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 계산대 앞에서 가격표를 두 번 확인하게 된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장을 보고 나서 지갑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 요즘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순간 집 안을 둘러보니 다이소 봉투에서 나온 물건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1000원짜리 균일가 매장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어느새 저의 주요 쇼핑 루트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렴한데 왜 이렇게 많이 남길까, 영업이익률의 비밀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2024년 기준 매출 4조 5363억원, 영업이익 44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19.2% 늘어난 수치로, 1997년 창업 이래 최대 실적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영업이익률 9.8%입니다. 영업이익률이란 물건을 팔아 생긴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빼고 실제로 손에 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00만원어치를 팔았을 때 9만 8000원이 남는다는 뜻이죠. 국내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3%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매출 규모가 다이소의 세 배가 넘는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이 1.7%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됩니다.
이 수익성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에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구매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국 약 1600개 매장을 통해 상품을 대량으로 발주하니 원가가 낮아지고, 1000원~5000원 균일가 전략 덕분에 대규모 할인 행사나 광고비에 쓸 돈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다이소 제품을 사고 나서 "이걸 이 가격에?"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런 비용 구조가 있었던 겁니다.
다이소의 영업이익과 경쟁사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성다이소 영업이익: 4424억원 (영업이익률 9.8%)
- 이마트 영업이익: 2771억원 (영업이익률 1.7%)
- 롯데마트: 70억원 영업손실
- 홈플러스: 대규모 영업손실 추정
화장품 코너가 생겼다고? 뷰티·패션 확장의 파급력
솔직히 처음에는 무시했습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화장품이 얼마나 쓸 만하겠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다이소 선크림 써봤어?"라고 물어보더니 직접 쓰는 걸 보여줬고, 그 뒤로 저도 하나 사봤습니다. 사용해보니 품질이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다이소의 뷰티 전략은 기존 브랜드 제품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닙니다. 앰플처럼 병이나 용기에 든 제품을 일회용 스틱형 파우치로 소분해서 판매하거나, 대용량 비타민을 3분의 1 용량으로 기획해 3000
5000원대에 내놓는 방식입니다. 올리브영에서 2
3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다이소에서 먼저 체험해 보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전략입니다.
PB상품(Private Brand)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빠질 수 없습니다. PB상품이란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제품을 말합니다. 판매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상품을 직접 만들어내는 방식이죠. 저는 다이소, 무신사, 쿠팡 같은 기업들이 이 PB 전략을 활용하는 방식을 상당히 좋게 봅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중개하다가 판매 통계가 쌓이면, 수요가 확실한 품목만 골라 자체 제품을 내놓으니 실패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전략이 통하면서 2022년 7개에 불과했던 입점 뷰티 브랜드는 현재 160여 개로 늘었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 브랜드도 줄줄이 입점했습니다(출처: 매일경제 디깅). 패션 분야도 마찬가지로 2022년 100여 종에서 지난해 말 700여 종으로 확대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다이소의 뷰티·패션 상품 매출은 1년 전 대비 약 70% 증가했습니다.
다이소를 따라 하는 대형마트들, '다이소나이제이션'이란 무엇인가
다이소가 이 정도로 커지자, 대형마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마트는 4980원짜리 헤어드라이어와 스팀다리미를, 롯데마트는 4950원짜리 화장품 44종을 내놨습니다. 홈플러스는 4990원짜리 와인을 선보이며 저가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다이소나이제이션(Daiso-nization)'이라는 신조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소나이제이션이란 소비 불황 속에서 대형마트들이 초저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의 전략을 모방해 변화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어떤 기업의 전략이 업계 전체의 방향을 바꿀 만큼 강력할 때 이런 신조어가 붙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다만 단순히 가격만 낮춘다고 다이소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다이소는 균일가라는 구조 자체가 소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얼마짜리인지 굳이 확인 안 해도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가 특정 상품 몇 종의 가격만 낮춘다고 해서 그 신뢰감이 바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2024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전년 대비 다소 안정됐지만, 누적된 물가 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은 상태입니다(출처: 한국은행).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는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성비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이소몰이 성장한다면, 온라인에서도 통할까
저는 요즘 물건을 사기 전에 습관처럼 검색창에 '다이소 ○○○'이라고 먼저 쳐봅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에도 해당 제품이 있는지 소개하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이소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겁니다. 이 변화가 온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이소 온라인 스토어인 다이소몰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2025년 3월 기준 547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MAU란 한 달 동안 실제로 앱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순 방문자 수를 의미하는 지표로, 서비스의 실질적인 인기를 가늠하는 데 씁니다. 1년 전 대비 40%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모바일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의 집계 결과입니다.
다이소몰은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 상품을 온라인에서 파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뷰티·건강식품 전문 스토어를 따로 구성하고 신상품 출시 일정을 예고해 '신상 오픈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특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이소가 이 정도로 디지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인기 제품이 빠르게 품절되는 상황을 경험해본 소비자라면, 앱 알림을 켜두고 기다리는 것도 낯선 일이 아닐 겁니다.
고물가 시대에 다이소는 단순히 '싼 것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활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박리다매 전략을 유지하면서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형마트와의 경쟁, 온라인 시장 확대, 외국인 관광객 유입까지 이어지는 성장세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투자나 사업 판단을 위한 전문적인 금융·경영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dig.mk.co.kr/Digging/Digging.html?id=9587&sort=de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