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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수당 도입 (쪼개기 계약, 기간제법, 풍선 효과)

by 부자길 2026. 5. 1.

공정수당 도입 (쪼개기 계약, 기간제법, 풍선 효과)

채용 공고를 열어보면 반사적으로 눈이 가는 항목이 있습니다. 연봉, 위치, 그리고 '정규직 여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11개월짜리 계약'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걸 꽤 오래전부터 봐왔습니다. 2025년, 정부가 드디어 이 문제에 손을 댔습니다. '공정수당' 제도가 내년부터 공공부문에 도입됩니다.

쪼개기 계약, 실제로 이렇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1년 미만 계약'이라고 하면 단순히 단기 프로젝트 인력을 뽑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피부과를 다니던 시절, 직원분들이 자주 바뀌는 게 신경 쓰여서 무심코 여쭤봤더니 돌아온 대답이 씁쓸했습니다. "계약 기간 때문이죠 뭐." 그분은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하는 상황이었고, 1년이 되기 직전에 계약이 끊겼습니다.

이게 단순한 병원 한 곳의 사례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 약 2,100곳을 조사한 결과, 기간제 근로자 14만 6,400여 명 중 절반에 가까운 7만 3,000여 명이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였습니다. 그중 계약 기간이 11개월을 넘고 12개월 미만인, 이른바 쪼개기 계약이 의심되는 근로자만 1만 1,498명(15.7%)에 달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여기서 쪼개기 계약이란 한 사람을 장기간 고용하면서도 퇴직금 지급 의무(1년 이상 근속 시 발생)와 무기 계약직 전환 의무(2년 초과 근속 시 발생)를 피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의도적으로 1년 또는 2년 미만으로 쪼개 반복하는 관행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사람을 5년 동안 쓰면서 364일짜리 계약을 다섯 번 하는 방식입니다.

이 관행이 생겨난 배경에는 기간제법(기간제·단시간 근로자 보호법)이 있습니다. 기간제법이란 2007년 시행된 법으로, 2년을 초과해 계속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입니다. 취지는 분명히 좋았지만, 기업들은 2년 미만 계약을 반복하며 법망을 피해갔고 결과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만 더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공정수당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달라지나

제 친구 중 한 명이 공공기관에서 11개월 계약직으로 일했습니다. 퇴직금은 당연히 없었고, 같은 부서 정규직 동료와 나란히 일하면서도 명절 상여금과 복지포인트는 차등 지급받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대우받는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렸는지, 그 친구 얼굴을 보면서 저도 적잖이 속상했습니다.

이번에 도입되는 공정수당이란 1년 미만 근속으로 인해 퇴직금 수령 대상이 되지 못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 계약 기간에 비례해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기준금액은 월 254만 5,000원으로, 이는 최저임금의 118%에 해당하는 전국 지방정부 생활임금 평균을 근거로 산출되었습니다.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보상률이 높게 설정되어 있고, 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당 총액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공정수당 도입과 함께 정부가 함께 내놓은 대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기계약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한 1년 미만 계약은 원칙적으로 금지
  • 단기계약 시 비정규직 사전 심사제 의무화 (필요성 사전 검토 후 계약 허용)
  • 상시·지속 업무 담당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유도
  • 전년 대비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한 기관의 사유 공시 의무화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에서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바 있어, 이번 공공부문 전면 적용은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좋은 취지인데, 왜 걱정이 되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정수당 소식을 접하고 그 친구에게 바로 연락했더니 "진작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면서도 어딘가 묘한 뉘앙스가 있었습니다. 기뻐하면서도 완전히 기뻐하지 못하는 그 감정, 저도 이해가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당 제도를 도입하면 처우가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그 비용을 회수하려 합니다. 수당이 생긴 만큼 식대나 연장근로수당을 줄이거나, 아예 채용 규모 자체를 축소하는 방식으로요. 이것이 이른바 풍선 효과입니다. 풍선 효과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듯, 하나의 규제를 강화하면 그 비용이나 문제가 다른 형태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2년 이상 기간제 계약 허용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두고 "사실상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초·중·고에서 근무하는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경우 무기 계약 전환 기준이 예외적으로 4년인데, 대부분 4년이 되기 전에 해고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계약 가능 기간을 늘려도 결국 그 직전에 해고되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희망고문만 더 길어지는 셈이죠.

비정규직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문제는 약 20년 동안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이번 공정수당 도입은 분명히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근본적인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는 이유, 즉 해고 경직성과 고용 유연성 문제를 함께 풀지 않는 한, 수당 몇 푼이 더해진다고 해서 구조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6월까지 기간제 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노동계·경영계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엔 그 결과가 어디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수당이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으로 확대될 경우, 소규모 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미칠 파급력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전문적인 노동·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수당 수령 여부는 반드시 관할 기관 또는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dig.mk.co.kr/Digging/Digging.html?id=9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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