니 억울하고, 들고 있자니 불안한" 딜레마가 현실입니다.
반면 H5는 성장 잠재력이 이미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상장 이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냐인데, IPO 직후에는 기대감이 선반영되어 단기 변동성이 극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상장 직후 급락을 맞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이스X 상장이 특히 기대됩니다. 테슬라 주주로서 스페이스X와의 합병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귀가 솔깃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두 회사가 제대로 시너지를 낸다면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업이 탄생하는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M7이냐 H5냐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를 냉정하게 가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증된 종목에서 안정감을 찾을 것인지,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성장 가능성에 베팅할 것인지, 그 선택은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